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주총, 기관 '기죽어'-소액주주 '기살어'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2008.03.2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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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스톡옵션 폐지, 축제분위기 주총도

지난해 1년 '농사'를 결산하고,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하는 12월 결산 상장사의 정기 주주총회가 대부분 마무리됐다.

올해 주총에서는 △기관의 잇단 참패 △소액주주의 커진 발언권 △은행권 스톡옵션 폐지 △축제분위기의 이색 주총 등이 눈길 끄는 변화였다.

삼성전자 (63,100원 ▼1,300 -2.02%) 등 매해 관심의 중심에 섰던 대기업들의 주총도 별다른 소동없이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28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사 중 99.8%가 주총을 끝낸 가운데 오는 31일 16개사만이 주총을 남겨두고 있다.

◇기관, 목소리는 커졌지만…=자산운용사와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는 전년대비 40% 이상 크게 늘었다. 하지만 정작 힘은 발휘하지 못해 아직까지 상징적 의미를 넘지 못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큰손' 국민연금이 반대해 관심을 모았던 현대차 (246,000원 ▲9,000 +3.80%) 정몽구 회장의 재선임안은 국민연금의 주총 불참으로 싱겁게 통과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서울음반 (99,900원 ▲800 +0.8%)이 음반사업을 분리 매각하려는 계획에 반대했고, 교보투신운용은 이사들의 연봉을 두 배 가량 올리겠다는 농심 (386,500원 0.00%)의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원안대로 통과됐다.

대한전선 (11,410원 ▲140 +1.24%) 주총에서는 동부자산운용이 사외이사 재선임에 반대했지만 원안대로 통과됐다.


삼부토건 (599원 ▲7 +1.18%)은 2대주주인 랙시파트너스가 사외이사를 추천했지만 표대결 끝에 랙시 측의 이사회 진출이 무산됐다.

기업지배구조펀드도 쓴 잔을 마셨다.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속칭 장하성펀드)는 벽산건설 (0원 %)대한제분 (139,100원 ▼400 -0.29%), 성지건설 (671원 ▲116 +20.9%) 주총에서 감사선임 안건 등을 놓고 회사측과 표대결을 했으나 모두 참패했다. 하지만 한국전기초자 주총에서는 장 펀드측 후보가 감사로 선임됐다.

◇소액주주, 일부 승리=일부 코스닥 기업에서는 소액주주 요구에 따라 주요 의사 결정이 바뀌었다. 하지만 회사측과 일부 주주간 과격한 행동이 오가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텔로드 (810원 ▲7 +0.87%) 주총에서는 소액주주의 반대로 대표이사 선임안건과 감사 재선임건이 무산됐다.



웹젠 (16,760원 ▲30 +0.18%)은 소액주주연대와 네오웨이브, 라이브플렉스 등 '연합군' 측이 내세운 이사 및 감사 후보들이 투표 결과 단 한 명도 선임되지 못했다. 특히 웹젠 주총은 경영진들의 경영부실을 묻는 주주들과 진행요원들간의 거친 몸싸움으로 경찰까지 동원되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루보 주총도 파국으로 치달았다. 회사측 용역 요원들과 주총장에 들어가려는 최대주주 측 주주들과의 몸싸움이 벌어져 최종민 이사가 구급차에 실려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양측의 신경전 속에 소액주주들마저 주총에 참석하지 못해 루보의 주총은 '반쪽 주총'이 돼 버렸다.

◇오너일가·신임 경영진 선임 잇따라=주요 대기업들의 오너 일가와 신임 경영진에 대한 선임도 잇따랐다.



기아차 (103,500원 ▲3,000 +2.99%)는 정몽구 회장의 장자인 정의선 사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고, 김익환 부회장을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당초 국민연금이 반대의사를 던져 관심을 끌었던 두산인프라코어 (7,000원 ▼20 -0.28%)의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의 재선임건은 30분도 안돼 통과됐다.

두산중공업 (18,710원 ▲550 +3.03%)은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 일부 소액주주들이 문제를 삼고 나섰지만 99.8%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CJ홈쇼핑 (71,600원 ▲200 +0.28%)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건을, 현대백화점 (48,250원 ▼650 -1.33%)은 정지선 회장의 이사 재선임건을 무난히 통과시켰다.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도 등기이사에 재선임됐고 현대상선 (17,310원 ▲450 +2.67%)은 최근 영입한 김성만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한진 (19,400원 ▼100 -0.51%)은 조양호 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 건과 외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상무의 등기이사 선임 건이 무난히 통과됐다.



◇은행 스톡옵션 폐지 '붐'=은행들의 스톡옵션(stock option·주식매수선택권) 폐지안건도 주총에서 잇따라 통과됐다.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수익창출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않는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에게 스톡옵션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신한금융지주는 경영진 46명에게 55만여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하되 사외이사·감사는 부여 대상에서 제외했으며, 하나금융지주도 사외이사와 감사를 스톡옵션 부여대상에서 제외했다. 외환은행 (0원 %)도 집행부행장과 상무, 본부장급에게만 스톡옵션을 부여키로 했다.



국민은행은 이미 지난해 스톡옵션제도를 폐지하고 올해부터 스톡그랜트 제도의 일종인 성과연동주식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따분한 주총은 가라!..이색주총=주주들을 배려한 이색 주총도 눈에 띄었다.

남대문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렸던 신한지주의 주총장 옆에는 주주들의 배당금을 쉽게 찾아갈수 찾아갈 수 있도록 간이 은행이 설치됐다.



LG디스플레이 (11,090원 ▲570 +5.42%) 주총도 파격적이었다. 장소는 딱딱한 분의기의 대강당이 아니라 파주 공장의 게스트하우스였고, 안건은 의사봉 없이 박수로 통과시켰다. 다과가 준비된 원형 탁자에 앉은 주주들은 권영수 사장으로부터 직접 경영계획을 들었다. 주총 이후에는 공장 견학에 이어 점심식사까지 제공됐다.

풀무원 (10,670원 ▼160 -1.48%)은 서울 예장동 '문학의 집·서울'에서 토크쇼를 연상케 하는 주총을 열었다. '열린 토론회'를 통해 온라인 고객 설문조사로 선정된 주제에 대해 주주와 의견을 나누고, 풀무원 신제품과 유기농 제품으로 만든 '로하스 런치'가 제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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