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M&A전략의 한계

더벨 김민열 기자 2007.12.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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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한 가격협상, 자문도 잘 안받아..M&A승률 낮고 IB들도 기피

이 기사는 12월07일(13:0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폐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최근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자주 등장하는 롯데그룹에 대한 M&A 업계의 평가는 어떨까.



지난해 우리홈쇼핑 인수, 올 9월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 오픈, 10월 베트남 제과회사 인수, 12월 대한화재 인수 등으로 M&A시장의 단골손님이 된 롯데에 대해 정작 투자은행(IB)들은 부정적인 평가 일색이다.

올들어 롯데는 하이마트, 뉴코아, 현대오일뱅크, 뉴코아 강남점 등 주요 M&A마다 빠지지 않고 참여했지만 성적표는 신통치 않았다.



M&A업계 관계자들은 롯데의 저조한 승률을 보수적인 기업문화에서 꼽고 있다. 기업문화 자체가 보수적이다 보니 인수가격에 대한 의사결정이 지나치게 신중해 협상을 장기간 끌고 가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

그러다보면 딜이 깨지기 쉽고 협상파트너들도 자연스럽게 롯데를 기피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보수적인 기업문화, 무리한 가격협상


롯데의 보수적인 기업문화는 대상기업의 인수가격을 당초 제시한 것보다 많이 깎으려는 행태로 직결된다.

최근 성공한 대한화재 (2,590원 ▲55 +2.17%) 인수협상의 경우 당초 예정된 본 계약(MOU) 날짜를 한달 이상 연기하면서 상대방의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2년 9월25일 인수한 동양카드 역시 본 계약 당시 금액은 1830억원이었지만 순자산부족분에 대한 한달여 간의 실사 뒤에 결국 1600억원대에서 인수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선협상자로써 독점적인 지위를 얻기 위해 높은 가격을 제시해 다른 후보들을 일단 떨어뜨린 뒤 실사과정에서 인수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전략을 애용하는 것 같다"며 "대한화재도 외부에 공표된 가격은 3700억원이지만 실제 가격은 이보다 낮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롯데가 가격에 집착하는 것은 협상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을 넘어 실제로 "너무나 알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그동안 추진해온 딜에서 롯데가 투자은행(IB) 등 주관사를 고용한 케이스는 손에 꼽을 정도다.

외국계투자은행의 한 관계자는 "롯데 윗선에서 인수합병 과정에서 필요한 가치평가나 계약 네고와 관련해 수수료를 지불하는 데 대해 문화적으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IPO나 파이낸싱 관련업무가 아니면 IB와 접촉하는 일이 드물다"고 설명했다.

인수금융, IPO 말고는 어드바이저 고용안해



지난 2006년 롯데쇼핑 (64,000원 ▲2,100 +3.39%) 해외상장시 골드만삭스와 노무라증권이 주관사를 맡았을 뿐 동양카드 인수 당시에도 자체 인력으로 모두 해결했다.

지난 2003년 현대석유화학(2단지) 인수 당시 어드바이저가 아닌 단순 파이낸싱을 위해서 JP모건의 도움을 받았다.

대한화재의 경우 어드바이저로 IB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삼일회계법인을 고용했다.



최근 본선에도 못 오르고 탈락된 하이마트 인수전에 롯데가 JP모건을 주관사로 고용한 것을 이례적으로 받아 들일 정도다. 그 결과 롯데홈쇼핑 상장 등으로 5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갖고 있는 VIP 고객임에도 불구하고 IB들은 롯데에 대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지 않는다.

모건스탠리의 한 관계자는 "인수합병 경험이 많은 외국 기업들이 대상기업의 가치평가를 못해서 어드바이저를 이용하겠느냐"며 "인수대상 기업에 대한 비즈니스를 잘 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과 시장에 대한 객관적인 리뷰를 받아보는 것이 결과적으로 유리하다"고 꼬집었다.

무리한 협상전략이 후유증 낳을수도



롯데와 인수합병 등으로 한번이라도 이해 관계에 얽혀 봤던 기업들은 손사레를 친다. 지난해 인수한 우리홈쇼핑 역시 1년이 넘도록 2대주주인 태광 (14,520원 ▲410 +2.91%)과의 법적분쟁을 마무리 짓지 못하는 등 인수 후유증을 앓고 있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도 하이마트 인수전 본선에 못 오른 것도 롯데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협상국면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비공개적으로 '역(逆)정보'를 흘린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뉴코아 강남점의 경우 그동안 자주 M&A정보가 흘러 나왔는데 근원지를 찾다 보면 결국 롯데에 의심이 가는 경우가 있다"며 "관심 매물에 대해 역정보를 흘리는 게 전략일수도 있지만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물론 롯데측은 이에대해 "그런 일 없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비슷한 사례로 방송위와 공정위가 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인수 승인을 앞둔 지난해 10월 돌연 서울지역 최대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C&M커뮤니케이션 인수설이
돌았다. 또 동양카드 인수에 앞서 다양한 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일부 M&A 전문가들은 그 배후로 롯데를 의심하고 있고, 롯데측은 "어불성설"이라며 일축한다.

M&A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지금과 같은 협상전략이 지속될 경우 몇십억원 아끼려고 수천억원이 넘는 딜을 놓차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할 수 있다"며 "작은 기업은 모르겠지만 빅딜은 '통 크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롯데손해보험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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