'메가뱅크' 물 건너갔나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08.04.2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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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산은 단독 민영화'로.. 투트랙후 통합 가능성은 남아

한동안 논란이 계속된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이 단독 매각으로 결론내려짐에 따라 산은 민영화작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사실상 금융위원회의 손을 들어준 셈이어서 앞으로 금융위의 금융정책 주도권이 강화될지도 주목된다.

◇"이상보다 현실 택했다"=전광우 금융위원장의 발언으로 확인된 산은 우선 매각 방침은 정부가 '이상'보다 '현실'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메가뱅크'도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인수할 곳이 마땅치 않음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산은 민영화를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한국투자펀드(KIF)를 설립, 중소기업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산은 민영화가 지연되면 이들 주요 국정과제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산은 민영화를 이상에만 맡겨둘 수 없는 이유다.
'메가뱅크' 물 건너갔나


이 같은 기류는 이 대통령과 강만수 재정부 장관의 발언에서 이미 감지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방미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산은 민영화에 4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했는데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3년 안에 민영화되도록 촉진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의 우선 민영화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메가뱅크의 창시자인 강 장관 역시 지난 15일 열린 브리핑에서 "원래 인수위 시절 이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고한 것은 챔피언뱅크"라며 "꼭 산업은행을 챔피언뱅크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선 모습이었다.



물론 메가뱅크가 완전히 물건너갔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산은을 단독 매각하더라도 2011년까지는 정부가 최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한다.

그때까지는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산은과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우리금융과 기업은행을 먼저 합병한 다음 산은을 나중에 합병하는 2단계 전략도 가능하다.

◇'산은 몸값 높이기'=금융위의 관심은 '산은의 가치를 어떻게 높일지'로 옮겨질 전망이다. 산은은 일반 시중은행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 자산의 상당수가 벤처·중소기업 지분으로 이뤄져 있어 대출자산이 주류인 시중은행과 차이가 크다.
 
이런 차별성은 강점인 동시에 약점이다. 민간 금융회사가 산은을 인수하더라도 기존 업무와 중복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반면 기존 방식으로는 가치평가가 어렵다. 얼마를 주고 사야할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위 관계자가 "(산은) '꽃단장'에 주력해야 할 때"라고 얘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좋은 곳으로 시집보내려면 예쁘게 보여야 한다는 것.

꽃단장의 방법은 얽힌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는 데서 출발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매각작업에 돌입한 대우조선해양, 채권단과 의견차이로 매각이 지연되고 있는 현대건설 등의 매각이 예상보다 빨리 진척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산업은행법 개정과 KIF법 제정 등 관련 법률의 제·개정작업도 신속히 진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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