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경기 경보' 지속..또 급락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7.12.18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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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둔화 우려에 대한 경고와 부진한 경기지표가 잇따르면서 뉴욕증시가 지난주말의 하락세를 이어갔다.

17일(현지시간)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72.65포인트(1.29%) 떨어진 1만 3167.20으로 마감했다.

S&P500지수는 22.05포인트(1.50%) 내린 1445.90으로 장을 마쳤다.



나스닥지수는 61.28포인트(2.32%) 하락, 2574.46을 기록해 하락폭이 가장 컸다.

주말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의장의 스태그 플레이션 경고에 이어 바닥권에서 못벗어나고 있는 주택체감 경기 등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하는 뉴스들이 장중 이어졌다.



일제히 하락출발한 미국증시는 결국 반등시도조차 해보지 못하고 장중 최저치로 마감했다.

피터 카딜로 아발론 파트너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주 금요일로 다가온 쿼드러플 위칭이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있는 가운데, 연준의 시장안정조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며 "연말까지는 시장 충격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기술주 급락, 금융주도 부진지속


금융주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은 기술주의 급락이 시장 분위기 냉각을 가속화했다.

실적발표를 앞둔 리서치 인모션 주가가 5.4% 급락하는 등 실적부진 우려가 기술주에 대해서도 증폭됐다.



마이크론 테크놀러지 주가가 5.7% 급락한 7달러로 마감, 주요종목 중 하락폭이 컸다. 캐리스&CO의 애널리스트 다니엘 버렌바움은 "D램 공급 과잉과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마진축소로 마이크론의 수익이 악화될 것"이라며 '시장하회'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7달러를 제시했다. 인텔 주가도 2.2% 하락했다.

이밖에 휴렛팩커드 2.3%, 마이크로소프트 2.6%, 아도비 2.9%, 애플 3.1% 등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업종을 막론하고 주가가 급락했다.

경기둔화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직접적인 영향이 큰 금융사들의 하락세도 지속됐다.
앞서 씨티그룹은 14일 신용 손실로 금융사들이 더욱 어려운 시기를 맞게 될 것이라며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JP모건, 와코비아 등 9개 금융사의 투자 의견을 하향한바 있다. 이로인해 JP모건이 1.48% 하락하는 등 관련주들이 일제 약세를 보였다.
UBS 2.62%, 골드만삭스 0.97% 등 여타 투자은행 주가들도 하락권에 머물렀다.



예상을 뒤엎고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신용 등급 AAA 유지 평가를 얻어낸 보증보험업체 MBIA는 3.8% 상승했다. 시큐리티 캐피털도 9.5% 급상승했다.

◇ 에너지주, 하락주도

상품가격 하락으로 인해 에너지 및 상품생산 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엑슨모빌은 경기 둔화 전망과 달러 강세, 인플레이션 우려, 증산기대로 유가가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이날도 1.29달러 떨어진 89.89달러로마감했다.

세계 2위 구리 생산업체 프리포트 맥모란은 구리 가격이 9개월래 최저로 떨어진 데 따라 7.20달러 내린 94.91달러로 장을 마쳤다.

세계 최대 인터넷 경매업체 이베이와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 아마존은 온라인 판매 둔화 발표로 각각 81센트, 3.99달러 하락한 31.89달러, 85.09달러로 장을 마쳤다.
시장조사업체 콤스코어는 11월1일~12월14일 온라인 판매 증가세가 18%로 예상에 못 미쳤다고 발표했다. 콤스코어는 당초 11~12월 온라인 매출이 2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년 동기 온라인 매출은 26% 성장했다.



이밖에 세계 최대 건설장비 생산업체 캐터필라는 모간스탠리의 투자 의견 하향으로 3.0% 내려앉았다. 모간스탠리는 미국 경기 둔화로 내년 건설장비의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며 캐터필라의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낮췄다.

◇ 빛바랜 M&A 호재

냉난방기 생산업체 트레인은 업계 1위 잉거솔란드와의 기업 매각 합의 이후 21.6% 급등했다. 잉거솔란드는 주당 29%의 프리미엄을 덧붙여 업계 2위 트레인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전체 인수 규모는 101억달러로 추산된다. 이같은 자금부담으로 인해 잉거솔란드의 주가는 11.3% 추락했다.



유전 장비 생산업체 그랜트 프리데코도 업계 1위 내셔널 오일웰로의 매각이 결정된 이후 13.6% 급등했다. 내셔널 오일웰은 주당 22%의 프리미엄으로 프리데코를 인수할 계획이다. 내셔널 오일웰의 주가는 8.6% 떨어졌다.

보험사 AON이 2개 사업부문을 27억달러에 매각하기로 밝히면서 0.9% 상승세 마감에 성공하는 등, 이날 굵직굵직한 인수 합병 발표들이 이어졌다.

◇ 유가 하락 지속, 달러 강세 둔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기대로 유가가 사흘째 하락했다.

1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64센트(0.7%) 떨어진 90.63달러로 마감했다.

WTI는 장중 89.49달러까지 하락하는 약세를 보였다.



내년 1월부터 OPEC 사무총장을 맡게 될 차키브 케릴 알제리 석유장관은 지난주말 "시장이 원한다면 OPEC는 증산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2월 OPEC총회에서 증산 결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외자유입효과와 경상수지 적자 감소 여파로 달러화가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상승폭은 축소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오후 3시30분 현재 달러/유로 환율은 1.4390달러로 지난주말의 1.4423달러에 비해 하락(달러가치 상승)했다. 달러/유로 환율은 한때 1.4329달러까지 떨어졌으나 상승폭이 축소됐다.



이날 발표된 외국인투자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미국 펀드로의 외자 유입규모는 978억달러로 크게 늘어났다.지난 9월에는 328억달러 순유출을 기록한바 있다. 장기 자산투자 유입액도 1140억달러에 달했다.

엔/달러환율은 113.03엔으로 전날의 113.40엔에 비해 하락(엔가치 상승)했다. 뉴욕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엔캐리 트레이딩 청산가능성이 높아진데 따른 것으로ㅜㄹ이된다.

◇ 엇갈린 지표, '악재'에 민감



이날 발표된 지표는 경기둔화 우려를 증폭시켰다.
12월 엠파이어스테이트제조업지수는 직전월의 27.4에서 10.3으로 후퇴했다. 블룸버그 전문가 예상치 20을 밑도는 수준이자 지난 5월 이후 최저치다.

전미 주택건설업회(NAHB)는 12월 미국 주택시장 경기 체감지수가 3개월째 19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 예상치와 일치하는 것이다. 주택시장 지수는 2005년 7월 72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현재 시점의 판매지수는 18에서 19로 상승했고, 예상판매지수도 24에서 26으로 상승하는 등 '바닥권'에 도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NAHB는 풀이했다.



반면, 미국의 3분기 경상수지 적자는 2년래 최소로 감소했다.

상무부는 3분기 경상수지 적자가 2분기 1889억달러(수정치)에서 1785억달러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가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직전 분기의 5.5%에서 5.1%로 감소했다. 이는 2004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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