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이 기가막혀 기왓장 인터넷경매

뉴시스 2008.02.17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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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100만원 매물로…제사상 차려 조의금 요구 '진풍경'

2008년 숭례문 화재 사건으로 온 국민이 실의에 빠져있는 이 순간,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어두운 자화상이 곳곳에서 드러나며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15일 한 누리꾼이 국내 유명 경매 사이트에 '숭례문 기와'를 경매 물품으로 올려 논란이 일었다.



그는 '숭례문 기와, 화재로 사라진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소유할 마지막 기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기왓장을 폐기물 처리장에서 수집했다며 경매 시작가 50만원에서 즉시구매가 100만원에 판매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른 누리꾼들이 판매 중지를 요구하자 이 누리꾼은 오히려 "국내에서 방해하면 일본에 팔겠다"며 협박했다.



또 한 누리꾼은 자신이 화재현장에서 주웠다며 갖고 있는 숭례문 기와 모두를 20만원에 판매할 테니 구매의향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내용의 글을 포털사이트 댓글에 올렸다가 많은 누리꾼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받기도 했다.

14일 오후에는 숭례문 앞 잔디광장에서 숭례문 화재를 애도하는 시민들을 상대로 조의금을 가로챈 정모씨(68.여)가 적발됐다. 정씨는 지난 11일부터 잔디광장에 제사상을 차려놓고 숭례문에 추모하러 온 사람들에게 "제사상이 부실하지 않느냐"며 조의금을 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고를 받고 온 경찰, 구청 관계자들과 정씨가 승강이를 벌이는 사이 또 다른 시민이 몰래 제사상 앞으로 다가가 그 위에 놓여 있던 돈을 주머니에 넣는 일도 발생했다.


16일 오전에는 숭례문 앞에서 '관악산 지킴이'라는 단체소속 50대 남성 3명이 화재 발생 전 숭례문의 온전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1장당 5000원을 받고 판매하다가 시민들의 항의를 받고 철수하는 소동이 있었다.

이에 대해 한 시민은 "숭례문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숭례문 화재로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고, 또 다른 시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숭례문 화재로 실의에 빠져있는 국민들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강력 비난했다.



국보 1호 숭례문의 소실로 많은 국민들이 아파하는 가운데 이를 상술에 이용하는 또 다른 모습들이 지켜보는 선량한 시민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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