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공직자 머슴' 발언 왜 나왔나?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8.03.1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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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솔선수범 촉구,흐트러진 공직사회 경고 의미도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정부 부처중 처음으로 기획재정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들었다.
대한민국호의 경제 컨트롤 타워인 기획재정부인 만큼 보고범위도 경제성장,물가관리,규제완화,감세,국제수지 등 방대했다.

'경제살리기'를 표방하고 출범한 정권인데다 취임초부터 세계 경기침체와 물가급등 등 경제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어 보고 내내 분위기는 심각했다. 특히 '머슴론' 등 작심하고 나선 듯한 대통령의 강성발언은 회의장을 얼어붙게 했다.



머슴론,철밥통론=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공직자는 국민을 위한 서번트(servant), 쉽게 말해 머슴인데, 말은 머슴이라고 하면서도 국민에게 머슴역할을 제대로 했나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인인 국민보다 일찍 일어나는게 머슴이 할 일인데도 머슴이 주인보다 늦게 일어나서야 되겠냐"고 꼬집었다.

대통령의 비판은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직사회를 정조준했다. "재정에 위기가 오고, 경제성장 떨어지고 일자리 줄어도 여러분은 신분보장이 된다. 그래서 감원도 안되고 봉급이 안나올 염려도 없다. 국민이 정말 아파하는 것을 체감하지 못하다 보니 10년,20년전 정책을 내놓고 같은 이야기만 한다. 1조가 들어갈 사업에 2조,3조가 들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런 정신으로 공직자들이 어떻게 살아남을수 있겠냐"까지 말했다.



당초 2-3분으로 예정됐던 대통령 모두발언이 10분을 훨씬 지나 15분이 넘도록 이어지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숙연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회의에 배석했던 한 국장은 "초기에 공직사회 분위기를 잡기 위해 일부러 센 발언을 하신 것 같다. 공무원들이 스스로 쇄신하라는 의미로 들었다"고 털어놨다.

업무보고 이후 국정현안을 놓고 2시간여에 걸쳐 벌어진 토론에서도 공직사회의 개혁과 변화를 촉구하는 대통령의 발언은 이어졌다. "법 핑계 대지 말고 공직자 자세만 달라져도 규제의 50%는 줄일수 있다" "부처간 의견이 다르면 장관들이 밤을 새워서라도 결론을 내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달라"

모피아,관료집단 군기잡기=이날 대통령의 작심발언은 정부부처중 첫 업무보고라는 점과 과거 모피아(MOFIA, 재무부(MOF)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불릴 정도로 관료집단의 본산인 기획재정부를 겨냥한 군기잡기로 해석된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 '머슴론'을 제기한 이유는 공직자가 변해야 나라가 발전하고 선진일류국가로 도약할수 있는 만큼 솔선수범하라는 의미로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획재정부가 국가 예산을 조정하는 '큰 머슴'이라는 점에서 공직자의 마음가짐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새벽출근,노 세터데이(No Saturday) 등 취임후 몰아치고 있는 강행군과 관련, 공직사회 일부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반발 움직임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공무원노조를 중심으로 이명박 정부가 요구하는 과도한 업무가 '오전 9시 출근,오후 6시 퇴근,주당 40시간 근무 '를 명시한 공무원 복무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도 장,차관과 국장,과장급까지는 조기출근에 동참하고 있지만 공직사회의 손발이라고 할 사무관들은 호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오늘 발언은 공직자들이 변화와 개혁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기존의 무사안일과 타성에 젖은 관습을 벗어나라는 강한 경고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주인보다 늦게 일어나는 머슴이 머슴이라고 할수 있냐"는 대통령의 발언의 이면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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