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연말 기관의 속내는?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2007.12.1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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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밀려도 지금 살 때" vs "방향성 몰라 매수 안해"

"기관투자자들이 앞으로 지수의 향방을 결정 지을 것이다"

코스피지수가 18일 장중한때 1800대 초반까지 밀리며 연말까지 1800선을 지켜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우리증시가 또한번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구원투수론'이 화두가 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외국인의 '팔자'속에서 지수를 방어할 버팀목은 국내 기관투자자들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연말 윈도우 드레싱(펀드 수익률 관리) 효과에 대해 잔뜩 기대감이 쌓이는 것도 기관들이 매수로 돌아서야 지수가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내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들의 견해는 어떨까? 익명을 요구한 대부분의 주식운용본부장들은 일단 올해는 단기효과를 노린 '연말 윈도우 드레싱'은 예년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부 본부장들은 "현 지수대라면 싼 주식이 많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모을 때"라며 공격적인 매수를 암시했다.

◇우리 주식가치가 나빠진 것은 없다
A자산운용사 B본부장은 1800대 초반의 지금 지수대라면 '가격 메리트'가 높은 종목들이 수두룩하다고 밝혔다.

그는 "연말에 윈도우 드레싱 효과를 노려야 할 정도로 올해 펀드수익률이 나쁘지는 않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1∼2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투자 관점에서 지금은 매력적인 가격대로 떨어진 종목들을 많이 담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 오늘 사서 다음주에 팔려는 단타 투자가 아니라면 지수가 앞으로 더 떨어진다고 해도 현 시점은 '매수 타이밍'이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 경제상황에 우리증시가 함께 휘둘리고 있지만 우리주식의 내재가치가 나빠진 것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B본부장은 "주식의 내재가치가 훼손돼 주가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기 때문에 타격을 입는 것"이라며 "주식가치가 전혀 변함이 없고 싼 종목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증시의 1∼2년후를 낙관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외국인 매도세에 대해서도 오히려 기관투자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어 고맙다는 '역발상'을 폈다.

그는 "외국인들이 우리주식을 내다 파는 것에 겁먹을 필요가 없다"며 "차익실현을 위한 것으로 내년 이후를 본다면 외국인들이 많이 팔고 나가주는게 기관과 개인들에게 편할 수 있다"고 했다.



◇적극 매수세 아직 이르다

그러나 또다른 주식운용본부장들은 연말 윈도우 드레싱 효과에 대해 큰 기대를 갖지 말라고 제시했다. 기관들이 본격 매수에 나서기에도 때가 아니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글로벌 증시 상황이 정리된 게 없기 때문이다.

C자산운용사 D본부장은 "미국 경기둔화 우려가 아직까지 초기 단계인데다 내년 1∼2분기 경제지표들도 안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윈도우 드레싱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고 말했다.



그는 "안으로는 BBK 특검법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밖으로는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여전하다"며 "내년 상반기 경제지표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굳이 지금 주식을 살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기관들의 관망세가 적어도 내년 1월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증권사 F본부장도 기관 '역할론'에 대해 "때가 이르다"고 했다. 그는 지수가 좀더 나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F본부장은 "신규자금 유입도 주춤하고 있고 포트폴리오를 교체할 시점도 아니다"며 "단기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당분간 지켜볼 뿐"이라고 했다.



그는 "만약 지수가 1700대까지 떨어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미국과 중국의 경제변수들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냐에 따라 지수 1700도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좀 더 두고보면 매수시점을 정하겠다"고 했다.

연말 증시를 바라보는 기관들의 입장이 '긍정'과 '부정'으로 엇갈리는 가운데 앞으로 지수가 어떤 방향성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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