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올 산별교섭 첫출발부터 '불발'

머니투데이 이진우 기자 2008.04.0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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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요구에 사측 "참여 불가" ...1차교섭 8일로 다시 연기

자동차업계의 올 임금 및 단체협상을 위한 금속노조 산별교섭이 첫 출발도 못하고 불발됐다.

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는 당초 이날 오후 2시 산별 중앙교섭 상견례를 겸한 1차 교섭을 갖자고 제의했으나 사측이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임에 따라 교섭일자를 8일로 전격 연기했다.

앞서 현대차 기아차 GM대우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사측은 금속노조의 제안에 대해 "교섭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을 공문을 통해 노조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은 금속노조의 산별요구안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데다 여러 대내외 악재로 경영상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근로조건 등이 서로 다른 기업들을 한데 묶어 진행하는 산별교섭을 진행하기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속노조측은 '중앙 교섭 없이는 지부지회 교섭 타결도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지난해에 이어 올 임단협 역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임금인상안도 산별교섭에서 논의= 차 업계의 올 임단협은 금속노조 차원의 산별교섭을 먼저 타결지은 뒤 각 기업(지부)별 협상을 진행한다는 원칙만 정해져 있을 뿐 아직까지는 명확한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예를 들어 임금협상의 경우 산별교섭을 통해 기본급 인상폭을 정한 뒤 나머지 수당이나 상여금 등에 대해서는 기업별로 정하는 방식이다. 단협 조항 역시 금속노조 차원의 요구 외에 기업별로 추가로 필요한 부문에 대해서 나중에 협상을 벌이는 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금속노조의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각 회사별로 임금인상(기본급) 요구안을 내놓았으나 올해는 금속노조가 아예 이를 공동 요구안에 포함시켰다. 완성차 노조들이 각기 다른 근로조건 등을 내세워 지부별로 임금협상을 타결짓고 사후에 금속노조 승인을 요청했던 지난해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금속노조는 앞서 △기본급 13만4690원 인상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등 노동시간 단축 △금속노동자 최저임금 99만4840원 보장 △매년 비정규직 생산공정의 5% 정규직화 등을 골자로 한 산별교섭 임금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금속노조 "산별교섭 없인 지부교섭 타결도 없다"= 금속노조가 '산별교섭 선(先) 타결'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각 지부별 협상을 초기부터 병행할 경우 투쟁동력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는 이미 사측이 출발시점부터 산별교섭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시하면서 향후 투쟁의 강도를 높여나갈 방침임을 시사했다.

노조측 관계자는 "지난해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올해 산별교섭에 참석한다는 확약서를 제출했고 이미 산별교섭 준비위까지 구성해 놓은 상태"라며 "앞으로 진행될 협상에 반드시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사측대표로 구성된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측과 2003년부터 산별교섭을 벌여왔으며,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완성차 4사를 산별교섭 대상에 포함시켰으나 해당업체들이 참여하지 않았다.



◇사측 "아직 준비도 안됐는데…"= 금속노조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사측은 "각기 기업별 환경이 다른데 금속노조 차원의 이번 임금요구안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산별교섭 참여여부에 대해서도 부정적 여론이 더 많은 상황이다.

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산별교섭과 지부교섭을 반복해야 하는 중복 교섭의 폐단 때문에 산별교섭에 불참했다"며 "무작정 요구안을 내세우기 보다는 산별교섭을 어떻게 진행할 지 여부에 대한 사전 논의와 합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완성차 업체 관계자도 "산별교섭을 하면 협상이 빠르게 진행되던가, 아니면 파업이 줄던가 무슨 메리트가 이어야 참여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따라 오는 8일로 연기된 산별 1차교섭 역시 예정대로 진행될 지 여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노사양측이 산별교섭을 둘러싸고 상당기간의 힘겨루기를 벌인 뒤에나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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