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야기]李당선자는 친집값주의자?

머니투데이 방형국 건설부동산부장 2008.01.0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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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자는 올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시화연풍'(時和年豊)을 선정했다.

집권 후 나라가 태평하고, 풍년이 들어 모두 편안하고 풍족하게 생활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선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대선 과정에서 현수막에 강조한 '꼭 경제를 살리겠습니다'와도 상통한다.

이 당선자의 현안은 교육개혁, 공무원 조직 슬림화, 한반도 대운하 추진,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이다. 이중 부동산 규제 완화가 대중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부동산 규제 완화는 국가운영이나 백년대계 차원에서 교육혁신, 공무원 조직의 개편, 대운하 등은 물론 다른 문제에 비해서도 하위에 있어야 할 이슈다.

그럼에도 부동산 규제 완화가 가장 예민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 사회가 한국사회이기 때문이다. 집값을 담합해서 밀어올리는 지구상 유일한 사회, 산동네에서 월세로 살면서 타워팰리스 집값을 걱정하는 사회이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는 얘기다.



잠실 일대 재건축 아파트들이 들썩인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잠실 제2롯데월드를 지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인근 아파트의 부르는 값이 1억원이나 껑충 뛰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줄곳 하락세를 보이던 과천 재건축 아파트 값도 오름세로 돌아섰다는 소식이다.

벌써부터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문제는 집값의 급등은 이 당선자에게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이는 규제 완화의 묘를 살릴 수 없게 할 수 있다. 호가든, 실거래가든 오르는 만큼 규제 완화의 폭은 반비례해서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집값이 크게 뛰면 "이나 노나 똑같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최근 집값 움직임은 그를 제약하고 있다는 의미다.

세밑. 이 당선자는 재계 총수와 만나 집값과 관련, 의미있는 발언을 했다. 그는 "한국 집값이 너무 비싸다"면서 "부동산 정책의 최우선은 집값 안정으로 제가 취임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 말했다. 부동산 값을 잡겠다는 의지다.

이 당선자는 친기업·친시장 주의자이지 친재건축 주의자는 아니다.

이 시장의 달라진 행보도 눈에 띤다. 서울시장 때와 당선자로서 달라진 점이다. 그는 시장시절 송파신도시를 반대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김애실 한나라당 제3정조위원장은 세밑에 열린 '당선자 공약 검증' 포럼에서 송파신도시 건설을 (현 정부안)그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의회도 송파신도시 추진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그린벨트 해제를 조건부 찬성했다.

이 당선자는 자신의 공약과 생각에 배치됨에도 아무 말도 않했다. 인수위와 서울시 판단에 맡기겠다는 것으로 이 당선자는 과거 서울시장처럼 자신의 생각을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유연해졌다는 면모를 시장에 통보한 것이다.

이 당선자의 부동산 구상은 간단하다. '세금 완화로 시장기능 회복'와 '공급확대로 서민주택안정'이 핵심이다. 재건축을 통한 공급확대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시장은 이 당선자를 선택했다. 여기까지다. 그가 시장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리라는 기대는 거둬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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