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이상 정황 만으로 '살인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으로 형사사건에서 증거재판주의(사실관계 인정은 반드시 증거에 따르는 것)를 강조한 판결로 해석된다.
한씨는 2005년 9월, 혼인신고를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거녀 A씨를 자신의 승합차에 감금.폭행하고 같은해 12월에는 동생과 자신의 관계를 반대하던 A씨 언니를 납치한 뒤 살해,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2심은 살인죄를 유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실종 후 2년 가까이 아무런 생존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피해자가 동거녀와 피고인의 동거를 반대해 강한 증오심을 갖고 있었고 공범에게 청부폭력을 부탁하거나 치밀하게 범행을 모의한 정황이 분명하다"며 한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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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대법원은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고인은 범행 전체를 부인하고 있다"며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것이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돼야 피고인의 살인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관련자들의 진술 내용과 공소사실로 제시된 증거, 사건 당시의 기록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객관적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며 "따라서 원심은 이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