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붕괴로 무료경비 KT텔레캅도 '뭇매'

머니투데이 윤미경 기자 2008.02.1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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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경비 맡은지 20일만에 무너진 숭례문에 "우린 어쩌나.."

숭례문 붕괴로 무료경비 KT텔레캅도 '뭇매'


610년 역사를 고스란히 버터온 숭례문이 어이없는 화재로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하면서 숭례문 야간경비를 책임지고 있는 KT텔레캅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KT텔레캅은 지난 1월 24일부터 에스원의 바통을 이어받아 야간에 숭례문 무인경비를 맡아왔다. 그러나 KT텔레캅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숭례문 야간경비를 전액 무료로 제공했던 것이 오히려 '화근'이 됐다.



올해 7월말까지 에스원이 숭례문 야간 무인경비를 맡기로 돼 있었지만, 문화재청은 계약기간이 끝나기도전에 담당업체를 KT텔레캅으로 바꿔버렸다. KT텔레캅으로 교체하면 에스원으로 지불되는 매달 30만원의 문화재청 예산을 아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에스원은 숭례문 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서울시 중구청에 수차례 영상관제시스템과 폐쇄회로(CCTV) 설치를 요구했지만 중구청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때문에 에스원의 바통을 이어받은 KT텔레캅도 1월말까지 적외선 감지기에만 의존한 채 야간에 숭례문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KT텔레캅도 영상관제시스템의 필요성을 느끼고 숭례문 복원공사가 마무리되는 2월말이나 3월초 자사의 영상보안시스템을 설치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 사이, 숭례문은 참혹하게 무너져내려버린 것이다.

KT텔레캅측은 "지난 1월 중구청이 무인경비시스템 보완요청을 해와 1월말에 적외선 감지기 6대와 폐쇄회로 4대를 설치했다"면서 "그러나 폐쇄회로 운영은 중구청이 맡았고, 우리는 숭례문 보수공사가 끝나는 2월말 영상보안서비스를 추가로 서비스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KT텔레캅 입장에선 기업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지난해 5월부터 문화재청과 손잡고 '1문화재 1지킴이' 운동을 펼쳤는데, 이번 참사로 기업 이미지가 되레 추락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KT텔레캅은 이번 화재로 배상책임까지 떠안게 됐다.


이 때문에 KT텔레캅도 하루아침에 초상집으로 변했다. 무인경비를 맡은지 20일밖에 안됐지만 경비허술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숭례문에 설치된 적외선 센서가 외부인 침입을 감지하고 경보음을 울리기 시작한 시각이 숭례문 화재신고를 받고 출동한 시간과 큰 차이가 없다. KT텔레캅이 경보음을 듣고 직원들이 출동하기 시작한 시간은 10일 오후 8시 47분경. 119 역시 이 시간대에 시민들의 화재신고를 접수하고 진압작전에 나섰다.

KT텔레캅은 10분만에 숭례문에 출동했지만 방화범으로 추정되는 외부인은 잡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KT텔레캅은 책임공방을 떠나 '국보1호도 지키지 못한 경비업체'로 낙인찍혀, 앞으로 기업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을 더 두려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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