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링'에 울고 웃은 아스날

조철희 기자 2008.04.1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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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아스날전 소식을 전한 맨유 홈페이지. 오른쪽 경기 장면 사진은 하그리브스(4번)가 프리킥을 성공시킬 때 호날두(7번)가 뒤에 서있는 모습이다. ↑맨유-아스날전 소식을 전한 맨유 홈페이지. 오른쪽 경기 장면 사진은 하그리브스(4번)가 프리킥을 성공시킬 때 호날두(7번)가 뒤에 서있는 모습이다.


라이벌답게 짜릿한 승부를 연출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날. 14일 새벽(한국시간) 열린 두팀의 라이벌전은 2대1 스코어의 치열한 승부 못지않게 여느 경기에서는 보기 힘든 흥미로운 장면들이 눈길을 끌었다.

◆핸들링에 울고 웃은 아스날
팽팽했던 경기의 균형을 먼저 깬 것은 아스날이었다. 그 주인공은 국내팬들에게도 익숙한 토고 출신의 에마뉘엘 아데바요르. 아데바요르는 49분 로빈 판 페르시의 크로스 패스를 헤딩골로 연결시켰다. 그러나 리플레이 화면에선 그의 머리가 아닌 '손'이 공을 골문 안으로 밀어넣었다.



맨유 선수들도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을 정도로 감쪽같았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마라도나가 성공시켰던 이른바 '신의 손' 골에 비견할 만했다.

사실상 핸들링 반칙이었지만 운좋게 골 판정을 받은 이 골로 아스날은 웃을 수 있었다. 그러나 웃음이 허락된 시간은 단 4분. 아스날은 곧바로 '손' 때문에 울어야 했다.



53분 맨유 마이클 캐릭의 슛이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에 있던 아스날의 수비수 윌리암 갈라스의 손에 맞으면서 핸드볼 반칙이 선언됐다. 선제골을 내줘 부담이 컸던 맨유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면서 동점을 만들었다.

◆맨유, 두번의 자살골 위기
핸들링 반칙임에도 선제골을 허용한 후반전 초반의 맨유 진영에는 불길한 기운이 번지는 듯했다. 특히 완벽한 수비로 정평이 나 있는 중앙 수비수 리오 퍼디난드의 자살골 실책 위기는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골라인 밖으로 공을 걷어내려 했는지 골기퍼에게 패스하려 했는지 그 의도는 알 수 없지만 그의 발에 맞은 공은 맨유 골문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다행히 골기퍼 판 데르 사르가 겨우 막아내 위기를 모면했다. 실책이 별로 없었던 퍼디난드였기에 맨유 팬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자살골 공포는 한번이 아니었다. 67분 오른쪽 수비수 웨스 브라운의 발에 맞은 공은 판 데르 사르의 손에 스친 뒤 골포스트에 맞고 튀어나왔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여지없이 자살골로 연결될 상황이었다.

두번의 자살골 위기를 넘긴 맨유는 두번의 상대팀 반칙으로 얻어낸 찬스를 골로 연결시켜 역전승을 거머쥐었다.

◆양보의 미덕이 만든 아름다운 골
1대1의 팽팽한 상황에서 71분 맨유는 프리킥 찬스를 얻어냈다. 모든 관중들은 호날두를 바라봤다. 이날 경기 이전까지 리그 27골을 기록한 호날두는 지금껏 비슷한 찬스에서 여러차례 그림같은 골을 연결시킨 적이 있다.

이 프리킥 상황에서 처음에는 익숙한 모습이었다. 호날두 앞에 오언 하그리브스 서서 상대 수비진을 교란시켰다. 예상대로라면 하그리브스가 페인트 동작을 취하고 호날두가 무회전 프리킥을 날려야 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하그리브스의 직접 슈팅. 볼은 그림같은 포물선을 그리며 수비벽을 넘어 상대 골문 안으로 파고 들었다. 이날 수차례 선방을 보였던 아스날의 옌스 레만은 꼼짝도 하지 못했다.

하그리브스의 훌륭한 프리킥도 돋보였지만 호날두가 욕심을 버린 것도 의미가 깊었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자신의 골 기록이나 자존심에 집착하기보다 팀의 승리를 위해 동료에게 프리킥을 양보한 미덕은 팬들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골장면을 선사했다.

◆'박지성 선발출장=맨유 승리'
박지성 역시 이날 경기를 통해 기분 좋은 징크스를 이어갔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올 시즌 박지성이 유럽챔피언스리그와 프리미어리그에서 선발 출장한 10경기는 모두 맨유가 승리를 거뒀다. '박지성 선발출장=맨유 승리'라는 공식이 성립된 것.

박지성은 맨유 이적 후 선발출장한 43경기에서 36승5무2패의 놀라운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얼마전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이 같은 징크스를 언급했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박지성이 선발출장할 수 있는 기분 좋은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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