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잠망경]'최시중號' 방통위 과제

윤미경 기자 2008.03.0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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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정통부, 공공성+경쟁 화학적융합 관건

↑ 최시중 방통위원장 내정자↑ 최시중 방통위원장 내정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29일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공표되면서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아직 조직골격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어정쩡한 상태다. 2일 내정된 최시중 초대위원장이 청문회를 거치고, 4명의 상임위원까지 선임하려면 적어도 보름 이상 걸릴 전망이다. 그때까지 방통위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손을 놓고 있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방통위는 당분간 업무공백 상태에 빠지게 됐다. 그러나 정작 걱정스러운 것은 업무공백이 아니다. 업무공백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이지만, 이질적인 두 진영이 합쳐지면서 발생하는 문화적 충돌로 인한 불협화음이 더 걱정이다.



단순히 공무원 조직인 정보통신부와 민간 조직인 방송위원회 직원간의 갈등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방송계와 통신업계의 이질적인 문화를 방통위가 소화해서 새로운 문화로 재창출해야 하는데, 그러기까지 적잖은 진통을 겪어야 할 것같기 때문이다.

방송계는 최우선 과제로 '공공성과 독립성'을 꼽는다. 반면, 통신업계는 '시장경쟁'을 원칙으로 내세운다. 생존법칙이 다른 두 집단을 어떤 합리적인 정책과 규제틀로 담아낼 것인지가 방통위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통신시장은 도매규제를 통해 소매규제를 완화하고 유무선 역무를 단일화하는 등 그동안 나름대로 규제틀을 재정비했다. 이 내용을 담은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물론 방송시장도 케이블TV방송사의 소유겸영 완화 등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마련중이지만, 이것은 큰틀에서 보면 미시적 조정작업에 불과하다.

따라서 방통위는 앞으로 21세기 뉴미디어를 총괄하는 조직답게, 디지털 컨버전스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합리적인 틀을 마련해야 한다. 공정한 경쟁을 통한 소비자편익증대는 물론 관련기술과 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방안,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미디어의 공익성까지 보장해야 한다. 결코 쉽지않은 과제들이다.

방통위를 구성하는 4명의 상임위원은 전문성보다 정체성이 인선을 좌우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방송과 통신 그리고 여야의 '나눠먹기'로 구성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방통위는 대통령 직속기구다. 이로 인해 방통위는 출발부터 불거진 '정치적 독립' 논란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떠안고 있다.


현재 방송시장은 통신시장 못지않게, 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다. 2013년부터 무조건 디지털방송을 송출해야 하기 때문에 디지털전환에 따른 재정 부담이 막대하다. 당장 TV수신료 인상을 비롯해 공영방송의 민영화 문제가 거론된다. 고작 10조원으로 나눠먹는 시장에서 외부자본을 끌어들이지 않는다면, 신수익원을 창출하는 방법은 이 길밖에 없는 탓이다.

초기 방통위의 고민도 여기서 출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방향으로 전파되는 방송시대는 저물고 있다. 방송도 통신처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디지털로 진화하기 때문에 방송은 통신과 동일한 시장에서 일대 접전을 치뤄야 할 운명이다. 따라서 방통위는 우선 통신시장보다 여러 면에서 열악한 상황에 놓인 방송시장을 어떤 방식으로 재정비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통신시장의 '경쟁' 잣대로 방송시장을 무조건 재단하다간, 엄청난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따라서 '경쟁'을 적용시킬 상업방송과 '의무 전송'할 공영방송부터 구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방통위가 방송계와 엄청난 불협화음을 겪게 될 것이다.

어쨌거나 방통위는 앞으로 수많은 이해관계속에 벌어지는 모든 갈등을 뚫고 새로운 미디어 지형을 그려내야 한다. 문화적 바탕이 다른 '공공성'과 '경쟁'의 잣대를 하나로 융합하는 것 역시 방통위의 몫이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방송위와 정통부 출신 꼬리표부터 떼고, 하나된 조직문화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차세대 미디어 융합시장을 이끌어갈 방통위의 '저력'이 될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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