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매각說..'일축' vs '글쎄'

더벨 김민열 기자, 이윤정 기자 2008.01.2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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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행장 전직원 이메일 "근거없다" 일축..매각시 6조 넘을듯

이 기사는 01월28일(13:46)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미국 씨티그룹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씨티은행을 매각할까.



연초부터 한국씨티은행 매각설이 제기되고 있다. 소문의 근거는 모 회사인 씨티그룹의 서브프라임 추가 손실 가능성에 따른 자금난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여파로 씨티그룹은 '07년 4분기 모기지 관련 상각액 181억 달러, 순손실 98억3000만달러'라는 사상 최악의 분기실적을 기록했다.



최근 매각설에 대해 한국씨티은행은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씨티그룹의 추가 잠재부실에 대한 경고가 지속되고 있어 최악의 경우 매각설이 소문으로만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씨티그룹 200억달러 추가 상각 가능성

지난해말부터 씨티그룹은 아시아와 중동지역 국부펀드 등 외부에서 총 30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수혈받았다. 아부다비투자청에서 75억달러를 조달한데 이어 싱가포르 정부, 쿠웨이트 투자청,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왕자로부터 145억달러를 빌렸다.


문제는 추가 발생 가능한 상각액의 규모를 감안할때 이같은 조달규모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데 있다.

한국씨티은행 매각說..'일축' vs '글쎄'


현지 언론(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씨티그룹의 추가 손실이 예상되는 총 자산은 1100억달러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서브프라임과 부채담보부증권(CDO) 370억달러, 자동차 대출 부문 200억달러, 자산 대출 부문 510억 달러의 자산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모건스탠리는 서브프라임과 부채담보부증권(CDO) 관련 자산의 80%가량을 부실처리한 반면 씨티그룹은 현재 상각규모가 36%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씨티그룹의 추가 손실 예상 자산(1100억원) 가운데 20%(220억달러) 정도가 상각 위기에 처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상각액을 웃도는 규모다.

씨티그룹은 전체 부채담보부증권 중 160억달러가 2006년 이전에 발행돼 담보자산의 가치가 비교적 높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추가 손실 가능성과 경영 악화에 대한 경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지분 매각설 근거 없는 소문"



최근 매각설과 관련, 하영구 행장은 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에서 열린 정례 연례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하 행장은 지난 22일 "한국씨티은행의 2차 구조조정설이나 지분매각설, 일부 영업분할 매각설 등의 근거 없는 루머가 잇달고 있다"며 "국내에서 떠도는 근거 없는 소문들에 동요되지 말고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밝혔다.

하 행장은 "씨티(본사)의 일시적 부진은 극히 제한된 비즈니스 영역에서 특정 문제에 기인한 것이었다"며 "증권화 된 자산의 재평가에 관한 문제여서 누구도 피해액을 정확히 얘기하기 힘든 이슈였던 '서브프라임'이라는 시스템 리스크에 대응해 비크람 팬디트 CEO는 취임 후 씨티 산하 구조화 투자전문회사(SIV) 부실자산을 씨티 회계에 반영하는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지난 해 4분기 결산에 상각 처리 규모가 당초 전망보다 크게 늘어났지만 씨티는 이 같은 결정과 실행을 기민하게 조치함으로써 시장에서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게 됐다고 덧붙였다.

하 행장은 "지난해 미국 이외의 국제 사업, 특히 아시아에서 씨티는 50%이상의 순익 증대를 이뤘으며 한국에서도 전년대비 30%를 웃도는 순익 증가를 실현하는 성공적인 한 해였다"며 "주식시장의 불안으로 투자상품판매 부문이 영향을 받고 있지만 전략대로 시너지 창출을 통한 차별화와 효율성 제고를 통해 지속적 성장을 이루자"고 당부했다.

한국씨티 매각시 6조원 넘을 듯...인수후보로 국민, 하나은행 등 거론



한국씨티은행의 이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매각설은 좀처럼 수그러 들지 않고 있다. "매각작업을 미국 본사에서 직접 관장하고 있다. 매각방식은 경영권을 가져가는 원매자에게 45~51%를 우선 매각하고, 잔여지분은 5~10%씩 분할 매각할 계획이다. 한국은 물론 폴란드 법인도 매각대상이다" 등 꽤 구체적인 소문들이 나돌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한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HSBC도 경우에 따라 협상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더해질 정도다.

소문이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씨티은행이 매력적인 '타켓'이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이 한미은행 인수를 공식 선언한 것은 지난 2004년2월23일. 당시 스티브 롱 씨티그룹 아시아ㆍ태평양 기업금융 대표(CEO)는 "주당 1만5500원으로 총3조1,800억원을 투입해 지분을 매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후 두달 뒤인 4월30일 씨티그룹은 공개매수를 통해 한미은행 지분 97.5%(칼라일 보유지분 36.6%+공개매수 지분 60.9%)을 매입했다.

한국씨티은행 매각說..'일축' vs '글쎄'
4년이 체 안된 지금 씨티그룹이 한국씨티은행을 팔 경우 매입금액의 두배가 넘는 최소 6조원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월말 현재 한국씨티은행의 순자산은 3조5700억원으로, 주당순자산비율(PBR)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할 경우 이 정도 금액은 가능해 보인다.



M&A업계 관계자는 "씨티그룹 입장에서 아시아 지역에서의 한국씨티은행이 중요한 수익기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인수 이후 성장성이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는데다 단기간에 필요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매력적인 대상이라는 점에서 매각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국씨티은행 매각은 본사의 자금유동성 문제와 맞물려 있다"며 "한국씨티는 물론 일본 법인 등 각국의 지분매각을 태핑 차원에서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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