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금리 극약처방에도 하락

머니투데이 김병근 기자 2008.01.23 06:11
글자크기

예상밖 0.75%P 인하에 낙폭은 좁혀…추가인하 시사

뉴욕 증시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습적인 금리 인하에 힘입어 장 초반의 폭락세를 딛고 소폭 하락세로 마감했다.

2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다우존스지수는 전일대비 128.11포인트(1.06%) 하락한 1만1971.19로 마감했다. S&P500지수는 14.66포인트(1.11%) 떨어진 1310.53으로, 나스닥지수는 47.75포인트(2.04%) 밀린 2292.27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연준은 기준금리와 재할인율을 75bp씩 전격 인하했으나 장 초반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금리 인하가 경기 침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힘을 얻으면서 다우지수가 400포인트 이상 밀리는 등 3대 지수가 일제히 폭락한 것.



그러나 기습 조치의 효과가 뒤늦게 서서히 발휘되면서 금리 인하의 수혜주인 금융주가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고 모기지 업체들도 오름세를 타면서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 낙폭을 크게 줄였다. 투자의견을 등에 엎은 유통업체들의 강세도 낙폭 확대를 방어했다.

◇ 연준, 기준금리·재할인율 75bp씩 전격 인하.. 추가 인하 시사



연준은 개장 전 기준금리와 재할인율을 75bp씩 기습적으로 인하했다. 단일 인하폭으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통화정책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 최대 수준이다. 고유가와 식료품값 급등 등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 우려를 불식시켜 시장을 진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

연준은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4.25%에서 3.5%로 75bp 인하한다고 밝혔다. 재할인율도 4%로 75bp 낮췄다. 연준이 응급 처방에 나서기는 2001년 이후 처음이다. 당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오는 30일 개최될 예정이었다.

연준은 "단기 자금 시장의 압박은 다소 완화됐지만 전체적인 금융 시장의 여건은 계속해서 악화돼고 있다"며 "경제 전망이 악화되고 있고 성장 하향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긴급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상존하는 가운데 연준이 금리를 75bp나 전격 하향한 것은 그만큼 미국 경제의 여건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조치가 8대1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이뤄졌다는 점은 미국 경제에 대한 연준의 진단을 여실히 드러낸다. 루이스 연방은행의 윌리엄 풀 총재만이 "30일까지 기다리자"며 금리 인하에 반대했다.



연준은 한발 더 나아갔다. 연준은 "상당 수준의 경기 하향 리스크가 남아있다"며 "금융시장을 비롯한 경제 전망의 과정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리스크를 수정할 필요가 있을 경우 적절한 방식으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해 추가 금리 인하도 시사했다.

◇ 그로스 "금리인하, 美 경제에 대한 슬픈 고백"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경영자(CEO)는 기습적인 금리 인화를 두고 "미국 경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슬픈 고백"이라고 표현했다. 그로스는 "연준이 정례 회의를 8일 앞두고 주식시장을 구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려야만 했던 것은 (미국 경제 상태에 대한) 슬픈 증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준금리는 2.5~3% 수준까지 내려가야 한다"며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3일 연준이 결국 3% 수준으로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 BOA-와코비아, 순익 급감.. 주가는 급등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은행권의 실적은 실망 그 자체였다. 역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화근.



미국 2위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지난해 4분기 순익은 전년동기대비 95% 급감한 2억6800만 달러, 주당 5센트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순익은 52억6000만 달러, 주당 1.16달러였다.

업계 4위의 와코비아의 순익도 100% 가까이 급감했다. 와코비아는 지난해 4분기 순익이 1년 전 대비 98% 감소한 5100만 달러, 주당 3센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같은 기간 순익은 23억 달러, 주당 1.20달러였다.

그러나 은행업종이 금리 및 재할인율 인하의 수혜주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BOA와 와코비아 주가는 각각 4.2%, 4.06% 급등했다.



존슨앤존슨(J&J)의 실적은 예상을 상회했으나 주가는 1.46% 하락했다. J&J는 지난해 4분기 순익이 전년동기 21억7000만 달러, 주당 74센트에서 23억7000만 달러, 주당 82센트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특별항목을 제외한 주당 순익도 88센트를 기록, 전문가 예상치를 2센트 넘어섰다.

◇ 홈디포 등 유통업체, 투자의견 상향 호재

홈디포를 비롯한 대형 유통업체들은 샌포드 베른슈타인의 투자의견 상향을 호재로 급등했다. 홈디포와 로우즈가 7.23%, 10.64%씩 급등했고 베드 배스&비욘드도 9.04% 뛰었다.



콜린 맥그라나한을 비롯한 베른슈타인의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유통업체들의 최근 주가 하락폭은 잠재적인 순익 성장세 악화마저 반영하고 있다"며 홈디포와 로우즈에 대한 투자의견을 "시장비중"에서 "비중확대"로 상향했다. 미 최대 가정용품 유통업체인 베드 배스&비욘드에 대한 투자의견도 "비중확대"로 상향됐다.

맥그라나한 애널리스트는 "유통업종에는 값싼 주식이 풍부하다"며 "경기 침체가 닥쳐도 유통업종의 주가 하락 압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 정유주-기술주, 일제 하락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관측으로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정유업종은 약세를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3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0.8% 하락한 배럴당 89.21달러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엑슨모빌이 2.36% 빠지는 등 정유주들이 하락했다.

기술주들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구글이 3.02% 급락했고 휴렛팩커드(HP)는 1.33% 빠졌다. AT&T 주가도 0.53% 떨어졌다.



구조조정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야후는 4.04% 급락했다. 블루버그통신은 관계자를 인용, 야후가 700명을 감원하는 등 군살빼기를 통해 구글에 대한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 금리 인하 영향, 달러 혼조세 뚜렷

연준의 금리 인하로 달러 가치의 혼조세가 두드러졌다.



달러 가치는 유로에 전날 1.4454달러에서 1.4611달러로 하락했다. 달러 가치는 지난해 11월 23일 유로에 1.4967달러까지 밀려 사상 최저를 기록했었다.

엔/달러 환율은 전날 105.99엔에서 106.43엔으로 상승,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