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교감하면 추상화도 감흥 두배"

박정수 연일아트 대표 2008.02.2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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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미술품 투자와 감상법 ⑭추상화

“이게 뭐야, 내가 발가락으로 그려도 이것보다는 낫겠다.”

“추상화? 나도 몰라. 괴발개발 그려논 걸 내가 어찌 알겠어!”

흔히들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 추상화라고 이야기한다. 무엇을 그린 것 같기는 한데 무엇을 그린 것인지 모른다. 사람 얼굴 같기는 한데 도저히 사람 얼굴이라고 이해하기 어렵게 그려놓았다. 피카소는 어떤 물건의 특징을 더 잘 표현하고자 보이지 않는 사물의 뒷면까지 보이는 것으로 그려내었다. 평면에 입체를 그린 것이다. 이 역시 추상화이다.



꽃이면 무슨 꽃, 풍경이면 어떤 풍경인지에 익숙해져 있는 보통 사람들이 추상화를 감상하기에는 낯설 수밖에 없다. 보는 것이 우선된 교육을 받아 왔기 때문에 느끼는 것을 알아차리기 힘든 여건을 지녔음이다.

추상화(抽象畵, abstraction)는 주변의 사물들에 대해 개념이나 특징들을 파악하여 의미나 속성 따위를 추출하여 그려내는 그림이다. 때문에 추상화도 알고 보면 별로 어렵지 않다. 도시 발전에 따라 변하고 발전하는 고향 마을의 풍경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가도 변하지 않는 고향에 대한 향수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개발에 따라 고향이 사라졌다 할지라도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은 별개의 것으로 지속되기 때문에 별개의 마음을 추상으로 분리하여 그려내는 방식의 것이다. 보이지 않는 감성의 표현이다.

색깔이나 면 역시 기본적인 형태는 유지하고 있으나 실재의 것이 아닌 흩어지고 부서진 상태의 것으로 표현된다. 비구상(非具象)이라는 말도 있는데 비구상은 ‘사물의 형태가 존재하나 구체적이지 않다’라는 개념의 것으로 미술품에 대한 추상적 표현의 한 방식의 것이다.

추상화, 마음으로 다가서자. 어떤 추상화의 제목이 무제(untitle)라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작품들은 작가 자신도 특정할 수 없는 어떤 감흥을 그림으로 표현해 낸 것이므로 자신과의 교감이 없으면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된다.


추상화 감상의 포인트는 ‘무엇을 그렸을까’라는 것보다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가’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추위’, ‘짜증’, ‘첫사랑의 기분’ 등과 같은 추상적 감정들을 보이는 대상을 통해 그리는 방법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가의 입장에서 시작된 것이 추상이다.

누구나 가끔씩 최선을 다해 자신의 감정을 쥐어짜내어 표현하고 싶어진다. 몹시 화가 난 사람이 감정에 받혀 울분을 토해내듯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것, 숨이 목에 걸릴 때 까지 뛰어가는 것들은 감정의 외부 표현이다. 마찬가지로 추상이라는 것 역시 어떤 예술가가 사회에서 느끼는 감정을 감성이 가는대로 표현하는 행위인 것이다.



권기철의 ‘어이쿠 봄 간다’는 봄이라는 계절적 상황과 시간의 흐름에 대한 감정을 드러낸 작품이다. 청명하고 맑은 날씨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라는 일반적 생각을 알고 있으면서도 잠시의 여유조차 갖지 못하는 현대인의 일상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명쾌한 색상과 가벼운 감각 속에 현실의 냉냉함이 숨겨져 있음을 이해하면 된다.

권기철, 어이쿠 봄 간다. 장지에 채색, 90.9x60.6cm. 2007권기철, 어이쿠 봄 간다. 장지에 채색, 90.9x60.6cm.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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