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서 10억 벌고 창업한 20대 사나이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2007.10.2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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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27세 신태용씨 인터뷰"중학생 때 처음 주식투자, 경제 눈떴어요"

지하철 2호선 역삼역을 빠져나와 골목길을 50m 쯤 걷다보면 깔끔하고 세련된 간판을 갖고 있는 일식 돈가스집이 보인다.

주변의 허름한 집들과도 확연한 대조를 이뤄 눈에도 확 들어온다. 들어서면 아늑하면서도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일식 돈가스 전문점답게 돈가스라는 이름이 들어간 메뉴만 23가지다.

각종 덮밥과 우동도 맛볼 수 있다. 광어와 우럭 회, 소주 한병을 모두 합쳐 1만2000원에 파는 고객서비스 메뉴도 있다. 생긴 지는 얼마 안됐지만 역삼동 일대 돈가스집 가운데 매출이 1등이라고 한다.



이 가게의 주인장은 놀랍게도 대학생이다. 자본금 2억2000만원도 손수 번 돈이라고 한다. 그것도 주식투자로만 벌었다. 주식으로 번 돈은 무려 1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고려대 경영학과에서 3학년까지만 마치고 휴학 중인 신태용(27) 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가 돈가스집을 선택한 것은 친한 형인 김원도(30) 씨의 영향이었다. 고향 마산에서부터 친분을 쌓아왔다. 김원도 씨는 "태용이와는 친동생보다 더 친해요"라며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김씨 역시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지난 해 그 어렵다는 국민은행 신입행원 공채에 합격,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다가 몇달 만에 그만뒀다. 은행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았던 탓이다. 그리고는 지난 해 12월 일식 돈가스집을 냈다. 신씨는 이때에도 김씨의 창업을 위해 6000만원을 도와줬다.

지금 신씨가 운영하는 이 가게는 김원도 씨의 아이템 이어받은 2호점이다. 김씨의 아이템을 그대로 이어받아 지난달 말에 오픈했다. 1호점과 2호점은 테헤란로를 사이에 두고 있다. 신씨의 가게는 아직 한달이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손익분기를 넘어서고 있다고 했다.

신태용 씨는 돈가스집에 대한 생각도 남다르다. "돈가스집을 열면서 '분식'이 아닌 '음식'의 개념으로 접근했어요. 일단 음식에 정성이 들어가고 맛이 좋아야죠. 근처의 다른 돈가스집들은 그냥 분식집 수준에서 머물고 있죠. 또 인테리어도 역삼동에서는 제일 예쁜 편이에요. 손님들도 이런 분위기와 맛을 좋아해서 한 번 왔다가 다시 찾는 경우가 전체 손님의 50%정도나 됩니다."


신씨의 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프랜차이즈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가게를 10개 정도 모집하면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미 3호점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김씨와 함께 강남역 주변이나 삼성역 주변을 탐색하고 있다.

그는 요즘 돈가스집에서 거의 살다시피 한다. 아침 10시쯤 출근해서 밤 10시가 넘어야 마친다. 돈가스집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까지는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의 전공은 주식이다. 다시 주식투자가로 돌아갈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달 말까지는 이 가게에서 계속 지낼 계획이고요, 다음 달에는 바쁜 점심시간대에만 있을 예정이에요."

충정로 근처의 오피스텔에는 또 다른 친한 형 둘과 함께 마련한 사무실이 있다. 간판은 없지만 주식투자도 하고 같이 스터디도 하는 그런 곳이다. 그곳은 그가 다시 주식투자자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다음 달이면 주식투자자와 프랜차이즈 사업가의 이중생활이 시작된다.

신씨가 주식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중학교 때다. 아버지께서 1만원짜리 주식 30주를 사서 중학교 입학선물로 주셨다. 회사를 보지 않고 시세표의 1만원짜리만 고른 것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닐 동안 추석이나 설날에 받은 세뱃돈 등을 아버지께서 주식으로 바꿔다 주셨다. 이렇게 받은 주식 몸값은 200만원까지 치솟았다. 고3이었던 1999년 IT업계가 크게 호황이었을 때였다.



신씨는 아버지의 교육방식에 감사를 표했다. "뭐니뭐니해도 아버지의 영향이 가장 컸죠. 어린 나이에 주식을 받은 덕에 경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신문 경제면도 꼬박꼬박 챙겨보게 됐고요. 그래서 대학도 경영학과로 진학했어요."

그러나 그가 대학에 진학했던 2000년 3월 IT버블은 단숨에 꺼졌다. 그가 보유한 주식은 50만원으로 내려앉았다. 그의 주식투자의 첫 실패였던 셈이다.

하지만 그의 투자실패는 한 번에서 그치지 않았다. 주식투자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과외를 했다. 500만원을 모았다. 이듬해인 2001년, 9ㆍ11사태를 맞았다. 보유주식은 100만원이 됐다. 거의 '거덜난' 셈이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도전했다. 그러자니 자금이 필요했다. 돈을 벌기 위해 2002년 학교를 휴학했다. 그의 자금마련 프로젝트는 다름 아닌 과외였다. 1년 동안 휴학하면서 6개의 과외를 했다. 매달 163만원씩 적금을 부었다. 1년 후 2000만원이 됐다.

이때가 그의 전환기였다. 주식투자의 방식을 완전히 뒤바꾸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었다. VIP투자자문의 최준철 김민국 대표가 쓴 '한국형 가치투자전략'이 그를 바꿔놨다.

신씨는 "그 전까지는 차트만 보고 투자를 했어요. 그냥 투기를 한 거죠. 한국형 가치투자전략이라는 책을 읽고 나니 그 전까지는 기업은 보지 않고 허상만 보고 투자를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부모님께는 3000만원을 받았다. 그가 모은 2000만원과 함께 총 5000만원으로 다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재무제표를 보기 시작했고, 기업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기업의 IR 담당자를 컨택했다. 기업탐방도 다녔다. 그 결과 2005년과 2006년에는 꽤 쏠쏠한 재미를 봤다.

신씨는 그때를 이렇게 소회했다. "2005~2006년에는 투자가 오히려 쉬웠어요. 기업의 재무제표를 보니까 투자 대상이 분명히 보였거든요. 또 대부분의 주식들이 저평가 돼 있어서 재무제표만 보고도 투자대상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만큼 쉽지 않다고 얘기한다. "지난해부터는 시장 수준이 높아져서 3~5년을 정확히 내다보고 투자해야 합니다. 시장과 기업을 예측해야 하는 것이죠."



그가 말하는 투자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주위에서 아이디어를 찾고 조언듣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귀가 얇은 것이 아니라 열려 있는 귀와 마인드를 가졌다는 것.

"하숙생활을 할 때였어요. 하숙집 옆방 하숙생이 매우 높은 수준의 게임마니아였죠. 리니지2가 나올 때 '반드시 뜬다'는 거에요. 엔씨소프트에 투자했죠. 또 사람들의 인터넷 첫 페이지가 다음에서 네이버로 바뀌는 것을 보고 엔에치엔에 투자했습니다. 엔에이치엔 주식은 주당 12만원에 매수해서 24만원에 팔 수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정확한 자료에 근거한 투자를 하고 있다.



"데이터를 많이 봐요. 분기실적 등에서 이익이 증가추세에 있는 기업을 고르죠. 실적이 좋은 기업을 골라 투자하고 있어요."

그는 초보 투자자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최근 주식열풍에 대한 우려 섞인 당부였다.

"단계를 밟아서 공부하고 경험을 쌓아가야 해요. 만약 주식에 대해 잘 모르거나 공부할 의사가 없다면 그냥 펀드에 투자해야 합니다. 공부하지 않는다는 것은 전쟁터에 총, 칼 없이 나가는 거예요. 죽어라고 공부하는 다른 투자자들을 이길 재간이 없는 거죠."



"또 직접 투자는 반드시 적은 금액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잃지 않는 투자를 해야죠. PBR이 1 미만이어서 자산가치가 있는 안전한 종목에만 투자하는 것이 좋아요."

주식 투자를 이제 막 시작하는 경우라면 벤자민 그레이엄부터 공부하라고 당부했다. 기본기부터 탄탄히 쌓고 공부와 투자경험을 하나씩 늘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지식과 경험이 쌓이면 워렌 버핏이나 필립 피셔 등을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신씨에게는 앞으로 선택할 일이 많다. 아직 대학생이기 때문이다. 학교는 내후년쯤 복학할 예정이다. 주위에서는 졸업 후 사업을 계속 하라거나 사회 경험을 쌓기 위해 취직을 하라는 얘기를 듣는다. 어느 길로 갈 것인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미 정한 길도 있다. 주식투자와 프랜차이즈 사업이 그것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해서는 나름의 철학을 제시했다.



"유행을 많이 타는 업종들이 프랜차이즈로 무분별하게 대거 생겼다가 없어졌잖아요. 프랜차이즈 업주들은 돈을 많이 벌었겠지만 가게를 냈던 선량한 사람들은 손해 본 경우가 많죠. 반면 돈가스는 유행 타는 일이 없어요. 계절을 많이 안타기 때문이죠."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서는 '더불어 함께 성공하자'는 의지를 갖고 있다.

"정직하게 할 겁니다. 제대로 된 프랜차이즈를 만들겁니다. 한 가게도 망하지 않고, 모든 가게가 잘 되게 하고 싶어요. 조금이라도 더 수익을 가져가게 할 계획입니다."



그는 일요일마다 다른 돈가스 가게를 찾는다. 잘 된다는 소문이 난 집은 꼭 찾아가서 음식을 먹어본다. 그리고 음식이 맛있으면 주방장과 함께 다시 한 번 그 집을 찾는다.

신씨는 지금 신혼이다. 지난달 초에 결혼했다. 3년이 넘는 연애의 결실이었다. 신당동에 신혼살림도 차렸다. 지난해에는 공익근무요원으로 제대했다. 결혼과 군대를 해결했으니 인생에서 큰 두 가지 과제는 벌써 해결한 셈이다.

신씨는 이렇게 인생의 2막을 이제 막 시작했다. 그의 새로운 계획들이 어떻게 펼쳐질 지 자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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