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가격에 대한 오해와 진실

박정수 연일아트 대표 2007.12.26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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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미술품투자와 감상법⑦어떻게 사야하나

고흐도 죽었고 피카소도 죽었다. 고흐의 그림가격은 수백억원이 넘는다. 피카소가 1905년에 그린 '파이프를 든 소년'은 2004년 뉴욕 경매에서 1억420만달러(한화 약 960억원)에 팔린 것도 있다.

이 작품은 피카소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던 1950년에 미국의 그린트리재단에서 3만달러에 구입했던 작품이다. 1950년대의 달러 환율을 생각하면 지금의 한화 금액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1905년에 그린 이작품은 프랑스의 세계적인 미술화상 앙브루아즈 볼라르(Ambroise Vollard 1867년경~1939년)가 1906년(26세) 젊은 나이의 피카소에게서 2000프랑에 매입했던 작품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를 돌아보자. 오랫동안 친분을 가지고 있는 칠순이 넘으신 화가 한 분이 계신다. 개인전을 두 번밖에 하지 않아 미술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넉넉한 인품과 젊은 감성을 지녀 지역사회의 원로화가로 존경 받는 분이다.

소도시의 3층짜리 건물을 소유하여 많지 않은 임대료를 통해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40평 정도 되는 건물 3층 전체를 작업실 겸 숙소로 이용하고 있는데 작업실의 절반 정도가 그림으로 가득하다. 족히 200점은 넘어 보인다.



"선생님 전시 한번 하셔야죠. 제자들도 많고 지인도 있으니까 작품 판매 될 터인데…." "전시는 무슨, 누가 미술관하나 지어주면 다 기증하지 뭐. 안되면 애들이 팔겠지."

그분에게는 죄송스러운 얘기지만 생존해 있을 때 적당한 명성과 적당한 미술품 거래가 있지 않으면 미술계에서 잊혀지는 경우가 더 많다. 그만큼 미술시장은 냉혹하다. 명성과 거래 없는 미술품이 유족들에게 남겨지면 선대의 처치 곤란한 유품이 된다. 자식들은 버릴 수도 없는 유품을 내내 껴안고 살아야 한다.

기본적인 인지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작가가 죽어도 그림 값은 오르지 않는다. 오르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없어진다. 박수근과 이중섭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 이들 역시 생전에 많은 활동이 있었다.


“어떤 그림을 사지?”
“나이 많고 곧 죽을 사람 작품 사! 화가가 죽어야 작품 값 오른다고 하잖아.”

화가가 죽어야 미술품 가격이 오를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고 하는데 화가가 죽으면 높은 그림 값을 남길까? 그렇게 생각하지 말자. 활발한 활동과 함께 미술품 거래가 유지되는 작가의 작품을 찾아야 한다. 아주 훌륭한 미술품은 이미 사회에서 검증된 것들이다. 살아서 유명했던 사람이라야 죽어서 더 유명해진다.



간혹 생존해 있을 때 유명했던 작품이 사후에 작품가격이 하락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작품의 명성보다 화가의 명성이 더 큰 경우일 뿐이다. 화가는 그림으로 이야기 한다. 어떤 분은 평생 동안 수많은 작품을 남기기도 하고 더러는 수십 점을 남기기도 한다. 작품 수가 많거나 적거나 상관없이 냉혹한 미술시장은 작품성과 함께 유통이라는 시장원리를 좇는다.

 민경옥 민경옥


작가명:민경옥. 작품명:2007M. 재료:캔버스에 아크릴. 115*75cm,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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