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25bp"...파격보다 '안정'선택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7.11.01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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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착륙 의지'표명, 추가인하 기대엔 '쐐기'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가 31일(현지시간)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기금 금리와 재할인율을 각각 0.25%포인트 추가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시장 불안이 극도로 고조됐던 지난달, 연방기금금리와 재할인율을 각각 0.5%포인트씩 과감하게 인하하는 '충격요법'을 통해 기선을 제압했다면, 이번에는 '예측 가능성'이라는 중앙은행의 기능에 충실함으로써 시장에 '안정감'을 심어주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의 금리결정이 다가오면서 금리선물시장에서는 0.25%포인트 인하가능성이 92% 이상으로 올라갔었다.



◇ 인플레이션 우려 불구 '예정된'인하 단행

그러나 금리인하 결정 직전 발표된 3분기 국내총생산(GDP)자료를 통해 미국경제가 3분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우려에 따른 신용경색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뛰어넘는 놀라운 성장률을 달성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금리동결 가능성이 일시적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가 연율 기준으로 3.9%(잠정치)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6년 1분기 이후 최대 수준이며 지난 2분기의 3.8% 성장세를 능가한 것이다.



GDP와 더불어 예상을 뛰어넘는 소비지출, 수출, 설비투자, 고용 등의 지표가 발표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 내부의 우려도 커질수 밖에 없었다. 연준의 금리결정이 대체로 '만장일치' 형식을 통해 발표됐음에도 이날은 이례적으로 반대의견이 공개된 것도 이같은 우려의 강도를 반영한다.

◇ '경기 연착륙' 정책기조 반영...물가안정에 안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0.25%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이달들어 벤 버냉키 총재를 비롯한 연준 인사들이 '경기침체 방지'를 강조한데서도 어느 정도는 예정됐었다. 버냉키 총재는 지난 19일 실시한 강연에서 "(경기침체로 인한)막대한 비용을 예방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강력한 조치가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0.25%포인트 인하는 경기 경착륙으로 인한 비용을 막고, 견조한 성장세를 뒷받침하고자 하는 연준의 정책기조를 반영한다.
다이와 증권 아메리카의 수석 이코너미스트 마이크 모란은 "(0.25%포인트 인하는) 연준이 경기침체(Recession)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신호를 보낸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연준이 당분간 잠재성장률(약2.75%)을 밑도는 경제성장을 거친뒤 점진적으로 회복하는 구도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책당국으로서는 금리를 동결했을 경우 나타날 증시급락등 시장 충격을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월가에서는 보고 있다.
끝으로 연준은 FOMC성명을 통해 "이번 금리인하로 인플레이션 우려와 경제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균형을 맞출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 금리인하를 향한 시장의 '끝없는 갈증'에 1차 쐐기를 박았다.



물가상승률이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연준이 추가금리인하를 단행할 여지를 넓혀줬다. 이날 발표된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1.7% 상승했다. 변동성이 심한 유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 상승률도 1.8%로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닌것으로 나타났다. GDP 디플레이터도 연율 0.8%로 9년래 최저 수준이었다.

◇추가 인하 기대에는 쐐기

극소수 월가 전문가들은 0.5%포인트 금리인하를 기대(?)하기도 했지만, '인플레이션 억제'를 제1의 목표로 하는 중앙은행으로서는 힘든 선택이었다.



특히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국제유가와, 최저수준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는 달러가치가 강력한 물가상승압력으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0.5%포인트 금리를 인하한다면, 경기침체의 심각성에 대한 불안감을 오히려 자극할수 있었다.
최근 씨티그룹 등 대형은행들이 이른바 '슈퍼펀드'를 구성, 구조화투자회사(SIV)의 부실채권매입에 나서기로 하면서 증시가 오히려 급락세로 반전한 사례도 이같은 부작용을 보여준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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