戊子年 새해 한국경제 기대반 우려반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김은령 기자 2008.01.02 09:40
글자크기

규제완화·투자활력 장밋빛 기대, 고유가·물가불안·경기둔화 저성장 뇌관

'경제 제일주의'를 내세운 '실용정부'가 들어서는 무자년(戊子年) 새해가 밝았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경제 하나 만큼은 꼭 살려놓겠다"고 장담했지만, 올해 우리 경제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여전히 대내외적인 불안요소들이 잠복하며 하방 위험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올해 우리 경제는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5%안팎 성장..내수회복 기대=국내외 연구기관들은 2008년 한국 경제가 5%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 성장률보다 다소 높은 수치다. 연구기관들은 지난해 1분기를 기점으로 상승세로 돌아선 경기가 내년에도 회복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단 이는 예상치 못했던 악재가 나타나지 않았을 경우의 얘기다.

재정경제부는 지난해 9월 발표한 새해 예산안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지난해보다 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3분기까지 "경기가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숨이 긴 회복세"를 자신했던 정부다. 특히 "내수와 수출이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며 우리나라 경제의 고질병이었던 '내수 부진'을 벗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간연구소들도 5% 안팎의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했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 전망치를 5.0%로 제시했다. 지난해 10월 전망치와 같은 수준. 내수가 완만히 회복되면서 경기를 이끌어갈 것이란 예상은 정부와 같았다. 반면 물가 상승과 부동산 가격 하락 등 자산효과 축소가 내수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5.0%의 성장률을 제시하며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지난해 증시활황으로 인한 소비진작 효과가 올해 초까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올해 북경올림픽으로 영상 음향기기 소비가 늘어나고, 자동차 회사들의 신차 발표가 집중됨에 따라 내구재 소비 회복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수회복을 뒷받침 할만한 변수라는 것.

새정권에 대한 기대감도 긍정적인 변수다. "새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있어서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황인성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주택거래 관련 부동산 정책이 일부 완화되면서 건설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LG경제연구원) 등의 전망이 잇따랐다.


◆금융·물가불안에 고유가까지=올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불안 요인들이다. 어디로 튈지 몰라 불안감이 더욱 커진다. 국내에서 조절할 수 없는 대외적인 여건들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GDP 4.7%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외 연구기관 전망치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 고유가에 세계경기 하락, 물가 불안이 겹칠 경우에 대한 우려다.

한은은 "지금까지는 고유가 충격이 선진국의 경기 호조와 신흥 시장국의 고성장 등에 의해 상당 부문 흡수됐지만 앞으로는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물가 불안 심리의 확산 등 유가 상승의 부정적인 영향이 점차 현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세계경제 전망이 작년보다 어둡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4.7%에서 4%로 대폭 낮춰 잡았다. 세계 경제가 미국 경제에 좌우되는 동조화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 때문.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로 인한 금융불안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세계 경제는 미국 경제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모건스탠리 역시 "미국의 주택경기 침체가 소비둔화로 연결되면서 세계경제가 미국 경제와 동조화가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경제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국 부동산 시장의 하락이 지속되는 경우"라며 "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세계경제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불안은 물가. 최근 상승률이 2004년이후 처음으로 3%를 넘어섰다. 한은은 올해 물가 상승률을 3.3%로 내다봤다. 이는 한은의 물가 목표구간인 3.0~3.5%을 벗어나지 않지만 소비회복세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작년 내내 먹구름을 드리웠던 고유가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2007년 한해동안 18차례나 사상최고가를 경신, '국제유가 100달러 시대'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유가는 수급상황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 할 수 있어 방향 예측이 쉽지 않다. 지난해 같은 고유가 기조가 지속되면 올해 한국경제에 전반적인 둔화를 피할 수 없다.

이 밖에 국내에서는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건설 경기와 국내 가계부채 문제가 성장을 가로막는 뇌관으로 꼽힌다.

이를 의식한 듯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내년 경제의 하방 위험성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성장률이 5%보다 훨씬 낮아지는게 불가피하다"며 "4%대 후반으로 올해와 유사한 수준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용정부'에 거는 기대와 우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년 성장률을 5.1%로 내다봤다. 지난해 10월 보고서와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내용은 전혀 다르다. 경제여건 악화로 인해 성장률을 낮춰잡아야 하지만 성장지향적이고 친시장적인 새정부 출범의 긍정적인 효과가 이를 상쇄했다는 것.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경연은 우선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대한 대응과 시중금리를 하향 안정화, 주택대출 부실화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기적인 성장률 제고를 위해 경기부양책을 쓸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당선자가 공약한대로 7%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무리한 정책을 추진할 경우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

LG경제연구원의 이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성장률을 높이려는 정책이나 일자리 창출 정책보다 세계금융시장 불안, 환율 급변 등 예상되는 리스크가 많은 만큼에 이에 대한 관리 차원의 정책이 바람직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황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투자활성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투자활력을 높여주는 환경을 만들어줘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금리 상승으로 가계부채 상환 부담이 높아지는 만큼 금리 기조를 안정시키는 정책이 필요하고 주택,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