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정보공개법 둘러싸고 공방 치열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8.01.2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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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2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기초학력, 학업성취도 평가 및 결과 공개를 강화해 공교육의 내실화를 기하고 지역간, 학교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얼핏 듣기에는 기존의 정보 공개 불가 입장을 완전히 철회한 것으로 보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새 정부에 대한 '성의 표시'일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교육부 내에는 여전히 정보 공개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인수위도 이런 점을 인식해서인지 말뿐인 보고보다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했다. 교육부가 마련한 '교육관련 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특례법안(교육정보공개법)' 시행령이 법의 취지와 배치되는 만큼 수정입법 예고를 요청한 것이다.

교육정보공개법은 지난해 4월,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현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 간사)이 발의한 것으로 원안 가운데 일부 내용이 수정돼 국회를 통과했다. 수정안에는 '교과학습 발달상황,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를 공개할 경우 개별 학교의 명칭은 공개되지 않도록 하고 소재지에 관한 정보공개 범위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교육부가 지난해 9월에 이 법안에 대한 시행령을 만들면서 교과별 성적 등 핵심 항목을 공개 대상에서 제외하고 공개 범위도 학교 단위가 아닌 소재지별 평균만 밝히도록 한 것. 이에 법안을 제출한 이 의원측은 원래 입법 취지가 무력화됐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인수위에 사회교육문화분과 간사로 입성한 후 수정입법 예고를 요청하게 됐다.

인수위는 교육부에 개별 학교의 정보까지 공개하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고교등급제 금지는 사실상 무력화된다.

그러나 교육정보 공개를 반대하는 측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전교조 등의 단체로 구성된 교육기관 정보공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성명서를 통해 "이주호 의원이 낸 원안은 여야 합의로 수정됐는데 법안이 시행되기도 전에 모법을 위반하는 시행령을 만들라고 강요하는 것은 초법적 월권행위"라며 "일부 교육담당 인수위원의 시장주의로 경도된 철학에 우리 공교육을 내맡길 수는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 역시 적절한 대책 없이 학교 단위의 성적 공개가 이뤄질 경우 성적이 나쁜 학교에 대한 진학 기피 등 근거리 학교 배정 시스템이 붕괴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새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 학교 단위의 정보 공개가 강하게 추진될 것이 확실시돼 정보 공개 찬반 양 진영의 마찰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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