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한' 박근혜, BBK 발표前 '감잡아?'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7.12.0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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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에 기회달라" 적극 유세...'李무혐의'에 무게뒀을 가능성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검찰의 BBK 수사결과 향배를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을까. 검찰이 5일 이명박 후보의 BBK 연루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리면서 나오는 궁금증 중 하나다.

예상과 달리 이 후보 선거 지원 유세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면에는 혹시 검찰 수사 결과 내용을 미리 알고 있지 않았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



박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후보등록을 완료한 이명박 후보로부터 직접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공식 선거전 돌입을 코앞에 두고 있었지만 둘 사이 갈등의 앙금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이었다. 박 전 대표의 선거 지원 유세조차 불투명했다.

이 후보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박 전 대표에게 후보 등록 사실을 알리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말고 도와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선거 지원과 유세 소화를 간곡히 부탁한 셈이다.



이 후보의 요청을 받은 박 전 대표는 26일 유세에 나서기로 결정하고 첫 유세지로는 무안, 강진, 해남 등 호남을 확정했다. 측근들이 짜 놓은 유세 일정표는 검찰의 BBK 수사결과 발표 하루 전인 4일까지가 전부였다.

박 전 대표는 그러나 선거 유세를 시작하기 하루 전인 29일 의미심장한 말로 이 후보를 곤혹스럽게 했다. 충북 옥천 고 육영수 여사 숭모제에 참석한 박 전 대표의 입에서 "검찰에서 (BBK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 (지원유세 여부를) 그때 보고 또 판단하겠다"고 말했기 때문.

이 발언과 함께 검찰 수사 발표 직전까지만 유세 일정이 짜여져 있다는 사실이 어우려지면서 박 전 대표가 수사 결과에 따라 지지를 철회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유세에 들어가자 적극적으로 이 후보 지원에 나섰다. 지난 달 30일 첫 유세 현장인 호남에서 "이명박 후보를 선택해달라"고 하더니 지난 1일 경기 유세에서는 "이명박 후보에게 기회를 달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정권교체'라는 원칙을 넘어서는 적극 지지 발언이었다. 박 전 대표 측근들도 "이것저것 재지 않고 이 후보를 적극적으로 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전할 정도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박 전 대표가 검찰 수사결과 발표 전 이 후보의 '무혐의'를 어느 정도 예견하고 있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검찰 출신 측근 의원이나 외부 관계자 등 여러 경로를 통해 기류를 살핀 결과, 검찰이 이 후보의 BBK 연루 의혹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을 사전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한 핵심 측근은 당시 "박 전 대표측이 검찰 동향에 귀를 쫑긋 세우고 수사의 향배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 당내에서는 법조계 인맥이 두터운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 인사들이 검찰 수사 진행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그만큼 박 전 대표에게는 BBK 수사 결과가 향후 행보를 결정하는 주요 잣대가 됐다는 뜻이다.

박 전 대표가 BBK 수사 발표에 따라 지원 유세 속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 발언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 그때 가서 (유세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한 의미를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기자들이 혹시 이 후보가 BBK에 연루돼 있다는 수사발표가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었고 이에 대해 국민 여론의 비판이 비등하면 이 후보를 마냥 지지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차원에서 하신 말씀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박 전 대표는 대선까지 전국 각지를 돌며 이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박 전 대표측도 이 후보의 의혹이 해소된 만큼 조만간 지원 입장을 정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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