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다시 외채가 걱정이라고?

신제윤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2007.11.1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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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다시 외채가 걱정이라고?


이틀 뒤면 우리나라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 구제금융을 요청한 지 꼭 10년이 된다. 외채를 갚지 못해 터진 게 당시 외환위기였다.

그런데 요즘 들어 다시 외채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9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채는 3400억달러 정도다.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인 만큼 걱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다. 외환 당국자로서 책임지고 말씀드리는데,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외환보유액에 비춰 외채는 결코 많지 않다. 지금 늘어나는 외채의 성격도 과거 외환위기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시계바늘을 10년 전으로 돌려보자. 1997년말 당시 우리나라의 가용 외환보유액은 89억달러였다. 그런데 즉시 갚거나 만기를 연장해야 할 단기외채가 외환보유액의 700%를 넘었다. 가계로 비유하면 은행 예금에는 89만원 뿐인데, 즉시 갚아야 할 돈이 638만원이었다. 그러니 불안해서 누가 만기를 연장해주었겠는가. 부도는 당연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가? 가용 외환보유액은 올 9월말로 약 2600억달러다. 하지만 단기외채는 그 절반을 조금 넘는 1450억달러 정도다. 다시 가계에 비유해 보자. 은행 예금에 넣어둔 돈이 대출받은 돈보다 훨씬 더 많은 상황이다. 이런데 부도가 날 리 없다.

걱정할 필요없는 이유가 또 있다. 외환위기 당시 외채는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최근 늘어난 외채는 미래에 받을 외화유동성을 담보로 잠시 빌린 돈이 대부분이다.

이를테면 이렇다. 호황을 누리고 있는 조선업체들이 해외에서 달러화 등으로 받을 수주대금을 선물환으로 먼저 내다 판다. 이를 사들인 은행 등 금융회사는 위험을 분산(헤지)하기 위해 외화를 빌려온다.


그런데 이러한 외채는 특정시점이 되면 자동으로 사라진다. 빚을 빚으로 막는 게 아니라, 수주대금처럼 벌어온 돈으로 갚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올 9월까지 약 1500억달러의 외채가 늘었는데, 이 가운데 약 3분의 2가 이런 성격이다. 수출이 잘 돼서 생기는 일시적인 외채를 걱정해야 할까?

또 최근 외채가 크게 늘었다고는 하지만,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그리 높은 편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채 비율은 35%다. 영국은 425%, 홍콩과 독일은 269%, 148%에 달한다.

대개 자본거래가 자유화된 금융선진국일수록 외채 비율이 높다. 중요한 것은 외채의 성격이지 규모가 아니다. 최근 IMF 연례협의단도 우리나라의 외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외채 문제에 아예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다행히 우리 정부는 외환전산망이라는 모니터링 체계를 갖고 있다. 외채 뿐 아니라 우리 국경을 넘나드는 자금흐름에 대해 철저히 감시하고 분석하고 있다. 건전한 투자행위는 적극 유인하겠지만, 투기적인 자금흐름에 대해서는 과감한 제어장치를 발동할 것이다.

만약 외채에서 위험징후가 보인다면 크게 소리쳐 국민들에게 먼저 알리겠다. 하지만 지금의 외채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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