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이명박후보 전재산 헌납 방송 연설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7.12.07 14:35
글자크기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헌납키로 했다.

이명박 후보는 7일 저녁 KBS에서 방영 예정인 선거방송연설을 통해 이 같은 뜻을 밝히고, 그 방법과 절차에 대해서는 “주위의 좋은 분들과 의논해서 결정 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방송연설에서 “우리 내외가 살아갈 집 한 채만 남기고 가진 재산 전부를 내 놓겠다”며 “어려운 분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가난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하는 데 쓰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이명박 후보의 연설문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옷깃을 여미고 섰습니다. “무엇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는가?” “역사가 나에게 요구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지난 며칠 저 자신을 돌아보면서,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위대한 나라다.” “우리 국민은 위대한 국민이다.” “위대한 나라, 위대한 국민을 지성으로 섬겨야 한다.”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함성 같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세계일류국가를 만들어,국민이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겠다.” 는 열정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했습니다.

“경제를 살리고 국민을 통합하는 것” 이것이 이 시대의 요구입니다. 이를 위해 국민은 정권교체를 바라고 있습니다.


“나를 버려야 나라와 국민을 섬긴다.” “그래야 경제도 살리고 국민 통합도 이룬다.” 그것이 제가 스스로 던진 질문에 대해 얻어낸 저의 답입니다. 오늘은 그런 저의 생각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 동안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소위 BBK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실체적 진실이 백일하에 드러났습니다.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고 진실은 결국 밝혀진다는 것이 명백하게 입증되었습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소위 김대업 공작 정치로 재미를 본 세력이 이번에도 똑같은 수법을 쓰고 있지만 국민은 더 이상 속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우리 국민이 얼마나 위대한 국민인지를 다시 한 번 절감하였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국민 여러분께서는 나라가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명확하게 알고 계셨습니다.

연일 이어지는 지독한 음해성 네거티브에도 불구하고 단호히 진실의 편에 서 주셨습니다. 참으로 한없는 경의를 표합니다. 정말 눈물겹도록 고맙습니다.



저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이 높아지자 한 때는 제 어머니가 일본 여자라고 모함하기도 했습니다. DAS다, BBK다,싫증이 나도록 지겹게도 해댔습니다.

그러나 저의 결백이 증명되었을 뿐입니다. 그런 거짓 주장을 한 사람들,지금은 감옥에 가 있습니다. 이제 모든 것이 밝혀지고 나니 당사자인 저로서는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저보다는 이 과정을 지켜본 국민 여러분의 심정이 어떠했을까를 생각하면서 가슴 저미는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늦었지만 이제는 마음 편해하실 것으로 위안을 삼습니다.



돌이켜 보면, 저는 수십 년 동안 요동치는 한국 현대사의 현장, 그 최전선에서 말 그대로 달음박질 하듯이 살아왔습니다. 기업에 있을 때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국내외 생산현장을 돌아다녔습니다. 종업원 90여 명의 중소기업에 샐러리맨으로 들어가서 건설, 자동차, 조선, 제철 등 모든 산업분야에서 일하면서 16만 명이 넘는 세계적 대기업을 이끌어왔습니다.

아시다시피 서울시장 할 때도 일에만 몰두해서 살아왔습니다. 청계천 복원으로 친환경 도시개발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대중교통체계를 개혁해서 세계가 배우러 오게 했습니다. 세계적인 대기업 CEO들과 금융인들을 초청하여 서울을 명실공히 국제금융의 허브로 육성할 토대를 마련하였습니다. 산동네, 달동네, 재개발 현장에서 도심 지하철, 노숙자들 거처까지 시민이 있고, 문제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달려갔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면서도 한 가지는 꼭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일 이외의 다른 욕심은 버리고 바르게 살자는 것이었습니다. 제 어머니가 시장바닥에서 좌판행상 하면서 주신 귀하고 중한 가르침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여러 번 정권이 바뀌고 그때마다 부패 스캔들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지만,저는 한 번도 그런 사건에 연루된 적이 없습니다. 야당 후보로 서울시장이 되어 일할 때도 나름대로 반듯하게 시정을 보살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그런 저를 정치권에서 앞 뒤 가리지 않고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몰아세웠습니다. 참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정말이지 저는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제게 허물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일을 만들고 해내면서 전 세계를 누비면서 일해 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솔직히 제 신변과 집안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으로 살아 왔습니다.



이 심정을 아마도 제 연배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이해할 줄로 압니다. 특히 기업을 해 보신 분들은 똑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그저 바른 마음으로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제 아이들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일도 있었습니다.

경위가 어찌됐건 지켜야 할 도리를 반듯하게 지키지 못하고 물의가 빚어진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제 불찰이었습니다. 이러한 지난날의 잘못들을 거울삼아 앞으로는 사소한 일에서부터 스스로를 더 엄격히 경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쥬” 라고 하는 말이 생각납니다. 지도자는 자기 자신에게 더 높은 도덕적 기준을 세우고 책임을 더 크게 져야한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체득하였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 국민은 한국정치가 달라질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민은 이미 한국 정치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이 소중한 변화의 흐름을 지금이라도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성숙시켜 가야 합니다. 거기에 역행해서는 이 엄중한 역사의 고비를 넘어가기 어렵습니다.

저는 요즘도 산업 현장에 자주 다닙니다. 거기서는 세계가 보이고 미래가 보입니다. 하지만 여의도에 돌아오면, 국민을 위한 정치보다는 정치를 위한 정치가 더 많이 보입니다.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꾼들이 정치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미래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도 다투는 일에만 매달리지 말고 미래로, 세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경제를 어떻게 살리고 나라를 어디로 이끌어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제가 국민 여러분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되면, 다 끌어안고 가는 포용의 정치를 펴겠습니다. 저와 경쟁한 사람들은 물론, 비난하고 공격한 사람들도 끌어안겠습니다. 그 분들의 힘도 따로 가리지 않고 국정에 보태도록 하겠습니다.

등소평은 아들이 홍위병에게 맞아서 다리가 부러지고 불구가 되었지만, 국정운영에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만델라는 감옥에 27년간 갇혔어도 정적들을 용서하고 화합했습니다. 그들에게는 생사를 건 투쟁이 있었고,정적이 있었지만,저에게는 애초에 그런 것이 없습니다.

제가 정치에 몸 담은 지 오래되지 않아 그런 털어버리지 못할 만큼 깊은 증오나 빚이 없다는 사실이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선거를 치르다 보니 때로 야속하고 미운 생각도 들지만,그런 것을 마음에 두고 국정까지 끌고 가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입니다.



지역도 뛰어 넘고 계층도 세대도 가로지르겠습니다. 잘 하는 일은 더 잘하도록 하고 뒤처지고 모자란 이들은 도와서 함께 가겠습니다. 그리하여 모든 국민이 잘 사는 시대,국민성공시대를 기어이 열겠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국민 대통합입니다. 우리가 모두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야 세계와 경쟁할 수 있고,경제도 지속해서 발전하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가 있습니다. 포용과 통합이 바로 미래로 가는 길입니다. 그리고 통일로 가는 길입니다. 우리가 안에서도 하나가 되지 못하면서 어떻게 미래를 말하고 통일을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끼니조차 잇기 힘들 정도로 가난했던 시절,시골 소년에게는 소박한 소망이 있었습니다. “배불리 밥 먹고, 학교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서울에 올라와서 막노동을 할 때도 그랬습니다. “매일 일하러 나가고,꼬박꼬박 월급을 받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은 참으로 절실한 소망이었습니다.



그런 소망들을 하나하나 이루어 가면서 열심히 일하고, 또 일해서,직장에서 실적을 내고, 빨리 승진할 수 있었습니다. 30대에 샐러리맨의 소망인 대기업의 CEO까지 될 수 있었습니다. 이른바, ‘성공신화’, “샐러리맨의 우상”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신화는 밖에서 보는 사람들의 표현일 뿐,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성공의 높이보다도 더 깊은 좌절의 순간도 많았습니다. 다만, 겹겹이 둘러싸인 역경과 어려움에 물러서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도전하고 노력했던 것입니다.

그 모든 것, 저 혼자 이룬 것은 결코 아닙니다. 수많은 이웃과 동료들의 도움으로 가능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저에게 열어준 기회가 있어서 그 소망을 이룰 수가 있었습니다.



중학교 졸업 후 돈이 없어 거리에서 행상을 하고 있을 때,제 손을 잡아 이끌어 야간 고등학교에 다니게 해 주신 선생님을 저는 잊지 못합니다. 대학을 못가고 공사판을 헤매고 다닐 때 “시험이라도 쳐보라”며 책을 내어 주셨던 청계천 헌책방 주인아저씨,정말이지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일용노동자들이 합숙하던 단칸방에서 그 책을 가지고 밤늦게 까지 공부할 때 누군가가 “잠 좀 자자, 불 꺼라” 고 소리질렀습니다. 그럴 때 마다,“젊은이가 공부하겠다는데 그냥 놔두라”고 두둔해주셨던 연세 드신 노동자도 있었습니다. 한푼 두푼 주머닛돈을 모아서 등록금에 보태라고 주고 쓰레기청소 일을 하도록 주선해주신 이태원 재래시장 상인들, 또한 함께 일했던 환경미화원들은 제 평생의 응원군입니다.

하나 같이 일생을 두고 잊을 수 없는,가난하지만 고마운 이웃들이 있습니다.



청계천 복원공사를 시작할 때 “장사를 해야 먹고 산다”고 하시면서 거리로 나와 격렬히 반대했던 상인들의 그 간절한 눈빛을 저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서울시장인 저에게 가스통을 들이대면서 “같이 죽자”고 고함치며 협박을 하였지만, 실은 그분들 눈빛은 차라리 애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습니다. 그 분들이 준공 후에 저를 찾아와서 감사패를 들고 와서 제 손을 꽉 잡았을 때는 하마터면 눈물을 쏟을 뻔 했습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제 제가 갚을 차례입니다. 이만큼 살게 되었고,과분하게도 이 자리에까지 왔습니다. 어렵게 살아가는 고마운 분들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의 남은 소망은 이웃을 돕고 나라를 발전시키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제가 가진 것을 되돌려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남을 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오랜 기업인 생활을 끝내고 공인으로 나섰던 10여 년 전부터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작정했습니다. 오늘날까지 제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서울시장할 때 4년간 월급 전부를 소방대원과 환경미화원들이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쓸 수 있도록, 그것도 그런 뜻에서 제가 했습니다.

이제 여기까지 왔으니 더 미룰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맨 몸으로 시작한 사람이 무엇을 얼마나 더 욕심을 내겠습니까? 아이들을 다 키워 놨으니 무엇이 얼마나 더 필요하겠습니까?

우리 내외 살아갈 집 한 칸이면 족합니다. 그 외 가진 재산 전부를 내어 놓겠습니다. 어렵고 힘든 이들을 위해서 잘 쓰이도록 하고 그렇게 했으면 싶습니다.



지금 우리가 제법 잘 살게 된 것 같지만,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그늘진 곳이 남아 있습니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조차 어렵고 자식 공부시키는 것조차 포기해야할 만큼,너무도 가난한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많습니다.

남의 도움 없이는 살아가기 힘든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이분들이 더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어려운 분들을 위해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절망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고 가난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하는 데 쓰여졌으면 합니다.

그 방법과 절차는 주위의 좋은 분들과 의논해서 결정하겠습니다. 이 약속은 저의 대통령 당락에 관계없이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가난한 살림에 고생하시면서도 아들을 바르게 키워주신 사랑하는 어머니와의 약속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과의 약속입니다.



실은 진작 하려고 하였으나 그간 의혹이다 뭐다 해서 공방이 심했고 검찰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이라서 보류해 왔습니다. 이제 이런 일들이 다 정리되었으므로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말씀드리게 되었습니다.

제 부모님께서는 저에게 늘 “가난하더라도 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남의 도움을 구하기보다 남을 도울 궁리를 하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이 말씀을 어떤 많은 재산보다 더 소중한 유산으로 간직하며 살아왔습니다. 부모님이 남기신 말씀을 이제 제 자식들 앞에서 행할 수가 있어서 보람을 느낍니다. 제 뜻을 받아 준 가족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갖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이제 대선정국을 덮었던 먹구름이 말끔히 걷혔습니다.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세력이 대동단결할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그 동안 불안해하고 염려했던 사람들,국가발전을 위해서 하나로 뭉쳐야 합니다. 열화와 같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여 정권 교체의 길로 합류해야 합니다.



무책임하고 무능한 정권이 해놓은 일을 바로 잡으려면, 다음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셔야 합니다.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되어야 지난 일을 수습하고 미래를 향해서 나아갈 수가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저를 믿고 지지해주시는 국민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주신 박근혜 전 대표를 위시하여 모든 당원 동지 여러분께도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합심해서 오로지 나라와 국민을 바라보고 미래로 가는 길을 열어나가게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제 확신과 희망을 가지십시오.정권교체의 확신과 희망,경제를 살리는 확신과 희망,세계일류국가로 가는 확신과 희망입니다. 저는 정말 대한민국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싶습니다.저에게 일할 기회를 주십시오.저는 모든 것을 바쳐 최선을 다해,국민들이 편안하게 잘 사는 나라,세계일류의 대한민국, 꼭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