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북한 통해 유럽 수출길 열까

이진우 강기택 김진형 기자 2007.09.2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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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2일 남북정상회담에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재계 수장들이 동행하면서 이들 기업이 검토중인 대북사업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각 그룹들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가시적으로 준비중인 것은 두드러지지 않지만 사회간접자본 투자, 자원개발 등 그룹이 속한 업종과 관련해 투자를 할 여건이 마련된다면 대북사업에 나설 수 있다는 의사를 보였다.



현대·기아차그룹의 경우 당장 단기적으로 대북사업을 진행하기는 여의치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그룹 계열사 등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만한 사업이 있는지에 대한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안팎에서는 우선 계열사인 로템과 글로비스 등을 중심으로 남북 경협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철도연결 사업과 관련한 타당성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로템은 남북철도 연결에 필요한 철도차량 제작, 물류계열사인 글로비스는 남한에서 북한, 러시아까지 이어지는 철도를 이용한 물류사업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



특히 기존 자동차 운송수단인 배를 이용하지 않고 철도를 통해 육로로 중앙아시아나 유럽쪽으로 차를 운반할 경우 운송기간과 운임을 크게 단축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밖에 또다른 계열사인 현대제철을 통해 북한의 철광석 개발에 참여하는 것도 모색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대북사업은 워낙 변수가 많은데다 경제협력기구, 국제사회와의 역학구도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아 일단은 사업 가능성을 모색하는 수준에서부터 출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는 당장 방북하면서 들고갈 선물 보따리는 없다는 입장이다. LG는 구본무 회장이 이번 경제계 방북수행단의 일원으로 북한의 여러 곳을 돌아보고 난 뒤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과 상호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LG는 1999년에 계열사인 LG상사가 1대북 물자교역과 위탁가공 사업으로 총 1400만달러 규모의 실적을 올린 적이 있지만 현재는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단한 상태다. LG상사 관계자는 "정상회담으로 남북경협사업에 전환점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현재 구체적으로 검토중인 사업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윤종용 부회장이 방북하는 삼성전자는 방북수행원 명단이 확정된 만큼 이제부터 검토해 봐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과 LG가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으로는 임가공 공장의 확대를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소량이기는 하지만 현재 북한에서 브라운관 TV를 OEM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SK그룹은 "정부와 협력해 SK그룹의 특성에 맞는 대북사업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최태원 회장이 방북을 한 뒤 사업 추진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포스코의 경우는 이구택 회장의 방북이 북한 자원개발 사업개발이 확대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중국법인인 포스코차이나를 통해 연 20만톤 규모의 북한산 무연탄을 도입하고 있는 포스코는 철광석 등 여타 자원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정은 회장이 방북하는 현대그룹은 현재 개성관광 성사가 현안이다. 현대그룹은 북측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개성관광 사업 등에서 현대그룹의 독점권을 인정하며 양측의 의견차를 좁힐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북한 남포공단에 진출했던 대우인터내셔널은 법적, 제도적 정비나 인프라구축이 완비될 경우 북한 광물수입이나 임가공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우조선해양은 남상태 사장의 방북을 통해 북한 남포지역에 수리조선소 투자를 타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해외에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동남아 등지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활용할 수 있다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투자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인프라가 정비된다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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