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미래에셋 펀드들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7.11.2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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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증시, 커진 덩치, 경쟁사 견제.. "명가 시험 시작"

대세상승장에서 거침없이 질주하던 미래에셋 펀드들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달 들어 국내외 증시 조정분위기가 역력한 가운데 미래에셋 펀드들의 단기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불어난 '덩치'와 경쟁사의 잇따른 견제로 포트폴리오 조정의 탄력성이 둔화됐다. 하락장에서의 방어가 힘겨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6개월 이상 중장기 수익률이 굳건하다. 미래에셋은 지난 3년 넘는 대세 상승과정에서 혁신적 승부수를 던지며 집중 성장했다. 앞으로 크고 긴 조정국면이나 대세하락기가 닥칠 경우 진정한 운용 명가인지 검증받는 계기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최근 미래에셋이 보유하고 해외펀드와 연계된 건설과 화학, 철강 등 중국관련 종목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향후 미래에셋의 대응이 주목된다.

주력펀드, 단기수익률 마이너스=20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설정액 50억원 이상 국내펀드 36개의 11월 이후 수익률(기준일 19일)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해외펀드도 77개 가운데 동유럽과 인도 관련 펀드 13개를 제외한 64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펀드는 이달 들어 10% 이상 손실 난 펀드도 4개나 된다. 7% 이상 손해를 보는 펀드도 32개로 전체 비교대상펀드 중 87%에 달한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 하락률(19일까지)이 8.30%임을 감안하면 시장수익률을 밑도는 펀드도 22개다.

주력 국내펀드인 인디펜던스ㆍ디스커버리ㆍ솔로몬 시리즈의 경우 최근 1개월간 3 ~5%, 11월이후 19일까지 8%대의 손실을 보고 있다. 1년 수익률만 50~60%대로 중장기수익률은 여전히 굳건하지만 주가 낙폭이 깊어지면 침식이 불가피하다.

해외펀드 수익률도 중국과 홍콩 증시의 조정으로 흔들린다. 설정액 50억원 이상 전체 77개 해외주식형펀드 중 10% 이상 손실을 보이는 펀드가 16개에 이르고 7% 이상 손해를 입은 펀드도 42개로 절반을 웃돌고 있다. 이달 들어 미래에셋의 해외펀드에 '추격 가입'한 투자자들은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형편이다.


시험대 오른 미래에셋 펀드들


◇덩치 커진 펀드, 운신폭 제약= 대세상승장 속에서 미래에셋 펀드들은 고속으로 덩치가 커졌다. 수탁액 1조원 이상 펀드만 해도 11개(국내형 10개ㆍ해외형 1개)에 달한다. 커진 만큼 날렵한 운신이 어렵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몸집이 커지면서 하락장 대처가 아무래도 느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운용매니저들도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판세 판독과 집중투자를 선호해온 운용 스타일상 미래에셋 펀드들은 몇몇 주력 종목군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미래에셋의 국내펀드 가운데 설정액이 가장 큰 '디스커버리주식형2 CLASS-A'(2조2조8069억원)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화학(18.93%)과 전기전자(12.72%), 건설(9.59%), 운수장비(7.20%), 철강ㆍ금속(6.78%) 등이 주력 포진돼 있다.

종목중에서도 동양제철화학(16.48%)과 GS건설(12.40%), 두산중공업(5.64%) 등 펀드 치고는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곳도 있다. 이달 들어 이처럼 미래에셋이 좋아하는 종목을 중심으로 내림세가 커지면서 미래에셋 펀드들의 수익률 저하가 이어지는 것이다. 이달 들어 동양제철화학은 32.94%, GS건설은 14.32% 하락했다.

◇미래에셋의 선택은= 깊은 조정장이나 하락장에서 경쟁사의 견제도 시련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주가가 오를 때 미래에셋이 사는 종목을 경쟁사가 따라 사더라도 주가가 하락할 때 미래에셋이 파는 것을 경쟁사들은 외면한다.



경쟁사 한 펀드매니저는 "미래에셋의 포트폴리오가 너무 대형ㆍ공격적으로 짜여있고 포트폴리오의 재조정을 위해 시장에 매물을 내놔도 '반미래 정서'로 쉽게 다른 기관들이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래에셋의 향후 전략은 그동안 자금력을 바탕으로 철강과 화학, 건설 등 업종에서 다양하게 사들인 종목을 일등주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나머지는 매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지만 여타 기관들이 매물을 잘 받아주지 않고 그간 매수한 미래가 보유한 종목을 함께 내다팔면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조정장이 깊어질 경우에 대비해 다각도로 준비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구체화한 향후 전략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다만 미래에셋 펀드들이 성장주와 중국 관련 인프라 주식의 보유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종목들로 이뤄져 있어 장기적으로는 수익률이 균형을 맞출 것이라는 주장이다.

주식형펀드 편입비중도 변화가 거의 없다. 자산운용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디스커버리주식형2'의 주식편입 비중은 지난 6일 91.91%에서 19일 90.54%로 소폭 감소했다.

미래에셋측은 "조정장이라고 주식편입 비중을 큰 폭으로 낮추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미래에셋의 펀드들은 장기투자 측면에서 운용하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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