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인사'보다 더 나쁜 것은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2007.10.18 12:23
글자크기

[CEO에세이]족벌인사로 인해 사회적 기운 약해져

'코드인사'보다 더 나쁜 것은


인사(人事)는 만사다. 구성원들은 신분상승 욕구 때문에 열심히 일한다. 능력과 실적만큼 평가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쌓이면 사기는 땅에 떨어진다.

자율이고 창조고 다 구호로 전락한다. 결국 그 조직은 망한다. 로마제국의 멸망도 외부의 침략 때문이 아니었다. 내부의 부패와 기득권들만의 잔치에서 비롯되었다.
 
코드인사가 참여정부 내내 주요 언론의 공격이 되어왔다. 코드인사란 ‘정치· 이념 성향이나 사고체계 따위가 같은 사람을 조직원으로 임명하는 인사’라고 사전에 풀이되어 있다.



한 마디로 코드는 정서이며 취향이며 궁합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사가 굳이 참여정부 만의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군사정부 시절에는 정치지향 군인들, 속칭 ‘워카’들이 대거 권력기관을 점령했다.

문민정부시절에는 YS를 중심으로 한 민추협의 ‘등산화’ PK들의 세상이었다. 국민의 정부 때는 역시 DJ를 중심으로 한 호남인맥이 힘을 썼다. 사실 주변에서 겪어본 사람을 쓰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 또는 순리이기 때문에 굳이 그것을 전적으로 매도하기에는 어려운 구석이 있다.



코드인사라고 비판하는 이유는 전문성과 능력이 부족한데도 권력자의 측근이라고 해서 아무자리나 앉히는 것에 대한 경계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참여정부 코드인사를 유심히 관찰하며 안쓰러운 점이 없지 않다.
 
◆코드인사라도 제대로 하면 다행
 
권력자와 실세들인 386들이 자기들 코드에 맞는다고 생각하고 장· 차관자리에 앉힌 이들이 실상 코드가 안맞아 서로 갈등· 반목하다가 결국 실패 인사로 드러나서 망신을 당한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권력자와 386 실세들이 경험이 너무 일천해서인 것 같다. 변두리에 있던 그들이 언제, 어디서 사회각계 50대 중진들을 만나보기나 했겠는가. 덜커덩 권력을 잡은 것이다. 그러니 꿈같은 벼슬자리를 주고도 뺨맞는 경우가 발생해도 벙어리 냉가슴 앓기였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참여정부에서 경찰 총수까지 지낸 인사가 시위농민 사망사건 여파로 퇴진한 후 곧바로 한나라당 총선 출마 공천신청을 낸 사례가 있다. 또 금쪽같은 요직인 법무장관이 한화그룹 총수의 폭행사건때 총수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다가 결국 퇴진한 사례도 있다. 법무장관 취임 직후부터 권력자와의 ‘정서’차이로 어색한 동거를 해왔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그것은 사실 쌍방 모두 불행이었다.
 
더욱 웃기는 엉망진창인사가 있다. 경제관료 요직인 금융감독위원장에 금산분리를 완화하자는 이를 앉히고 금융감독 부위원장에는 금산분리를 주장하는 대표적 학자를 앉힌 일이다. 아마도 두 책임자가 서로 깊이 논의하며 해결점을 찾으라는 희망에서 그렇게 인사를 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그야말로 희망일 뿐이다. 책임자들이 이른바 노선이 다르니 그 조직은 쌍방 눈치를 보느라고 아예 일손을 놓아버리는 게 현실이라고 하는 게 옳다. 일손을 놓고 다음 정권을 기다려도 되는 게 공무원 조직이나 유사 공무원 조직이다.

386실세들은 뭘 모른다치자. 그러면 장관쯤을 바라보는 고위 공직자들이 아무리 자리가 탐나더라도 코드가 다르다고 느꼈다면 장관자리에 올라타지 않는 게 이치에 맞지 않는가! 장관자리에 앉아서 양다리 걸치고 꿍시렁꿍시렁 대는 것은 값싼 소영웅주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코드인사보다 더 나쁜 족벌인사, 가신인사, 혼맥체제강화
 
코드인사보다 더 나쁜 게 족벌인사다. 기업의 오너 아들이나 조카 그리고 친척들이 한 자리씩 꿰차고 있으면 아무리 유능한 전문 경영인 CEO라 해도 소신껏 인사를 할 수 없다. 오너 직계를 위해서는 왕왕 특별한 자리를 만들면서 받들어 모셔야 한다.
그리고 오너 친척들을 위해서는 요직이란 자리를 몇 개 빼놔야 한다. 그걸 빤히 들여다 보고 있는 구성원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다. 1류 인재가 되기보다 2류 인재가 되어 적당히 오래 늘어 붙어있을 궁리를 꾀하게 된다.
 
혼다의 오늘은 그냥 된 게 아니다. 혈통이나 학벌 그리고 인맥 등이 아니라 철저하게 개인의 인성과 능력을 기준으로 인사한다. 이는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가 지난 1973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개인지분을 모두 회사직원들에게 무상증여했다.


그리고 자녀뿐만 아니라 친척에게도 혼다 입사를 허용하지 않았다. 한국의 대표적 기업인 D제약의 부자간 이복 형제간 경영권 다툼을 보면 비감스러울 뿐이다. 가신인사도 경계해야 한다. 비서실 출신들이 득세하면 가식적인 충성과 눈치만 창궐하게 된다. 구성원들을 몰래 감시하는 스파이 인사도 조직을 궁극적으로 망친다.
 
또 혼맥체제 구축에 따른 기득권 강화는 사회전체의 좌절을 가져온다. 최근 한국 대표적 언론사의 손녀와 폭행사건으로 말썽이 있던 재벌 총수의 차남이 비밀리에 약혼식을 올렸다고 한다. 이미 그 재벌총수는 20여 년 전 당시 세도가인 국회의원의 큰 딸과 결혼했다.

그리고 그 총수의 누나는 박정희 정권시절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정보부장의 장남과 결혼했다. 이런 일은 다반사로 행해지는 그들만의 기득권 강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언로(言路)가 뚫리지 않고 사회 총체적 기운이 쇄하는 게 아닌가 싶다. (한국CEO연구포럼 연구위원장)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