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밥 도둑'을 잡아라!

윤장봉 대한비만체형학회 공보이사 2007.10.11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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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봉의 비만이야기

TV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홈쇼핑 채널을 보다 보면 정말 사람을 혹하게 해서 사고 싶게 만드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마감 임박'이라는 자막을 보면 빨리 전화해서 꼭 사야만 될 것 같은 강박관념도 들고 말입니다.

저렇게 구매욕구를 자극할 능력이 제게 있다면 병원이 환자로 넘쳐날 것 같다는 우스운 생각도 듭니다.



홈쇼핑 채널에서 파는 여러 가지 상품 중에서 '간장 게장'이 언제부터인가 단골 메뉴가 되었습니다. 간장 게장을 선전하면서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밥 도둑'이라는 말입니다. 왜 간장 게장이나 젓갈 류는 '밥 도둑'이라는 말을 빼 놓지 않고 쓰게 되었을까요?

대부분의 '밥 도둑'들은 양은 적으면서 무척 짜거나 맵게 조리가 되어서 밥을 많이 먹어야만 짠맛이나 매운 맛을 희석시킬 수 있게 되어 있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이 젓갈 류이거나 짠지 류들이 대표적인 '밥 도둑'들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렇게 맵고 짜게 만들어서 밥을 많이 먹게 만들었을요?



이런 저런 책들을 자주 보는 편입니다만 최근 우리 선조들의 생활사에 대한 책이 이상하게 자주 손이 가곤 합니다. 현재는 하루 세끼를 먹는 것이 정상적인 식생활로 되어 있지만 과거 기록을 보면, 조선 정조 때 학자 이덕무 선생의 '앙엽기'에서는 아침 저녁으로 한끼 5홉씩 하루 한 되를 먹는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순조 때 실학자 이규경 선생의 기록으로는 9월부터 이듬해 정월까지 다섯 달은 조석 두 끼만 먹고 2월부터 8월까지 일곱 달 동안은 점심까지 세 끼를 먹는 것이 우리나라 식속이며, 장정들은 한 끼에 7홉을 먹고, 아이를 가진 여자들은 한끼에 5홉을 먹는다고 돼 있습니다.

지금 단위로 계산을 해보면 대략 쌀 1섬이 144kg, 1가마는 1/2섬이므로 약 72kg, 1말이 1/4 가마니까 18kg, 1되는 1/10 말이니까 1.8kg, 1홉은 1/10되니까 약 0.18kg 즉 180g 정도라고 봐야 됩니다. 그러니 한끼 5홉을 먹는다면 한끼에 900g, 7홉을 먹는다면 1260g의 밥을 먹는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현재 우리가 식사하는 밥 한 공기가 약 210g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18세기에는 한 끼에 지금 양으로 한다면 약 5-6공기의 밥을 하루 2-3회 먹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참 많이도 먹었다 싶습니다.


기록의 정확성 유무는 둘째로 하더라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당시에는 밥 말고는 간단한 야채와 국 한 그릇 정도가 다였을 테니까, 밥 말고는 기본적인 열량을 보충해 줄 방법이 없었을 겁니다. 당시는 돼지 한 마리만 잡아도 잔치를 하고,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아 줄 정도로 육류 섭취는 힘들었을 테고요. 바닷가 인근이 아니라면 생선류도 그리 쉽게 먹기는 힘들었을 테니, 밥이야 말로 유일하게 열량을 보충해주는 주요 에너지 원이었을 것입니다. 맨밥을 많이 먹기는 힘든 상황에서 오래 보관이 가능한 젓갈, 짠지류야 말로 밥을 많이 먹게 하는 '밥 도둑'으로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을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자, 그럼 예전에는 한 끼에 5공기의 밥을 먹고도 비만이 없었지만, 이제는 한 공기의 밥을 먹는데도 비만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 고민해 봐야 될 것 같습니다. 도대체 식사량이 그렇게 많이 늘어난 것이 아닌데도 왜 비만이 세계적인 질병으로 떠오르게 되었을까요. 다음 시간에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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