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라인 버핏 제안에 시큰둥, 이유는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2.13 08:03
글자크기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등급 하향 위기에 직면한 채권보증업체(모노라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미 언론들이 "엉클 버핏이 모노라인 구호를 준비중"이라고 대서특필했을 정도로 중요한 소식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채권보증업체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싸늘했다. 다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노라인이 대체 왜 버핏의 구호 제안에 반가워하지 않을 것일까.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은 12일(현지시간) 버핏이 내건 조건들이 너무 곤란한 것들이기 때문에 채권보증업체들이 이를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최근 뉴욕시의 요청으로 채권보증업에 새로 진출했다. 기존 채권보증업체들이 등급 하향 조정의 위기에 처해있는 만큼 자금력이 풍부한 버크셔가 진입할 경우 충분히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버핏은 이에 더해 지난주 암박, MBIA, FGIC 등 채권보증업체들에게도 구원의 손길을 뻗쳤다. 버크셔가 이들이 보증한 지방정부의 채권(municipal bond)의 보증 책임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것.



암박과 MBIA는 버핏의 제안에 대해 거부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FGIC도 이를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포천은 채권보증업체들은 버크셔의 제안을 구원의 손길로 느끼기보다 자신들을 먹이나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판단했으며, 이러한 딜을 받아들일 정도로 아직 절박한 상황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특히 채권보증업체들이 파생금융상품을 바탕으로한 채권 보증 부문에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정부채권은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버핏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버크셔는 "이번 제안이 신용평가기업들의 등급 하향 위험에 직면해 있는 채권보증업체들이 고유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크셔의 이번 제안은 60억달러 상당의 불로소득(채권보증업체들이 채권발행 시정부로부터 벌어들인 것이지만 매출로 인식되지 않는 소득, unearned premium)과 30억달러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이다. 버크셔 재보험의 사장인 아짓 제인에 따르면 버크셔는 불로소득 보유액의 150%에 달하는 프리미엄 지급을 요구했으며, 이러한 조건은 너무 지나치다는 불만을 샀다.


특히 제인 사장은 채권보증업체들이 그들의 'AAA'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싸더라도 버크셔의 딜을 감내할만 하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MBIA가 다른 방식으로 자금을 모으는 것보다는 우리가 제안한 것이 오히려 싸다"면서 "이는 MBIA의 주주들과 채권을 발행한 지방정부들에게도 좋을 것"이라는 내용을 편지에 썼다고 밝혔다.

그러나 MBIA의 경영진들과 주주들은 버크셔의 제안이 별 이득이 없다고 판단했다. 투자자들도 MBIA나 암박이 버크셔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결과 MBIA의 주가는 이날 15.3% 급락했다.

크레딧사이츠의 보험 연구 전문가인 롭 하인스는 "MBIA가 버핏의 제안을 거절한 회사였을 것"이라며 "MBIA는 독자적으로 생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MBIA는 올들어 20억달러의 신규자금을 확보하는 등 자금 보호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하인스는 "채권보증업체들이 버핏의 제안에 매력을 느끼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채권보증업체들이 버핏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백기를 들고 투항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다른 파생금융상품들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채는 유일하게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