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칼럼]바이오, 의약품시장 판도 바꾼다

강수형 동아제약 바이오텍 연구소장 2007.12.2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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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칼럼]바이오, 의약품시장 판도 바꾼다


바이오산업은 투자자들의 입장에선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적지 않았던 분야라 생각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우선은 바이오산업에 대한 이해가 잘 못 전달되었던 탓이 크고, 이에 '빨리 빨리'란 한국형 정신이 더 해진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바이오산업의 발전모델을 살펴보면 수직상승의 모델보단 일정기간 지속적 학습과 단계적 기술혁신을 반복하면서 진화·발전하는 산업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생명을 대상으로 하는 까닭에 라이프사이클(life cycle)의 진행이 도입기로부터 성장기가 비교적 길다는 특징을 보여 왔다.



현대적 개념의 바이오산업이 1980년대 초반, 인슐린·성장호르몬 등이 개발되면서 형성됐다고 보면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성장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이제야 바이오산업의 면모가 당초의 기대를 실현하는 모습을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최근 선진 제약시장은 비용절감이 강력히 요구되는 그리 편치 않은 환경이다. 국가별로 보험정책과 관련된 환경이 어려워져 약가인하 압력이 거세지고, 약물 안전성에 대한 이슈도 계속 증폭하고 있어 한 순간에 공든 탑이 무너지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더군다나 신약개발의 생산성까지 점차 감소되는 현상을 보여 기업의 미래 향방마저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기업들은 미래향 생존 전략을 수립해 난국을 타개하려 하는데, 눈 여겨 보아야 할 공통 사항은 바이오 분야로의 적극 진출이다.

IMS Data에 따르면, 2006년 세계의약품시장은 6430억 달러였고, 이중 전문의약품 시장은 약 66%에 달하는 4238억 달러로 집계됐다. 전문의약품 시장 중 합성의약품은 약 83.3%의 비중인 3540 달러였으며, 바이오의약품(단백질치료제, 항체의약품 및 백신 등)은 16.7%인 707억5000만 달러에 머물렀다.

하지만 향후 세계의약품시장은 판도는 점차 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까지 전문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 2.2%에 그쳐 약 4847 달러(비중 75.7%)로 예상된다.


이중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의 비중은 각각 75.7%(3671억 달러), 24.3%(1088억 달러)로 점차 바이오의약품의 비중이 증가될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중 항체의약품 시장은 2006년 195억7000만 달러(비중 4.6%)에서 2012년엔 433억8000만 달러(비중 8.9%, 연평균 성장률 14.2%)로 급증할 것으로 보여 세계의약품시장을 이끌고 갈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결과적으로, 2006년 대비 2012년의 전체 시장증가액은 고작 599억 달러 정도일 것으로 보이는데, 의약품 분야 별로 시장 증가에 대한 기여를 분석해보면, 합성의약품이 131억 달러(기여도 21.8%), 단백질 치료제가 167억 달러(27.9%), 항체의약품이 238억 달러(39.7%), 백신이 63억 달러(10.5%) 달러로 분류돼 바이오의약품의 시장성장 기여율이 78.2%나 됨을 알 수 있다.

이같은 미래시장 분석에 따라, 소위 "빅파마(Big pharma)"라 일컫는 다국적 제약기업들은 R&D(연구개발)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 이미 바이오 벤처기업으로 출발했던 암젠(Amgen)사와 제네텍(Genentech)사의 성공신화를 지켜봐왔던 터라 바이오산업의 가능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최근 항체의약품 등 바이오의약품이 제약 산업의 미래로 제시되면서 바이오를 통한 새로운 미래 구현을 구체적 실천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방법론적으로 볼 때도 일부 보수적인 기업들은 R&D 투자를 확대하는 차원의 초기 투자단계에 있기도 하지만,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들은 M&A를 통해 유망 바이오 기업을 인수해 사업화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려는 방향이 대세다. 또한 한 발 먼저 바이오산업에 진출해 신제품 개발에 성공한 기업들은 사업 확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기존 바이오 기업과의 전면전까지 불사할 태세다.

과거 “Big Pharma”들의 바이오 투자는 신약 파이프라인의 공백을 보충하는 R&D차원이었다. 하지만, 이젠 기업 성장의 핵심 전략이 되고 있다. 이는 바이오의약품이 기존 합성의약품에 비해 R&D 생산성이 높고, 제품수명이 길며, 이익구조가 우수하다는 현실적 가치요소뿐만 아니라 기술의 파급효과, 성장성 등 미래지향적 요소까지도 철저히 분석한 결과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서인지 미국주식시장에서 기업의 사업영역과 가치평가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분석이 보고되고 있는데, 바이오 비중이 높은 제약기업은 일반 제약기업에 비해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고 사실이다. 결국 기업의 미래를 반영하는 주식시장이 지금의 바이오 붐을 먼저 이끌어 온 것이 아닌 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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