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악재 첩첩'..이틀째↓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02.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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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지표들과 금융시장 불안요인이 부각되면서 뉴욕 증시가 이틀째 뒷걸음질쳤다.

2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지수는 전일대비 112.83포인트(0.89%) 떨어진 1만2581.45를, S&P500지수는 12.34포인트(0.89%) 밀린 1367.68을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는 27.21포인트(0.94%) 내린 2331.57로 마감했다.

지난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5년래 최저치를 기록, 시장의 예상치를 훨씬 밑돌고, 고용시장이 침체되는 등 경기관련 우려가 깊어졌다. 달러는 연일 최저치인데다 원유가는 사상 최고행진을 기록, 고물가속에 경기침체가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알트에이 모기지 부실로 인해 금융기관 실적이 급락하고 증시에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충격파를 줬다.



특히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상원금융위원회에 출석,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을 거론하고 은행들이 추가로 문을 닫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금융불안이 더욱 커졌다.

모간 키간의 채권담당 이사 케빈 기디스는 "경기악화의 현실화가 일반 가정에까지 미치고 있다"며 이날 하락의 원인이 경기침체 우려와 관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 버냉키 발언, '알트에이' 마진콜, 금융권 '악재 첩첩'

금융주에 충격을 주는 재료가 잇따랐다.
버냉키 의장은 상원에 출석,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투자자들은 은행의 부도가능성에 대한 언급에 주목했다.
버냉키 의장은 대형 은행은 자기자본비율이 양호하고 문제를 해결할 만큼 충분한 자금을 가지고 있지만 일부 은행은 자본 조달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지난해 8월 이후 미국에서는 소형 은행 3개가 문을 닫은 바 있다.

알트에이 모기지 부실이 서브프라임에 이어 금융권을 강타할 기세다.
미국의 모기지 회사인 손버그는 28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14일 이후 3억달러에 달하는 마진콜(담보부족분 충족요구)에 직면해왔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추가 마진콜을 감당할 현금이 고갈돼 자산매각이 필요할 것임을 밝혔다.
손버그는 지난 1월말 이후 알트에이 모기지를 근거로 자사가 발행한 채권 가치가 10∼15% 급락, 채권을 매입한 기관들로부터 마진콜을 당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버그 주가는 이날 전날에 비해 15.42% 급락한채 마감했다.
미국 최대은행인 뱅크오브 아메리카 주가가 전날에 비해 1.32달러 하락한 41.56달러로 마감하는 등, 금융주가 일제히 약세를 기록했다.

AIG역시 4% 밀려나면서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AIG는 5년만에 처음으로 분기실적이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프레디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손실액이 전년동기 4억100만달러(주당 73센트)에서 24억5000만달러(주당 3.97달러)로 늘었다고 밝혔다. 사상 최대의 분기 손실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로 곤두박질치던 주가는 한때 상승반전했으나 결국 2.3% 하락마감했다.

골드만삭스는 주택담보 가계자금 대출(home-equity loan)과 관련해 자산 상각이 예상된다며 JP모간의 올해 주당 순익 전망치를 당초 3.44달러에서 3.3달러로 내렸다. JP모간의 주식에 대해선 '중립'을 부여했다. 메릴린치도 JP모간이 올해 주당 3.83달러의 순익을 올릴 것이라며 기존 예상치 4.07달러에서 낮추고, 투자의견으로 '중립'을 유지했다. JP모간 주가는 4.44% 내려앉았다.

◇ 실적, 유가 따라 희비



실적이 뒷받침되는 버라이존과 AT&T가 각각 2.2% 상승하며 다우지수 하락을 막았다. 반면 경쟁사인 스프린트는 이날 최악의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가 급락했다.

미국 3위 무선통신사인 스프린트 넥스텔은 이날 지난 4분기 295억달러, 주당 10.36달러의 순손실을 기록, 적자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매출액 역시 5.7% 감소한 98억5000만달러에 머물렀다. 주가는 전날에 비해 9.6% 급락했다.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유가 덕에 에너지 관련주는 강보합권을 유지했다. 셰브론은 0.9% 상승했고 엑손모바일은 보합세였다. 이라크 전쟁 최대 수혜주인 헬리버튼이 4.3% 오른데 힘입어 필라델피아 오일서비스 인덱스는 1.9% 올라섰다.
천연가스 관련주 중에는 아파치가 5.2%, XTO에너지가 4.1% 급등했다.



이날 국제유가는 종가기준으로 처음 배럴당 102달러를 돌파했다.

달러가치가 주요 통화대비 지속적으로 추락하면서 달러화로 거래되는 유가는 상대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유로 1.52달러를 돌파하며 지난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투기적 수요가 가세하면서 유가 급등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소요사태로 생산시설이 일부 가동중단되면서 우려가 상승세를 더욱 가속화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4월물 가격은 전날에 비해 2.95달러 오른 102.59달러로 마감했다.장종료 직전 102.64달러까지 올라 장중 최고 기록도 경신했다.



◇ 연일 계속되는 '침체' 경고음

지난해 4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 수정치는 잠정치와 동일한 0.6%으로 나타났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조사한 전문가 예상 증가율 0.8%를 밑도는 것으로, 2002년 이후 최저치다. 지난 3분기 4.9% 성장했던 것을 감안하면 미국 경제의 성장세는 수직으로 꺾였다. 이로써 지난해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연 2.2%로 지난 2002년 이후 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주 신규실업수당 청구자수는 전주보다 1만9000명 증가한 37만3000명으로 집계돼 블룸버그통신이 조사한 전문가 예상치 35만명을 상회했다. 고용시장까지 둔화하며 미 경제가 침체 수순을 밟아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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