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민영화· 메가뱅크 '투트랙' 가나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08.04.1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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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조기 민영화' 언급,금융위 "양자택일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산업은행의 조기 민영화'와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등을 한 데 묶는 '메가뱅크' 방안을 동시에 언급해 그 진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속한 민영화를 위해서는 산업은행 단독 매각이, 국제 경쟁력 제고에는 메가뱅크가 각각 유리하다. 이 대통령이 어느 쪽에 무게를 싣느냐에 따라 산은 민영화 행로는 180도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여전히 양 쪽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산은 민영화· 메가뱅크 '투트랙' 가나


◇산은 민영화 시한 단축= 이 대통령은 이날 '미·일 순방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산은 민영화에 4년 정도 걸릴 거라고 했는데,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3년 안에 민영화되도록 촉진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산은 민영화 시한을 4년에서 3년으로 앞당겨 제시한 것이다. 정부는 당초 2012년까지 산업은행 지분 49%를 매각하고 완전 민영화를 위한 준비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이 발언은 '속도', 곧 산은의 우선 민영화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읽을 수 있다. 산은만 매각하는 경우 인수자를 찾기 수월하고 준비 작업 또한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메가뱅크 방안에 대해 "세계 각국의 경쟁 속에 우리 금융 규모가 너무 작고, 대한민국도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금융산업을 육성하자는 의견이 제시됐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가뱅크 추진 가능성 역시 열어둔 셈이다. 결국 이 대통령의 발언만으로는 신속한 민영화와 메가뱅크 중 어디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지 가늠하기 어렵다.

◇ '투 트랙' 가능성= 이 대통령은 "메가뱅크 방안을 검토하겠지만 그것 때문에 민영화가 늦어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사실상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융계에서는 산은 민영화와 메가뱅크를 동시에 추진하는 '투 트랙' 방안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산은 민영화 일정이 앞당겨지더라도 정부는 2011년까지 산은 지분 51%를 소유한 최대 주주로 남는다. 그때까지 시장 상황이나 정부 의지에 따라 산은을 우리은행이나 기업은행과 합병시킬 수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산업은행 단독 매각과 메가뱅크안은 서로 맞붙어 있다. 같이 할 수 도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도 "어느 하나를 선택하면 어느 하나를 버려야 하는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금융위가 메가뱅크에 반대한 것은)먼저 묶어놓고 매각작업에 들어가면 매수자를 찾기 어렵고 민영화 의지를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는 산은 민영화를 우선 추진하면서 나머지 국책은행과의 합병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메가뱅크 방안이 오히려 더 신속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자금은 3조원이며, 추가로 8조원 가량을 조달할 수 있어 이를 활용하면 산은을 인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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