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급제나 무병장수, 다산의 의미를 담아 장식용 가리개나 병풍으로 활용하였다. 당시의 조선이나 중국에서의 정물화는 부귀다복(富貴多福)을 기원하는 그림이 유행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승업의 기명절지화가 유명한데 조선 후기에 유행하였던 책가도(冊架圖)와 민화(民畵)로 그려진 책거리 그림을 자신만의 독특한 필치로 그려낸 화가이다.
초기의 정물화는 꽃이나 과일을 그리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감정을 포함시키기 위해 해골이나 빈 술잔 등을 함께 그렸다. 그러다가 인상주의 시기를 지나면서 주변의 사물을 통해 작가 자신의 내면적 감성과 감정을 포함시켰다. 고흐는 정물을 통해 정신적 피폐함과 자신의 위태로운 상황을 재현하였으며 피카소는 사물에 대한 완벽한 재현을 위해 다각적 방향에서 바라보는 분석적 정물화를 그리기도 하였다.
우리는 미술시간에 과일과 꽃, 화병 등을 한번쯤은 그려본 기억이 있다. 그러나 미술선생님이 그리라고 해서 그렸을 뿐이지 왜 정물을 그려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정물화는 집안을 장식하는 예쁜 그림으로 이해되기 쉽고 미술품 투자를 위한 접근에는 다소 소원한 상태에 놓여지게 되었다.
정물화는 단순한 자연물을 연출에 의해 그려내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형태와 조합을 재발견 하여 사회와 호흡하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조성해 내는 방법이다. 장식을 위한 작품 매입이 아니라면 정물화에 담겨진 작가의 정신성을 파악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을 그렸느냐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어떤 의도를 지니고 그렸느냐에 대한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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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균 화백의 ‘명경지수(明鏡止水)’는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역설을 이야기하는 정물화이다. 그림으로 그려진 꽃이나 거울에 비춰진 꽃은 둘 다 진짜 꽃이 아니다. 자신과 자신을 바라보는 주변의 상황을 거울에 비춰지는 환영을 통해 현실에 대한 인간의 존재 가치를 이야기 한다.
정창균, 明鏡止水, 73*50㎝, Mixed media&Oil on Canvas,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