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와 ‘당선인’의 차이점은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2008.01.1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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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국민 섬기는 자세로 신중한 정책 펼쳐야

어김없이 새해가 왔다. 새로운 정부가 둥지를 틀고 있다. 삶이 고단한 만큼 기대도 크다. 새 정부도 뭔가 보여주고자 애쓴다. 초장에 해치우지 못하면 끝내 못할 것이라는 초조감이 묻어 있다.

500여만 표라는 압승이 자신감이라는 기반이 되기도 하지만 도리어 짐도 되는 것 같다. 위장전입, 위장 취업과 개운치 못한 도곡동땅 문제 그리고 BBK의혹이라는 ‘허물’(?)조차 마다 하지 않고 표를 몰아준 ‘국민’이다.



이명박 당선인 자신조차 가만히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할 것이다. 최측근들도 그 공포를 실감하는 데는 제3자로서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한 지지가 열렬한 만큼 국민 모두가 하나같이 잘 살게 해달라는 함성이 문뜩 문뜩 공포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당선 후 첫 소감이 “국민을 섬기겠습니다”였고 또 “당선의 기쁨은 잠시,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였다.
 
◆CEO는 네 분의 주인을 섬기는 최고경영자
 
섬긴다는 것은 뭔가. 기업의 CEO는 네 분의 주인을 섬긴다.
첫째, 돈을 대준 주주와 채권자를 섬겨야 한다. 주주에게는 정당한 배당과 주식가치로 만족시켜야 하고 돈을 꿔준 채권자에게는 적정한 이자와 원금을 되돌려 주어야 한다.
 
둘째, 경영에 참여한 종업원과 하청기업 그리고 판매 대리점을 섬겨야 한다. 과거에는 최고 경영자가 종업원 위에서 군림했지만 21세기는 반대가 됐다. 21세기에는 사람 머리 속에서 나오는 창조적 상상력이 경제 가치 생산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셋째, 당연히 소비자 고객을 섬겨야 한다. 소비자를 외면한 기술은 엔지니어만의 독선이다. 고객의 요구를 무시한 채 수십가지 기능을 덮어 씌운 고가의 핸드폰이 대표적인 실패사례다. 치매증상이다.
 
넷째, 국가와 사회를 섬겨야 한다. 국가에 세금을 잘 안내고 사회와 갈등을 빚어서는 결코 그 기업은 존립할 수 없다. 분식회계와 비자금 남용은 퇴출 1호 1순위이다. 베트남에 진출해서 그 곳의 현지 기능공을 깔보는 행위로 말썽을 빚는 상당수 한국기업은 결국 추방될 수밖에 없다.
 
CEO는 네 분의 고객을 섬긴다는 경영의 본질을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된다. 국가의 CEO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주주와 채권자인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임시로 부여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이란 소비자 고객을 위해 국정 서비스로 잘 섬겨야 한다. 또 그를 돕는 공무원을 섬겨야 한다. 21세기 행정은 공무원 개개인의 창조적 헌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할 것도 없이 대통령은 국민이 정한 법아래 존재한다. 국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뜻과 정서에 항상 순종해야 한다. 그게 순천(順天)이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것을 보면 우려스러울 때가 있다. ‘당선자’를 ‘당선인’으로 불러달라고 한다. 법에 당선인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실은 법과 헌법에는 당선자와 당선인을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문제는 사실 하잘 것 없는 일이다. 대통령 당선인의 체면에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이다. 측근들의 쓸데없는 ‘법전 공부경쟁’일 뿐이다.
 
◆자신을 성찰하는 일로부터 새해를 출발해야
 
‘한반도 대운하’는 이미 결정된 사항이라고 밀어 붙이는 당선인 최측근이라는 중진 국회의원의 처사야말로 초장부터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소위 네거티브 공방전 때문에 공약이 검증다운 검증을 거치지 못한 게 뻔한데도 밀어붙이는 품새가 걱정스럽다.

아무리 봐주어도 그 정치인은 자칭 민주투사이긴해도 국토개발과 경영에 관련된 경륜이라고는 조금만치도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운하를 반대하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충분히 듣는 게 지름길이다. 그것이 국민을 섬기는 일이다.

모처럼‘일하는 대통령’을 맞은 국민들의 기대에 거칠게 밀어붙여 찬물을 껴얹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대통령 당선인은 그런 측근부터 냉철하게 다스려야 한다. 그게 당선 전과 당선 후에 다른 대통령의 정체성 교체이기 때문이다.


‘섬기는’본질을 훼손하는 측근은 결국 리더를 해친다. 당선에 대한 논공행상보다 국가경영에 필요한 일꾼들을 새로이 찾아야 한다. 한고조 유방의 건국은 먼지를 일으키며 말위에서 칼로서 이루었지만 문치에 의해 번영을 일궈냈다. 부동산에 대한 정책도 계속 오락가락한다. 아마추어가 따로 없는 일이다.

대통령 당선발표가 있는 것 자체로 강남의 어떤 아파트는 1억5000만원이 올랐다는 소식이다. 모든 게 이전 정부와의 차별화만을 노리는 대통령의 경박함으로 귀결되지 않았으면 한다.

“기업이 열냥이라면 CEO는 아홉냥이다.” 새해를 맞아 새 정부를 맞이하여 최고 경영자 CEO의 본질과 정체성을 새로이 더듬어 봤다. (한국CEO연구포럼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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