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2007-④]국부펀드 세상을 바꾼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7.12.1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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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펀드 2015년 10조달러 시대…M&A 시장 주도 세력 부상

국부펀드(Soverign Wealth Fund)의 부상은 2007년을 뜨겁게 달군 이슈였다.

국부펀드는 1974년 싱가포르의 테마섹의 출범으로 시작됐다. 국부펀드는 외환보유액과 재정흑자 등 국가의 잉여자금을 재원으로 조성해 전세계의 부동산 주식, 채권 등 수익성 높은 자산을 찾아 투자하는 펀드를 일컫는다. 자본의 주체가 민간인이 아닌 정부라는 점에서 국부펀드로 불린다.

[리뷰2007-④]국부펀드 세상을 바꾼다


국부펀드는 올들어 투자 지역과 대상을 다변화하면서 거침없이 투자 영역을 넓혔다. 5년후인 2012년에는 국부펀드의 규모가 지금의 3배인 7조5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국부펀드는 올들어 중국과 중동 산유국 등이 넘치는 외환보유액을 본격 운용하기 시작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국부펀드 규모는 이미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를 넘어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구미 선진국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충격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사이 중국과 중동 등 이머징 국가들의 국부펀드는 막대한 자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실세로 자리잡았다.



국부펀드는 최근에는 단순한 수익 투자를 넘어 인수·합병(M&A) 시장을 주도하는 공격적인 투자 기법을 선보이고 있다. 국부펀드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넓히자 국가간 정치적인 갈등 양상 마저 나타나고 있다.

모간스탠리에 따르면 전세계 국부펀드 규모는 2조5000억달러로 전세계 외환보유액 5조1000억달러의 절반에 달한다. 이미 국부펀드는 헤지펀드 산업 규모인 1조5000억달러와 사모펀드의 7000억달러를 능가한다.

모간스탠리는 국부펀드가 2012년 7조5000억달러, 2015년에는 10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2011년에는 국부펀드가 7조9000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국부펀드를 주도하는 세력은 중동 산유국이다. 아랍에미레이트의 아부다비투자청이 8750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도 3000억달러의 국부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쿠웨이트의 국부펀드도 2500억달러에 달한다. 전체 중동지역의 국부펀드 규모는 1조5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에는 중국도 국부펀드 대열에 가세했다. 중국 정부는 1조4600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지난 9월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투자공사(CIC)를 출범시켰다. 곧이어 10월에는 리비아가 400억달러 규모의 리비아투자공사를 설립했고, 러시아도 내년 2월 국부펀드를 설립할 예정이다.



중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국도 싱가포르의 국부펀드인 테마섹을 벤치마킹해 잇따라 국부펀드를 출범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동지역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국부펀드 규모가 1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실상 아시아와 중동국가가 국부펀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부펀드가 해외 기업 사냥에 적극 나서면서 세계 M&A 시장의 지형도도 변하고 있다. 국부펀드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M&A 시장을 지배했던 사모펀드의 영향력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막강한 자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는 국부펀드들이 M&A 매물을 낚아채면서 블랙스톤, 칼라일, KKR 등 대형 사모펀드들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들어 개발도상국 자본이 주도한 M&A는 128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03년 140억달러보다 10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선진국 자본 M&A 규모인 1300억달러와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 이러한 개발도상국 자금에는 국부펀드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중동 및 아시아 국부펀드들의 선진국 자산 매입이 확대되자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중국과 중동 국가들이 국부펀드를 앞세워 자국의 통신. 에너지, 금융 등 주요기업들과 항만시설 등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0월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에서 G7은 한국과 중국, 노르웨이,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8개국 재무장관들에게 "국부펀드는 예측 가능하게 운용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05년 중국의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미국의 석유업체인 우노칼을 130억달러에 인수하려는 시도를 미국 정부 및 의회가 에너지 안보를 내세워 무산시켰다. 이는 국부펀드들이 서구 자산을 인수할때 조심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UAE의 두바이 포트 월드가 미국 뉴욕, 뉴저지 등 6개 항만의 운영권을 매각하도록 미국 정부가 압력을 가한 것도 대표적인 예다. 결국 두바이 포트 월드는 올초 미국 6개 항만의 운영권을 AIG에 넘길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자 국부펀드들은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아부다비투자청이 지난달 서브프라임 부실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씨티그룹에 75억달러를 투자해 4.9%의 지분을 확보한 것은 국부펀드의 약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꼽힌다.



국부펀드들은 각국 정부의 반발에 직면해 '경영권에 관심이 없는 단순한 투자다', '정치적인 의도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감독 당국을 달래고 있다. 또 정치적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해 유명 인사들을 영입, 로비스트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구미 선진국이 언제까지 국부펀드 유입을 막기는 힘들 전망이다. 미국은 3년간 지속된 달러약세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잃을 수도 있는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달러화 자산 이탈이라는 만약의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아시아 지역 국부펀드를 끌어들여야 한다.



또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신용경색 상황에서 국부펀드 자금 유입은 금융 시장의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국부펀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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