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교육분권은 빛좋은 개살구"(상보)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8.03.2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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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총 주최 토론회 "교육정책 방향 옳지만 보완 과제 많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지만 교육정책만큼은 여전히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많다.

24일 교총회관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방향과 과제' 토론회에서도 다수의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새 정부 교육정책은 이러이러한 것으로 이해한다'는 전제 하에 '말'을 풀어나갔다.

행사 주최자인 한국교총이 새 정부 교육정책에 '비판적 지지' 입장을 견지 중이어서인지 전반적으로 새 정부 교육정책 방향이 옳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몇몇 사안에 있어서는 보완하거나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 "'경제 위한 교육' 발상은 위험" = 이날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는 '새정부 교육정책의 이념과 철학'이라는 제목의 기조강연에서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 교육관이 오히려 교육 선진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로 교육학자인 박 교수는 "일반적으로 교육을 보는 시각은 기능적 시각, 목적론적 시각, 조작적 시각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고 소개한 뒤 "새 정부의 실용주의 교육철학은 기능적 시각을 강조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국가발전과 경제성장이라는 목적달성을 위한 도구로서 교육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

그는 "실용주의에 입각한 교육정책의 이념과 철학이 개인적 이기주의나 현안 중심의 문제 해결에만 몰입할 경우 교육의 선진화에 또 다른 큰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를 들어 국가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실용교육과 과학기술 연구개발에만 집중하고, 또 이를 위해 학업성취도 향상, 성과에 따른 차등지원 등 '경쟁'이라는 단일 잣대만 강조될 경우 오히려 다양성과 자율성이라는 새 정부 교육철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보는 입장에 따라 실용주의는 비전이 부족하고, 자유주의는 공동체주의를 약화시키며, 경쟁을 통한 효율성은 과정의 중요성을 소홀히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교육의 기능적 시각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것 또한 진리탐구와 자아실현, 민주시민 계발과 전인교육 등 교육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립되는 시각 중 어느 하나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시각이 조화를 이뤄 나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교육계 안팎에 충고했다.



◇ "교육분권, 빛 좋은 개살구" = 이명박 정부의 교육분권 약속이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과학기술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을 보면 실·국·과·담당관의 명칭이 바뀌었을 뿐 각 과와 담당관의 업무분장 내역은 종전과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과부는 지난 3일 '4실5국72과' 직제개편과 본부정원 173명 감소 내용이 담긴 시행규칙안을 최종 확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송 교수는 "조직이 줄어든 것을 제외하고는 초중등교육의 지방이양과 자율화 의지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고 혹평했다.

조직의 통폐합으로 분장업무 조정이 많아 단시간내 종합 대조하기는 어려웠지만 초중등교육업무와 고등교육업무만 대조해 본 결과 많은 변화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

송 교수는 "학교정책국 학교제도기획과장의 분장사무와 교육복지기획과장의 분장사무 일부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지방교육혁신과장과 교육복지정책과장의 분장사무를 합해 놓은 것과 많은 차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전문대학지원과장의 분장사무는 종전의 전문대학정책과장의 분장사무를 그대로 옮겨 놓았고, 대학제도과장의 업무도 종전의 대학정책과장, 대학학무과장, 대학구조개혁팀장의 업무와 많이 다르지 않다"며 새 정부의 교육분권 의지를 의심했다.

◇ "자립형 사립고는 특권학교? 특색학교?" = 새 정부 교육정책 입안에 직접 참여한 김성열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몇몇 필요 보완책을 제시하며 애정어린 비판을 가했다.

김 교수는 "자립형 사립고 등 학교 운영의 자율화와 다양화 정책이 특권적 지위를 갖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특색있는 학교 만들기로 연결되도록 정교한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책추진에 필요한 예산 추계 및 확보방안을 구체화시키고 초중등교육정책과 대학입학전형제도의 변화를 패키지로 추진할 것도 주문했다.

강병운 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 소장 또한 "충분한 대학재정 없이는 주어진 대학자율권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며 "고등교육정책과제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정부의 지원예산 규모를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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