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승리'?…朴의 '완승'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04.09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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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뻔한 싸움이었다. 결과는 예상 그대로였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1위와 2위간 차이도 예측을 벗어나지 못했다.

야당 입장에선 112일 전 치러진 대선때 경험한 참혹한 패배의 아픔을 씻는 데 실패했다. 대선 당시 더블 스코어 차이를 좁히는 것도 힘에 부쳤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의 만세를 부를 상황도 아니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정당 지지율 차이를 고려하면 성적표가 마땅치 않다. 대선 직후만 해도 200석 운운했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해 보인다.

이명박 (MB) 대통령에게 어느 정도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선 이후 곧바로 치러진 총선인 만큼 대통령 프리미엄, 여당 프리미엄의 위력이 강했지만 인사 파동, 영어 몰입 교육 등 정권 출범 초 악재에 따른 역풍도 만만찮았다.



MB의 승리인지, MB의 패배인지 애매한 이유도 여기 있다. 일각에선 한나라당이 내건 '안정+심판'이란 창과 방패가 선거 막판 나름의 결집력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심판론이 흔들리는 지지층을 다시 주저 앉혔고, 떠났더라도 상대편으로 가는 것을 막아내는 효과를 불러왔다는 것.

선거 초판 '안정론'에서 선거 중반 "의회권력 교체" "국정파탄 세력 심판"으로 구호를 바꾼 것도 이와 맞물린다. 정권 교체에 이은 의회 권력 교체라는 의미가 적잖은 위력을 보였다는 의미다.


반대로 통합민주당에겐 뼈아픈 공격이 됐다. 지난 대선이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심판이었다면 이번 총선은 386 세력에 대한 최종 심판이 됐다는 얘기다.

17대에 비해 의석수가 절반 가량 줄어든 반면 한나라당 외 보수 성향 의석수가 급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 전 대통령이 MB를 불러왔듯 386의 실패가 보수의 압승을 가져왔다는 것.

자연스레 "일당 독주" "3개월에 대한 평가" 등의 외침도, "야당을 살려달라"는 읍소도 먹히지 않았다. 대안 세력으로 인정조차 못받았다.

오히려 이번 총선 결과를 보면 견제 세력으로 민주당이 아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선택한 느낌이다.

박 전 대표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친박연대'는 기존 정당을 제치고 득표율 3위에 올랐고 공천 탈락후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친박 성향 인사들도 대거 박 전 대표 말대로 "살아 돌아오는"데 성공했다.

당내 친박 인사들도 적잖이 금배지를 달았다. 반면 MB 측근들은 대거 탈락했다. 한나라당의 승리가 아닌 박근혜의 승리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국민들은 박 전 대표를 이명박 정부를 견제할 인물로 택했다는 얘기기도 하다. 결국 이번 총선에는 이 대통령의 안정된 국정 운영에 대한 바람과 함께 정치 성향을 떠나 박 전 대표를 비롯 '반MB'에 대한 지지의 의미도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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