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세살때 언어발달, 학습 능력 좌우

이서경 경희의료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2008.01.2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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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경의 행복한아이 만들기 프로젝트]

재우(가명)는 만 5세로 발음을 알아듣기 어렵다는 문제로 병원을 방문했다. 그동안 엄마는 재우가 외국에서 2년간 살다 왔기 때문에 발음이 안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주변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좋아진다. 늦게 되는 애들도 있다”고 해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었으나, 유치원에서도 친구들과 의사소통이 힘들고 학습에도 지장이 생기자 걱정된 엄마가 데리고 온 것이다.



엄마는 재우가 발음만 안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재우를 진단해 본 결과 발음뿐만 아니라 언어의 이해와 표현 및 구문 능력 등 여러 분야에서 발달이 1년 반 정도로 늦음을 알 수 있었다. 엄마에게 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언어치료를 받게 했다. 재우가 조금 더 일찍 내원하였다면 치료가 더 수월하고 빨랐을 텐데, 현재 재우 상태로는 언어치료를 오랜 기간 받아야 했다.

언어를 배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모국어를 제대로 구사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나중에 학습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언어발달과 사고의 발달, 그리고 지능은 서로 연결이 되어 있다. 아이가 늦게 말한다고 지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언어가 발달하면 할수록 사고력이 더욱 빨리 향상되는 것은 사실이다.



외국의 연구를 살펴보면, 3세 때 언어 발달이 지연된 아이들이 초등학교,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지능과 읽기 능력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낮았다는 연구들이 많이 있다.

영국의 한 연구에서는 정상 지능을 가지고 4세 때 언어 발달 지연만 보인 아이들이 15세가 되었을 때 다른 아이들에 비해 단어획득 및 말하기, 쓰기, 읽기 등 모든 분야에서 언어 능력이 저하되어 있는 것을 관찰하였다고 하고, 특히 이 아이들 중 5~6세 때 언어가 정상 발달로 따라온 경우에도 단어 획득 양과 언어 이해 면에서는 다른 아이들과 똑같았으나, 음운 처리 능력이나 독서 및 작문 능력은 여전히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 하였다.

이런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어린 시절 특히 3세 때의 언어 발달 정도가 나중에 학습, 지능 등과 연관이 있는 것과 지연이 있다면 되도록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 언어 발달은 언제 어느 정도로 하는 것이 정상 범위일까.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 좀 더 빨리 또는 능숙하게 말을 하지 못 할 때 부모들은 걱정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정상 언어 발달은 개인의 차가 워낙 커서 어떤 아이는 세 살이 될 때까지 몇 단어 밖에 못 하다가 이후 수다스럽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 어떤 아이는 한 살이 되기 전에 여러 단어를 하다가 다음해에는 몇 단어 발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아이들은 18개월 정도에 말을 하기 시작해서 이후로 꾸준히 발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마냥 ‘아이가 언젠가는 하겠지.’ 라고 마음을 놓고 있다가는 재우처럼 너무 늦은 나이에 여러 가지 치료를 힘들게 받아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전문가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 생후 6개월 : 뒤에서 소리가 나도 눈이나 고개를 돌려 소리 나는 곳을 향하지 않는다.
■ 생후 10개월 : 이름을 불러도 반응하지 않는다.
■ 생후 15개월 : “안 돼”, “바이바이, 안녕”, “우유” 등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반응하지 않는다.
■ 생후 18개월 : 적어도 10개 이상의 단어를 몸짓으로도 사용하지 못 한다.
■ 생후 21개월 : “이리 온”, “엄마한테 줘” 등의 간단한 지시를 수행하지 못 한다.
■ 생후 24개월 : 신체 일부분을 가리키지 못하거나, 적어도 20개 이상의 단어를 말로 사용하지 못 한다.
■ 생후 30개월 : 아이가 하는 말을 엄마를 제외한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못 알아듣는다.
■ 생후 36개월 : 간단한 문장을 말하지 못하거나, 질문이 없거나, 제 3 자가 듣고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다.
■ 생후 40개월 : 종성을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한다. “꽃-->꼬”, “가방-->가반”
■ 생후 48개월 : 말을 너무 자주 더듬는다.

또한 어떠한 나이라도 단조롭게 모노톤으로 말하거나, 억양이 심하게 이상하거나, 지속적으로 너무 크거나 속삭이듯이 얘기하거나, 지속적으로 갈라진 목소리로 얘기할 때에는 반드시 소아정신과 전문의를 찾아 지능, 언어, 발달 전반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하고, 언어 치료 등의 정확한 치료 방침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가장 좋은 것은 연령대에 적절한 언어능력을 구사하도록 가정에서 상호 작용을 통한 풍부한 언어 자극을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다음에는 가정에서 아이의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방법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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