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당선인은 23일 "대통합민주신당 등과 타협하지 말고 (정부개편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켜 달라. 통과되지 않으면 장관없이 갈 수밖에 없다"고 한나라당 원내대표에게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폐지 등에 대한 신당의 반발에도 개편안의 원안 통과 의지를 거듭 표명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손 대표가 이날 노 대통령과 이 당선인을 싸잡아 비판했다. 우선 노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대해 "적절치 못한 자세"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3자간 갈등의 이면에는 정국의 주도권을 쥐려는 저마다의 '전략적 판단'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당선인은 정부 조직개편을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보고 있다. 집권 초기부터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이명박표 행정부'가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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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이 당선인은 성공적인 국정 수행을 위해 반드시 취임 전 정부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개편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장관없이 갈 수밖에 없다"고 한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들린다. 노 대통령과 신당의 반발을 '발목잡기'로 규정하고 정부 개편안 원안 처리를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용'이라는 의미다.
노 대통령의 개편안 거부권 시사는 퇴임 직전까지 정국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강한 의사 표현으로 읽힌다. 노 대통령은 통일부와 여성가족부 등이 폐지되는 새 정부 조직 개편이 지난 10년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구권력의 몽니'라는 일각의 비판을 무릅쓰고 정부 개편안에 반발하고 나선 것도 퇴임 전까지 '발언권'을 유지하고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손 대표의 비판 발언 역시 의도는 한 가지다. 노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선 데는 원내 1당의 입장을 무시하고 대통령이 먼저 나서 거부권 행사를 내비쳤다는 불쾌감이 깔려 있다. 동시에 또 다시 노 대통령의 발언권이 커질 경우 신당의 존재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우상호 대변인은 "정부 개편안 처리 문제는 국회에서 한나라당과 상의해 우리의 입장을 반영할 문제인데도 퇴임하는 대통령이 왈가왈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당의 이런 기류에는 노 대통령과의 대립각이 '4.9 총선' 전략에도 불리할 게 없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