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이명박'은 '경제'라도 살릴까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2008.01.03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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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대선광고보다 부실한 대통령들의 업적

과연 '이명박'은 '경제'라도 살릴까


시장이 있는 곳에 광고가 있다. 시장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치열한 게임을 벌이는 전쟁터와 같다.

공급자는 다른 경쟁 상품보다 자기상품이 얼마나 더 좋은지 소비자에게 침을 튀겨가며 설득한다. 그것이 광고다.

공급자의 말만 믿고 어리숙하게 상품을 샀다가는 두고두고 후회하게 된다. 그것을 꼬집어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고 다소 애교어린 협박성 가전제품 광고카피가 주목을 받은 적도 있었다.



대통령을 뽑는 것도 시장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것과 같다. 대통령 후보 저마다의 국정 서비스란 상품을 소비자인 고객 즉 국민이 고르는 것이다. 그래서 현란한 광고보다 상품의 품질을 잘 분별해야 한다.

현란한 광고 등에 현혹되어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두고두고 후회해야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질 나쁜 국정의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이 뒤집어 써야하기 때문이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대체로 대부분의 한국 대통령들은 잘못 뽑힌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거의 모든 대통령의 끝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반세기 이래 한국은 기적적으로 성공해 왔다고 자타가 평가한다. 그게 신비롭다. 그러고 보면 국민을 선동하고 호리는 광고기술이 너무 탁월해서 순간적으로 국민들이 현혹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임기말 지지도를 보면 취임 때보다 거의 반토막이 났거나 그 이하인 경우도 있고 비극적으로 막을 내린 경우도 왕왕 있었다. 한국인들이 너무 드세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또 해방 후 5~6공 까지는 사실상 복수 후보자 없이 강요된 투표에 의해 대통령이 뽑혔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말하자면 대선이란 ‘시장경제’가 없었던 것이다. 초대 대통령으로 뽑힌 이승만 박사는 사실상 경쟁자가 없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총탄에 죽자 이승만 대통령은 독불장군이나 다름없었다.

그 후에도 야당 대통령 후보였던 해공 신익희 선생이나 조병옥 박사도 공교롭게 대통령 선거를 치루다 죽었다. 죽을 때까지 권좌에 있을 욕심으로 3·15 부정선거를 치루다 4·19 혁명에 의해 물러 났다. 하와이에서 생을 마감했으니 길거리에서 죽은 셈이다.

우리 한국인의 힘으로 해방이 되지 못한 댓가를 치뤄 나가는 게 아닌가도 싶다. 5·16 쿠데타로 등장한 박정희 장군은 모든 기성 정치인들을 묶어 놓고 사실상 경쟁 없이 대통령에 올랐다.


피폐한 경제와 분단 한국의 무질서를 잡자는 윽박에 국민은 순종했다. 그러면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하지만 독재유신에 따른 민심의 갈등으로 박대통령은 심복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광고 만큼이나 실질적으로 업적이 받쳐줘야
 
경쟁자 없이 체육관에서 전두한 대통령이 뽑혔다. 국민을 설득하고 말고도 없었다. 천문학적인 정치자금(?)이 들통나서 감옥과 백담사를 오락가락했다. 6·10 항쟁이 터졌다.

비로소 대선이라는 ‘시장’이 원시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양김의 분열로 군인이 아닌 ‘보통사람’ 노태우 대통령이 등장했다. 그러나 그 역시 정치자금(?)으로 보통사람이 아닌 것을 국민들에게 확인시켜 주며 감옥을 들락거렸다.
 
‘문민정치와 세계화’를 내세우며 김영삼 대통령이 등장했다. ‘세계화’가 잘못됐는지 외환위기를 당하고 말았다. 또 그의 아들은 국민을 실망시켰다. 1997년 대선때부터 본격적으로 광고전쟁이 시작됐다. 대선 시장에 광고 전문가들이 등장했다.

‘준비된 대통령’ 이란 광고전략으로 김대중 후보가 국민의 호응을 받았다. 준비된 대통령은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 하나, 그의 가족에 관련된 스캔들에 시달려야 했고 신용카드 대란을 일으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16대 노무현 후보는 ‘서민들의 세상’으로 광고전략을 설정했다. 감성과 정서에 호소하는 ‘후보의 눈물’이란 TV-CF를 내보내며 유권자의 감동을 얻어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말 그의 지지자인 서민들로부터도 외면 받게 됐다고 냉소를 받고 있다.
 
17대 대선은 사실상 '이명박 vs. 이명박'이었다. 이명박 후보의 TV-CF ‘욕쟁이 할머니 편’의 헤드라인 “경제 좀 꼭 살려라잉”은 독보적이었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 공동저자인 이 시대의 마케터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의 주장에 따르면 마케팅에서 가장 강력한 개념은 고객의 기억 속에 한 단어를 심는 것이다.

이명박은 ‘경제’라는 단어를 확실히 심는 데 성공했다. 물론 그의 치적이 ‘경제’에만 국한 되어서는 안 된다. 드센 한국인들의 다양한 입맛에 부응해야 ‘끝’이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CEO연구포럼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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