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의 날, 펀드의 '참패'

배성민,강미선,김유경,김동하 기자 2008.03.2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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張펀드 벽산건설·대한제분·성지건설 모두 '敗'

21일 주주총회의 날에서 경영진과 사모펀드와의 '표 대결'이 모두 경영진 측의 싱거운 승리로 끝났다.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속칭 장하성펀드)는 21일 벽산건설과 대한제분, 성지건설 주주총회에서 회사측과의 표대결을 펼쳤으나 모두 참패했다.

이에따라 현 경영진은 모두 회사측이 추천한 감사 후보를 선임했고, 장하성펀드는 '트로이의 목마'격인 감사를 적진에 투입시키는데 실패했다.



▲21일 벽산건설 주주총회에서 회사측과 張펀드측이<br>
검표작업을 하고 있다.▲21일 벽산건설 주주총회에서 회사측과 張펀드측이
검표작업을 하고 있다.


벽산건설의 경우 박빙의 승부가 연출됐다. 회사측 추천인사인 김용세씨(현 감사)에 대해서는 52.6%가 찬성했고, 장하성펀드 추천인사인 조현승씨(현 올카인즈 대표이사)는 47.3%의 찬성을 얻는데 머물렀다.

장하성펀드는 대한제분 (139,100원 ▼400 -0.29%)의 주주총회에서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회사측이 제안한 '감사 3명 이하 제한' 정관변경안이 79%의 찬성으로 통과됨에 따라 장하성펀드측과 알리안츠운용이 요구했던 신규 감사선임안이 줄줄이 무산됐다.



당초 장하성펀드측은 이우찬 다산 회계법인 컨설턴트를, 알리안츠측은 유정근 동남회계법인 회계사를 신규 감사로 선임할 것을 제안했다.

회사측이 제안한 배재욱, 김선찬씨의 사외이사선임안도 장펀드와 알리안츠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79%의 찬성으로 가볍게 통과됐다.

또 알리안츠운용이 제안하고 장하성펀드측이 지지한 주당 1만2000원의 현금배당안도 부결됐다. 대신 이사회의 원안인 주당 3000원 배당안이 84%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성지건설의 경우 장하성펀드의 '사실상의 찬성'속에서 새 경영진인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 측의 의도대로 무난히 끝이 났다.

성지건설은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아들인 박경원, 박중원씨와 윤양호 두산건설 상무, 이상국 나래환경산업 대표 등 4인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감사 역시 경영진이 후보로 내세운 이규방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이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속칭 장하성 펀드) 측에서 추천한 배상환 후보를 누르고 선임됐다.

이로써 3월초 삼양제넥스 사외이사에 조성하 고려대 명예교수를 선임하고, 동원개발과의 지배구조개선에 합의하는 등 주총시즌을 순조롭게 출발했던 장하성펀드에 급제동이 걸렸다.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 고문을 맡고 있는 장하성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장은 벽산건설 주총과 관련, "앞으로도 필요한 조치를 계속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다만 성지건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았다"며 "새로운 경영진인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 측의 의지를 긍정적으로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장하성 펀드에 대해 기업지배구조 관련 자문을 맞고 있는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변호사)는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실패했지만, 앞으로도 주주권을 행사할 방법은 많이 있다"며 "(벽산건설 및 대한제분이)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삼부토건 (599원 ▲7 +1.18%)주총에서는 '해외판 장하성펀드'로 불리는 렉시파트너스가 사외이사 선임에 실패했다. 이날 주총에서 회사 측이 추천한 홍원표 기존 사외이사는 84.25%(482만5194주) 득표로 재선임됐다.



앞서 지난 19일 샘표식품 주주총회에서도 지분 29.97%를 확보하고 있는 사모펀드 마르스1호가 고유창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실패했다.

이래저래 2008년 주총시즌은 '펀드의 수난시대'로 이미지를 굳혀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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