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가 '사람'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2007.12.05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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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경영]기업의 인간적 측면

1910년대의 기업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바로 찰리 차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를 보면 이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거대한 톱니바퀴에 끼어 기계처럼 일하는 노동자의 삶을 그린 영화이다.

관리자는 화면을 통해 노동자를 감시한다. 관리자의 관심은 오로지 생산량이다. 어떻게 하면 컨베이어 속도를 높일까, 직원들의 쉬는 시간을 줄일까를 고민한다. 급기야 자동으로 밥을 먹여주는 기계를 도입할 계획까지 세운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웠던 것이다.



노동자는 계속 비슷한 일을 반복하니까 집에서도 끊임없이 그런 손동작을 하게 된다. 결국 컨베이어 속도를 쫓아가지 못한 노동자가 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까지 한다.

당시의 경영은 테일러의 생산관리가 전부였다. 사람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고 모든 역량을 생산량에 집중했다. 기업의 인간적 측면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고 사장이나 종업원이나 그런 것에 대해 아무런 의구심을 품지 않았다.
 
그러다 호손 공장의 케이스 스터디를 기점으로 기업의 인간적 측면이 처음으로 이슈화가 된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하버드 대학의 G. E. 메이요 교수는 미국의 전화기 제조회사 웨스턴일렉트릭의 호손 공장에서 1924~1932년 사이 한 가지 연구를 진행한다.



바로 조명에 따른 생산성 변화를 조사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조명을 서서히 밝게 하면서 그에 따라 생산성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조사한다. 예상대로 조명에 비례해 생산성은 올라간다.

다음에는 조명을 거꾸로 어둡게 하면서 생산성 추이를 조사하는데 이상하게 생산성은 계속 올라간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놀란 교수 일행은 조사를 시작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 동안 한 번도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던 직공들은 하버드 대학에서 온 인텔리들이 자신들과 같이 밥도 먹고, 질문도 하고, 얘기도 열심히 들어주는데 감동을 받은 것이다. 인간적인 대접을 받아 신이 난 직공들은 당연히 열심히 일을 했고 그 때문에 생산성이 올라간 것이다.


생산성은 인간관계, 감독 방식, 작업자 개개인의 노동 의욕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 고충 청취에 의한 의사소통의 개발, 비정규 그룹과 비정규적 리더의 존재를 밝혀 낸 것 등이 이 실험의 큰 성과였다.

결국 호손 스터디는 '근로자에게 관심을 가지면 기업의 성과가 높아진다'는 인사관리 이론을 정립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기업의 인간적 측면에 대한 이론적 뼈대를 잡은 책이 맥그리거가 지은 '기업의 인간적 측면'(The human side of enterprise)이다.

이 책이 나온 지 50년이 되었지만 아직 '기업의 인간적 측면'은 `살인의 추억'만큼이나 어울리지 않는 것의 단어의 조합이다. 이익을 목적으로 만든 기업에서 인간적 측면을 운운하는 것은 아직도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경영이란 무엇인가? 경영은 사람을 활용해 자신의 비전을 달성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이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활동이다. 사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통찰력이 필요하다. 사람은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해야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지, 사람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잭 웰치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경영은 실행입니다. 전략보다 중요한 것이 실행입니다. 그런데 실행을 하는 것은 사람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잘 뽑고 이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경영자의 역할입니다."
 
사람은 합리적인 동물이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행동을 한다. 기업의 인간적 측면도 비슷한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 종업원을 인간적으로 대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이긴 하지만 성과와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 누가 인간적 측면을 얘기하겠는가?

하지만 인간은 인간적 대접을 받고 싶어하고, 인간적 대접을 받을 때 주인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려 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인간적 측면이 중요한 것이다.(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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