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에세이]이 봄이 다 가기 전에

머니투데이 김영권 부국장 겸 문화기획부장 2008.04.10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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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내 곁에, 행복은 내 안에 있다

[웰빙에세이]이 봄이 다 가기 전에


이 아름다운 봄날을 만끽하는데 나들이만한 게 있을까. 봄볕 내리는 섬진강 강변을 달리거나 보성 차밭을 걸어보라.

대관령 양떼목장의 언덕에 올라 바람 샤워를 해보라. 아니면 가평 남이섬이나 봉평 허브나라 같은 곳에서 한가하게 거닐어 보라.

달리 더 바랄 게 있겠는가. 계절의 변화에 무딘 사람이라도 천지에 만연한 봄 기운을 진하게 실감할 것이다.



그러니 너무 바빠서 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고 마냥 푸념하지 말고, 어떻게든 틈을 내 밖으로 나가보라. 그래야 내 몸에 겹겹히 쌓인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지 않겠는가.

그걸 누군 몰라서 가만히 있나. 한가한 소리에 짜증이 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집사람과 아이들이 조르는 눈치에 숨을 죽이고 있는데 공연히 부추기는 말들이 달가울리 없다.



그래도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정말 큰 맘 먹고 하루를 비운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식구들을 몰고 어디든 가려 하면 절차가 복잡하다. 평소 안하던 일을 하려니 걸리적거리게 많고 챙길 것도 많다. 집밖을 나서니 길마다 차가 밀리고, 공원이든 산이든 강이든 사람이 넘친다.

봄날을 즐기는 것도 선착순이다. 노는 것도 경쟁력이 있어야 논다. 쉬는 것도 부지런해야 쉴 수 있다. 그 번거로움에 애써 챙긴 봄날이 반갑지 않다. 반드시 봄을 즐겨야 한다는 본전 생각에 몸과 마음이 짖눌려 봄을 누릴 여유가 사라진다.

비단 봄 나들이만 그럴까. 한여름에 해수욕장을 가도, 만추에 단풍구경을 가도 온통 북새통에 정신이 쏙 빠져 푸른 바다도, 만산홍엽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일을 몇차례 겪다보면 어디로든 움직이는게 귀찮기만 하다. 차라리 집에서 낮잠이나 자지!


그래 맞다. 집도 좋다. 섬진강과 대관령만 봄인가. 집안으로 쏟아지는 햇살도 봄이고, 한자락 바람도 봄이다. 그 햇살과 바람을 느끼며 낮잠을 청하고, 기지개를 펴보라. 시간이 남으면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라. 출근길에 상큼한 아침 기운을 들이마시고, 퇴근길에 달콤한 저녁 공기를 맛보라. 점심을 먹으러 나갈 때도 그 순간의 봄을 즐기고, 단 10분이라도 시간이 나면 회사 주변을 어슬렁거려보라.

이렇게 하는데 돈들지 않으니 본전 따질 것도 없다. 물론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다. 그러니 마음을 열고 틈틈이 챙긴 봄은 고스란히 나의 몫이다.

이런 식으로 작전을 바꾸니 어디 먼 곳에 놀러갈 일이 없다. 언제부터인가 반경 1시간 이내의 동네와 회사만 오락가락 한다. 나도 나이가 들면서 슬금슬금 제자리에 안주하나 보다. 하지만 올해도 여행은 불발이라며 낙담하지 않는다. 여행이야 항상 가고 싶지만 못가면 또 어떠한가.

개나리 진달래 벗꽃같은 봄꽃이야 지천에 있고, 가을 단풍 또한 북한산 청계산 관악산 어디든 아름답다. 쫓기듯 설악을 다녀오는 것보다 가까이서 널럴하게 즐기는 소풍이 더 좋다.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아니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 행복할 수 없다면 다른 순간, 다른 자리에서도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 그 때도 더 좋은 순간, 더 좋은 자리를 꿈꾸며 자신의 처지를 탓하고 있을 것이다.

'행복은 가까이 있다.' 뒤늦게 그걸 깨달았는데 지금 보니 행복은 멀리도, 가까이도 아닌 바로 내 안에 있다. 내 안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면 어디에서도 행복할 수 없다.

  
☞웰빙 노트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은가? 우리가 원하는 행복은 이미 모두 주어졌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진정한 행복의 원천은 우리들 가슴에 있다.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는 것은 어리석다. 이는 마치 늘 품고 다니는 어린 양을 두리번거리며 찾는 격이다.
불행한 이여, 어디서 방황하는가? 더 나은 삶을 찾아 헤매는가? 당신은 도망치고 있다. 행복은 정작 당신 안에 있는데도 말이다. 자기 안에 없는 행복은 다른 어디에도 없다. 행복은 타인을 사랑하는 능력이다.
기뻐하라! 즐거워하라! 삶의 목표는 기쁨이다. 하늘, 태양, 별, 풀, 나무, 동물,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기쁨을 느껴야 한다. 어린아이처럼 늘 즐거워하도록 하라. <레프 톨스토이, 살아날 날들을 위한 공부>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에 있다. `위에 견주면 모자라고 아래에 견주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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