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회장 증여, 롯데투자자 찬바람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08.01.0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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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 외인주주 매도공세 고삐..순환출자 강화 우려도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계열사 주식 증여가 적절성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투자자와 증권 전문가들의 냉담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칠성 (129,800원 ▼3,000 -2.26%)의 주요 외국인 투자자인 미국의 해리스사와 특수 관계인(오크마크펀드 등)들이 최근 보유 지분을 연이어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리스사 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롯데칠성 주식을 내다팔긴 했지만 지난달 이후 매도 강도가 두드러지고 있다. 오크마크펀드 등은 매일 거래량을 수백주에서 수천주 사이로 제한했지만 지난달 28일 하룻 동안 2만400여주를 내다 팔며 회사에 대한 강한 차익실현 의지를 선보였다. 지난달 28일 거래량 2만2000여주 중 해리스사의 매도분이 93%를 차지한 것.

증권업계에서는 주로 실적 우량 내수주에 중장기 투자하며 주가 상승과 배당수익을 추구하는 해리스사가 상당한 차익을 실현한 데다 롯데 그룹 대주주 등의 불투명한 경영 행보가 회사의 매도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해리스사는 지난 2003년 이후 50만원대부터 꾸준히 주식을 사들여 일부 보유분에 대해서는 3배 이상의 차익(롯데칠성 사상 최고가는 지난 7월27일 166만원)을 실현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롯데쇼핑 (64,000원 ▲2,100 +3.39%)도 40만원선을 회복했다 지난달 31일 발표(증여 공시) 이후 40만원대 밑으로 내려앉은 상황이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24일 40만원을 회복해 41만3000원까지 올랐지만 올해 들어 다시 39만원대 전후를 오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신격호 회장의 롯데미도파에 대한 무상증여로 인한 일부 계열사 재무구조 개선이 기업가치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투명성 논란은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도 이번 증여 결정으로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쇼핑→롯데미도파→롯데제과/롯데칠성' 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가 오히려 강화돼 시장에서 기대하고 있는 지주회사 체제 도입과 역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부 계열사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무구조 개선 작업도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삼강 (311,000원 ▲6,500 +2.13%)은 최근 계열사인 웰가(식용유지 등 식품 생산업체)에 서울 문래동 부동산 일부를 45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삼강은 차입금 상환 등 재무 개선이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논란의 소지가 있다. 웰가가 롯데삼강의 100% 출자회사인 만큼 매각 차익을 얻었더라도 웰가의 영업상황에 따라 지분법 이익(손실) 등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것.


증권업계에서는 롯데그룹 상장사가 거래량이 많지 않고 기관의 매집 수요가 꾸준히 있지만 의혹이 있는 거래가 반복될 경우 신뢰 하락의 우려가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신격호회장은 지난해 마지막날인 31일 저녁 공시를 통해 자신이 보유한 주요 상장사 지분을 롯데미도파, 롯데알미늄, 롯데브랑제리, 롯데후레쉬델리카 등에 증여했다. 이에 따라 증여세를 내지 않는 결손기업을 이용해 자녀들에게 편법증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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