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손학규의 '몽니'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7.09.2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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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니'란 말이 있다. '불리하다고 느낄 때 심술을 부리는 것'이란 일반명사이지만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정치 스타일로 더 잘 알려졌다. 여러 차례 정치운명을 건 협상테이블에서 김 전 총재는 특유의 '몽니'를 부려 상대를 효과적으로 압박했다.

김 전 총재의 정계은퇴로 사라진 듯 했던 이 표현이 다시 등장했다. TV토론을 불과 몇시간 앞두고 불참선언, 자택칩거, 뒤이은 지방행.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후보의 최근 행보다. "몽니 부린다"는 말만큼 어울리는 수식어가 없어보인다.

상황의 출발은 지난주말 신당 경선. 이른바 초반4연전에서 손 후보는 3위같은 2위에 그쳤다. 그럼에도 손 후보는 조직·동원 경선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결국은 민심이 승리할 것"이라며 의연한 모습이었다.



상황은 19일 급반전했다. 여론조사 결과 호남에서조차 정동영 후보에게 크게 밀리자 손 후보는 큰 충격에 빠졌다. 급기야 일정 취소와 칩거라는 초강수를 뒀다. 사퇴설이 흘러나왔다.

손 후보를 대신해 캠프 좌장 격인 김부겸 의원이 "동원선거 진상을 조사하라"고 당에 요구했고 당은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그럼에도 손 후보는 칩거를 풀지 않았으며 돌연 지방으로 떠났다.

"우리로서도 할 말이 없다"는 지지의원들의 한탄. 캠프는 부랴부랴 "후보의 결단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게다가 손 후보는 집을 나와 지방으로 훌쩍 떠나면서 기자들이 동행하는 것을 보란듯이 허락했다. 포털에 시시각각 사진이 올라온다.

'몽니' 든 '칩거'든 고집 부리며 버티면 상대로선 무시하기 어렵다. 하지만 손 후보는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며 14년간 몸담은 당마저 뛰쳐나왔다. 자신의 말처럼 혈혈단신, 적수공권으로 시베리아에 섰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의 정치는 새롭긴 커녕 3김시대의 '구태'가 진하게 배어나온다. "구태정치를 두고 볼 수 없다"면서 겨우 빼든 카드치곤 좀 유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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