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W, '대박'시장? '로또'시장?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2007.11.1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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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으로 가는 첨단상품 ELW]1-① 고속성장의 빛과 그림자

"리스크 관리를 통해 ELW에 정석 투자하세요"
ELW, '대박'시장? '로또'시장?


지난 9월초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을 오가는 시내버스에 부착된 주식워런트증권(ELW) 광고물이다. 외국계 맥쿼리증권사에서 업계 최초로 ELW 광고를 게재한 것이다. 맥쿼리증권은 시내버스 광고와 함께 서울 지하철 2호선에도 교육용 광고를 시작했다.

유지은 파생영업부 이사는 "ELW시장 저변을 넓히기 위한 중장기 계획의 하나로 업계 최초로 교육목적의 광고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 이사는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는 유동성공급자(LP)들이 시장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계도성 광고나 투자자 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덧붙였다.



한국증권도 ELW 투자자 교육에 한발 앞장서 있다. 지난해부터 매월 마지막주 여의도 본사 대강당에서 일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ELW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특히 올 8월부터는 ELW에 관심이 많은 20여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ELW투자클럽'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수강자들은 하루 4시간씩 3일간 진행되는 교육을 통해 ELW투자에 필요한 기초지식과 HTS를 통한 실전매매법 등을 배운다.

맥쿼리증권과 한국증권의 이같은 행보는 ELW시장에 대해 달라진 유동성공급자(LP) 들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2005년 12월초 개장된 ELW 시장이 질적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자자 교육이 절실하다는 게 지난 2년간의 경험이다. 투자자들이 상품에 대해 정확히 이해해야 LP에 대한 불신을 제거할 수 있다는 판단도 한몫했다.



윤혜경 한국증권 과장은 "ELW시장이 개장 2년만에 양적으로는 괄목할 만한 수준까지 발전했지만 매매내역이나 매매참가자 등 질적인 측면에선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며 "ELW가 개인들의 새로운 고수익 투자수단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개선 못지 않게 투자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개장 2년만에 거래대금 11배 급성장...발행종목은 4배 증가

LP들의 지속적인 교육투자 등으로 개장 2주년을 맞은 ELW시장은 양적인 측면에서 괄목상대하게 발전했다. 발행종목수와 발행금액, LP수 등에서 개장초기보다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개장초(2005년12월) 4365억원에 그쳤던 발행금액은 올 10월 1조1348억원으로 159% 증가했다. 발행종목수도 72개에서 279개로 287% 급증했다. 거래대금과 거래량도 괄목상대하게 증가했다. 거래량은 개장초 2억8696만주에서 올 10월 75억 7596만주로 2540% 급증했다. 거래대금도 동반 급증했다. 월거래대금은 개장초 4405억원에서 4조9663억원으로 1027% 증가했다.

코스피200 대비 거래대금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10월말 기준으로 코스피200 대비 ELW 거래대금 비율은 2.42%를 기록했다. 횡보장세를 마감하고 재차 상승세로 전환했던 2006년 11월과 12월의 11.00%와 10.46%에 비해서는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2005년말 개장후 3개월 평균(0.35%) 보다는 7배가량 증가했다.



ELW시장에 참가하는 국내외 증권사들도 크게 늘어났다. 개장당시 LP로 참가한 국내외 증권사는 한국 우리투자 현대 CS 등 모두 8개사. 이후 국내외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어 15일현재 13개사가 ELW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유지은 이사는 "단기간에 비약적인 성장을 한 것은 높게 평가해야 한다"며 "자본시장 발전 측면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산운용측면에서도 투자기회의 확대 등 긍정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즉 ELW의 등장으로 개인투자자들도 수익률 변동폭이 크고 만기나 행사가격이 다양한 고위험 고수익상품에 투자할 수 있어 자산운용기회를 넓힐 수 있게 됐다는 주장이다.

유 이사의 지적대로 ELW로 큰 돈을 번 개인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특히 올들어 주가가 꾸준히 상승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주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기초자산보다 수백배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실제로 삼일회계법인에 근무하는 한 공인회계사는 삼성중공업 ELW에 1000만원을 투자, 6개월도 채 안된 짧은 기간에 2억원이상을 벌어 동료 동료 회사계들의 부러움을 샀다.



만기전 유동성 공급 중지 등 현행규제 개선 목소리 증폭

하지만 ELW시장이 한단계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업계와 투자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요구했던 현안들이 시급해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러 현안중에서도 △ ELW를 초단기 매매상품으로 받아들이는 투자자 인식 △ 최종만기 1개월전 유동성 공급 중지 △조기 매각 ELW 추가 발행 금지 등을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라고 ELW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ELW 시장이 스캘퍼(초단타 매매자)와 데이트레이더(일중 매매자)의 전유물로 전락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낸다. 보유주식의 헷지나 기초자산의 상승과 하락에 베팅한다는 ELW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초단기 매매가 성행하고 있다. 물론 개인투자자들은 시간가치 손실이 발생하고 레버리지가 큰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단기매매로 대응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처럼 ELW시장이 '초단기 로또시장'으로 변질되는 데는 LP들의 '단기성과주의'도 한몫했다. ELW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없이 '주식보다 적은 금액으로 수십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식으로 홍보하면서 초보자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여 ELW를 초단기 매매상품으로 전락시켰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차기현 우리투자증권 주식파생상품팀 차장은 "투자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만이 중장기 투자자를 양성할 수 있지만 개별 LP들이 교육비용을 전담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시장 발전을 위해 적극 투자하는 LP들의 ELW를 투자자들이 집중거래하여 자연스럽게 LP들의 투자를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종만기를 1개월 남겨놓고 LP들이 호가를 제시하지 못하는 현행 법규도 LP들이 시급히 개선을 요구하는 현안중 하나다. 최종만기를 앞두고 LP들의 기초자산 주가조작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고 도입한 이 제도가 개인투자자들의 만기보유기회를 박탈해 초단기 매매를 부추키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다.

익명을 요구한 한 ELW 전문가는 "최종만기 1개월 이내의 ELW에 대해 LP들이 호가를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만기 1개월전에는 무조건 팔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이 결과 금융당국의 의도와 달리 ELW의 가격이 왜곡될 뿐만 아니라 초단기 매매상품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비현실적인 규제가 ELW시장의 초단기시장으로 타락시켰다는 비판이다.

또한 인기있는 ELW가 만기 1개월이전에 다 매각될 경우에도 추가 발행을 금하고 있는 현행규정도 ELW시장의 '로또'화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LP가 신규로 매도물량을 제공하지 못해 개인투자자간 거래로 ELW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용국 증권선물거래소 상장2팀장도 "이들 규정은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개선을 건의했고 금융감독당국에서도 1년전부터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업계의견을 수렴, 해결책을 모색해 왔다"며 "조속한 시일내에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 요구한 현안은 내부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했다"며 "다만 투자자 보호차원에서 LP의 신뢰성을 높이는 방안과 동시에 실행하는 것을 적극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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