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새 대통령 화합으로, 밖으로, 미래로

머니투데이 홍찬선 경제부장 2007.12.2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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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새 대통령 화합으로, 밖으로, 미래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7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어려움 속에서도 승리의 여신에게 입맞춤 당한 사람에게는 축하를 보내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한 후보들에게는 위로의 말을 전한다.

대선이 끝났지만, 모든 게 종료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더 많고 중요하다. 새 대통령은 당선의 축하를 받기에 앞서 앞으로의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더 고민해야 하는 한다. 새 대통령이 풀어야 할 과제는 3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과거문제의 해결로 대선 때 이슈가 됐던 도덕성의 회복이다. 잘못된 과거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정의가 살고 다른 과제도 풀 수 있다. 둘째는 현재 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격차해소다. 투자를 늘리고 경제를 활성화시켜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그늘진 사람들에게도 햇볕이 들도록 해서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 과대해진 정부를 대폭 축소하고, 실타래처럼 헝클어진 교육제도를 정비하는 것도 미룰 수 없다. 셋째는 미래 의제인 5년 뒤는 물론 10년, 20년 뒤에 무엇을 먹고 살 것인지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다.

이런 3가지 과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어 쉽게 풀리지 않는다는 데 대통령 당선자의 고민이 있다. 이런 난제들을 해결하려면 풍경화 그리는 방식으로 접근해보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스케치를 먼저 하고 먼 곳의 풍경을 그린 다음 점점 가까운 곳을 자세하게 묘사하는 방식이다. 마찬가지로 5년 동안 하고자 할 과제를 모두 뽑은 뒤 우선순위를 매겨 단계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개혁은 요란하고 화려한 구호만으로는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 장기판의 졸(卒)처럼 한번에 한 칸밖에 전진할 수 없지만 옆으로 비켜설지언정 절대로 후퇴하지 않아야 실현될 수 있다.



대통령 당선자가 앞으로 5년 동안 추진하고 싶은 각종 개혁정책은 3가지 화두를 원칙으로 삼아 시행하는 게 좋을 듯 하다. 바로 화합과 미래, 그리고 밖이다.

우선 새 대통령이 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화합이다. 3가지 과제를 풀기 위해선 널리 인재를 구해야 한다. 선거 때 내편으로 기여한 사람은 물론 적으로 얼굴을 붉혔던 사람들도 함께 보듬는 따뜻한 포용력이 필요하다. 어려운 문제를 풀려고 할 때는 힘이 필요한데, 그런 힘은 사람이 모이면 모일수록 강해진다. 모래알을 그냥 모으면 쉽게 무너지지만 시멘트와 철골과 함께 섞으면 100층 이상의 고층건물도 거뜬히 만들어 낼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시멘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용서와 양보, 그리고 화해다.

은(殷)나라를 정벌하고 주(周)나라를 세우는데 큰 공을 세운 주공(周公)은 인재를 맞이하기 위해 목욕하다가 3번이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나오고 밥 먹다 3번이나 먹던 것을 뱉고 나왔다(일목삼착(一沐三捉) 일반삼토(一飯三吐))고 한다.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아침에 백편의 글을 읽고 저녁에는 70명의 인재와 의견을 나눴다는 것이다. 유비가 제갈량을 모실 때 삼고초려(三顧草廬)한 것보다 더 지극한 정성이다.


선거에서 이겼다고 해서 오만과 편견에 휩싸일 경우엔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에 빠질 수 있다. 올곧고 능력 있는 인재들은 오만과 편견을 만나면 실망하고 떠난다. 노무현 대통령이 각종 개혁정책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은 인재를 일정 범위로 제한한 ‘386의 덫’에 걸렸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둘째는 미래다. 21세기는 모든 게 빠르게 변하는 속도의 시대다. 1년 전은 물론 한달 전의 지식도 구식이 된다. 지금 경쟁력이 있는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이 5년, 10년 뒤에도 한국 경제를 지탱할 수는 없다. 미래에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해서 제2의 삼성전자와 제2의 현대자동차를 만들어 내야 한국 경제의 미래가 있다.

셋째는 밖이다. 한국의 미래는 밖에서 찾아야 한다. 한반도 안에 머물러서는 지속적인 성장잠재력을 유지하는데 한계가 있다. 남북통일로 북쪽 대륙으로 뻗어나가고, 바다를 건너 5대양 육대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화합과 미래, 그리고 밖이라는 화두로 볼 때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권 다툼은 통 크게 해결할 수 있다. 새 대통령이 3가지 과제를 3개의 화두로 해결해 역사에 남는 훌륭한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새 대통령의 성공은 바로 대한민국과 배달민족의 성공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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