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 벼랑끝 신구건설 '구세주'

더벨 김동희 기자 2008.02.2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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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무리수 써가며 시한연장..대한전선이 자금지원

이 기사는 02월27일(12:1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신구건설은 결제 최종 마감시간인 26일 오후 5시까지도 돌아온 어음을 막지 못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돈을 넣겠다는 약속만 믿고 오후 6시에서, 다시 오후 7시30분으로 계속 시한을 연장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26일 자정이 됐지만 입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실상 금융결제원에 통보해 당좌거래정지 처분을 받도록 하는 형식적 절차만 남은 셈이었다.

그러나 신구건설은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금융결제원 어음교환부에 오전 9시 2분 신한은행 방배동 지점장 명의로 부도어음입금 통지서가 팩스로 도착한 것이다. 그 팩스 한장이 금융결제원의 거래정지처분을 막았다.



실제 신구건설이 신한은행에 입금을 완료한 시간은 오전 9시 2분 보다 늦었다. 시간상으로 금융결제원에 팩스가 도착한 이후였다. 신한은행측은 "신구건설이 입금을 마친 시간은 9시 5분경이었다"며 "알아보니 팩시밀리에 내장된 시계에 오류가 있어 금융결제원에 팩스로 보낸 부도어음입금 통지서에 찍힌 시간이 잘못됐다"고 해명했다.

대한전선, 벼랑끝 신구건설 '구세주'


신구건설을 최종 부도에서 건져낸 구세주는 대한전선 (18,360원 ▼220 -1.18%)이었다. 부도를 막아주기로 한 대한전선은 마지막 순간까지 신구건설의 애를 태웠다. 결국 자금지원 규모의 3배에 달하는 담보를 확보하고 나서야 낭떠러지 끝에 걸린 신구건설을 끌어올렸다.

신구건설의 위기는 총 17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한 지난 25일 시작된다. 신한은행 방배역지점으로 만기돌아온 어음 7억원과 우리은행 이수역지점으로 돌아온 어음 10억원이 문제였다. 부도 규모가 크지 않아 아무도 최종 부도를 예상하지 않았지만 자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신구건설은 판교신도시 등의 우량 사업장 매각이라는 히든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자금이 결제되기까지 피가 마르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대한전선은 26일 오후 자금 지원을 약속했지만 입금을 미루며 관계자들을 긴장시켰다. 사업장 매각조건을 줄기차게 수정했다.

협상은 입금마감시한인 26일 자정까지도 타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27일 새벽 무렵부터 문제의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했다. 대한전선측은 부도어음 입금일이 지났어도 금융결제원이 당좌거래정지 조치를 보류해줄 수 있다면 자금 25억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신한은행은 금결원의 업무가 시작되는 9시 무렵, 관련 사실을 의뢰한 후 부도어음입금사실을 팩스로 통보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신구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한 검토를 통해 70억~80억원의 가치가 있는 사업장을 담보로 25억원을 빌려줬다"며 "신구건설이 부도가 날 경우 건설사를 인수하게 될 지 담보로 잡은 사업장만 인수할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과정에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신구건설의 수호천사가 됐다. 자금결제 의사를 밝혔다는 이유로 마감시간을 줄기차게 연장해줬을 뿐아니라 편법을 동원하며 지원했다.

1차 부도가 난 기업들은 보통 다음 은행 영업시간까지 자금을 입금해야 한다. 늦어도 금융결제원과의 전산이 작동하는 저녁 7시30분까지가 데드라인으로 통한다.

그러나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27일 10시까지 입금시간을 연장해줬다. 실제와 달리 부도어음 입금 날짜를 26일로 표기하면서까지 막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부도자금이 자정을 남겼지만 신구건설이 부도가 나지않은 것은 은행들의 역할이 컸다"며 "건설사 CEO 출신인 이명박 정부 출범부터 중소형건설사가 부도가 나는 건 부담일 수 밖에 없어 최대한 편의를 봐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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