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소년이 선생님됐어요"

둥게스와리(인도)=희망대장정 2007.11.1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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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아시아, 빈곤을 넘어]<7-2>한국JTS가 세운 인도 수자타아카데미 탐방기

편집자주 2달러, 우리돈으로 약 1800원. 이 돈으로 아시아 인구 중 9억명이 하루를 삽니다. 21세기 이후 아시아 경제성장률은 연 평균6.3%로 다른 지역의 2배에 가깝습니다. 아시아는 과연 빈곤을 넘어설 수 있을까요? 그 답을 찾아 김이경, 윤여정, 주세운 등 세 젊은이로 구성된 '희망대장정'팀이 지난 9월, 아시아 최빈국의 빈곤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80일 동안 이어질 이들의 희망대장정을 머니투데이가 전해드립니다.

↑수자타 아카데미 1학년 수학시간. 8학년인 디네쉬 꾸마르(14, 사진 맨왼쪽)는 저학년 교사로 자원봉사하면서 상급생 교육을 받는다. ↑수자타 아카데미 1학년 수학시간. 8학년인 디네쉬 꾸마르(14, 사진 맨왼쪽)는 저학년 교사로 자원봉사하면서 상급생 교육을 받는다.


11월 5일 오전, 인도 둥게스와리 수자타 아카데미의 1학년 수학 시간. 10평 남짓한 시멘트 바닥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수업을 받고 있었다. 빨간 모자를 쓴 젊은 선생님이 칠판에 시계를 그리며 설명했다.

"짧은 바늘은 시간을, 긴 바늘은 분을 나타내는 거예요. 그럼 지금은 몇 시, 몇 분 일까요?"



언뜻 보기에는 보통 학교와 비슷한 학습 풍경이다. 그런데 '교사'가 남다르다. 같은 학교 상급생이 하급생 후배들을 가르친다. 수자타 아카데미를 세운 한국의 국제구호단체 'JTS(Join Together Society)'가 고안한 아이디어다.

하급생의 수학교사인 디네쉬 쿠마르(14)는 중학교 과정인 8학년 학생이다. 디네쉬는 두르가푸르 마을에 사는 천민 출신으로 3살 때까지 구걸을 했었다. 11년이 지난 지금, 그는 학년에서 1등할 정도로 성실하고 모범적인 학생이다. 음악, 춤 등 예체능에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수자타 아카데미는 94년, 인도 비하르주 '달릿' 즉 불가촉천민 아이들이 글을 읽고 쓸 수 있도록 1학년부터 5학년까지 초등과정을 무료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교육 기회를 무료로 주자 양민 아이들도 찾아왔다.

그러던 중, 초등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중고등과정(6학년~10학년) 공부를 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사탕 1개, 동전 1개를 구걸하던 아이들이 수업을 원하게 된 것이다.

JTS의 활동가들은 큰 감동과 함께 고민거리를 얻었다. 수자타 아카데미의 목표는 아이들에게 성공의 발판, 즉 고등교육이 아니라 기초교육을 제공해 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등교육을 시킬 수 있는 교사 인력도 충분하지 않았다.


JTS 활동가들의 내논 해법은 '자원봉사.' 하급생이나 다른 지역민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는 것을 전제로 상급생들한테 학비를 지원한 것이다. 중, 고등과정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오전에는 유치원, 학교, 병원에서 봉사하고 오후에는 공부한다.

수자타 아카데미의 김혜원 교장(31)은 "이 제도로 운영비를 최소화해 학생들에게 직접 돌아가는 혜택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상급생이 하급생들을 가르치면서 책임감, 독립심도 강해졌다.



2004년부터는 상급생을 대상으로 교사수련 프로그램을 진행되고 있다. 자기수련, 교육학, 교육심리, 놀이 중심 교육이 주요 내용이다. 상급생 교사진은 매주 토요일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토론하고 시범 수업도 진행한다. 김 교장은 "교사수련 덕분에 상급생 교사들의 자부심이 높아졌다"라고 설명했다.

요즘 수자타 아카데미에서는 아이들이 매일 쉬람단(공동노동) 활동을 통해 학교를 가꿔가고 있다. 마을개발 즉 '노동의 기쁨'과 명상 즉 '평화'가 활동의 목표다.

학생들은 교실과 화장실 청소, 정원 가꾸기, 설겆이를 스스로 한다. 마을에서도 주민들과 협동해 유치원 건축, 우물 만들기, 도로 보수에 나선다. 지난 여름 학생들은 홍수로 침수된 지역에 가서 긴급구호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곳 학생인 슈렌드라 쿠마르(12)는 "천민 마을인 우리 마을 모든 아이들이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많은 사람이 배우면 카스트 제도, 가난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학교 안에서는 카스트가 거의 사라졌다. 김 교장은 "처음에는 다른 계급끼리 옆에 앉으려 하지도 않고 천민 상급생이 진행하는 수업을 양민 하급생이 거부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10년 넘게 천민과 양민이 함께 공부하다 보니 그런 구분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업성취도는 차이가 난다. 그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불가촉천민 아이들이 학업성취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불가촉천민 계층이 매년 200명 가량 입학을 하지만, 최고 학년인 10학년까지 진학하는 학생은 10명 정도다.



김 교장은 "양민 부모들은 교육에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불가촉민 부모들은 자식 교육에 거의 관심이 없는 편"이라며 "부모의 차이가 이런 결과를 만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JTS의 장영주 사무국장은 "우리의 처음 목표였던 '문맹 퇴치'는 어느 정도 이룬 듯하다"며 "우리는 아이들이 수자타아카데미를 통해 받은 것을 다른 세대, 마을에 나누면서 서로 돕고 사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도 둥게스와리 불가촉천민 아이들의 발. 아이들 둘에 하나는 피부병을 앓고 있거나 상처로 곪아 있다.↑인도 둥게스와리 불가촉천민 아이들의 발. 아이들 둘에 하나는 피부병을 앓고 있거나 상처로 곪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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