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망내할인… 얼마나 싸지나?

머니투데이 윤미경 기자 2007.09.19 14:23
글자크기

월정액 2500원 내면 가입자간 '절반'… 'SKT族' 양산될듯

SK텔레콤이 10월 1일부터 자사 가입자간 통화시 통화료를 50% 할인해주는 '망내할인'을 전격 도입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이동통신 요금시장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정보통신부가 지난 2002년 지배적사업자인 SK텔레콤의 시장쏠림현상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폐지했던 '망내할인'을 5년만에 다시 부활시킨 가장 큰 이유는 이동전화 요금경쟁을 촉발시키기 위해서다.



유영환 정보통신부 장관은 19일 "망내할인은 기본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힌뒤 "내년 3월 단말기 보조금 금지법이 일몰된 이후 보조금 과당경쟁을 방지하는 한편 요금경쟁을 촉발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망내할인을 허용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망내할인폭을 놓고 다소 이견을 보였던 정통부와 SK텔레콤은 월정액 2500원을 내면 자사 가입자끼리 통화요금을 50%로 할인해주는데 합의하면서, SK텔레콤도 10월 1일부터 관련 요금상품을 내놓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정통부와 SK텔레콤의 발표로 가장 당혹해하는 곳은 KTF와 LG텔레콤이다. 두 회사는 이날 "SK텔레콤의 망내할인 허용은 시장쏠림현상을 가속화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통부와 SK텔레콤은 선발사업자인 SK텔레콤이 망내할인을 전격 시행하게 되면 후발사업자들은 따라올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망내할인이 실질적인 요금인하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망내통화 200분이면 한달 9500원 절감


당장 10월부터 2100만명에 이르는 SK텔레콤 가입자들은 다른 요금제를 이용하더라도 월정액 2500원하는 'T끼리 T내는 요금' 망내할인 요금상품을 추가로 선택하면, 음성통화와 영상통화를 할인받을 수 있다.

그러나 망내할인 요금상품은 표준요금제보다 월 기본요금이 2500원 비싸다. 매달 1만5500원의 기본요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망내통화량이 한달에 42분 미만인 가입자는 오히려 요금을 더 내는 꼴이다. 따라서 한달에 SK텔레콤 가입자끼리 통화량이 최소 42분은 넘어야 요금인하 효과가 있다.

한달에 SK텔레콤 가입자끼리 통화하는 분량이 200분이라면 한달에 2만4000원(10초당 20원)의 통화요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망내할인 요금상품을 가입하면 통화요금을 절반 할인받을 수 있으니, 한달 통화요금을 1만2000원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단, 월 기본요금이 2500원 비싸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한달에 9500원을 절감할 수 있다. 만일, 한달 망내통화량이 300분인 가입자라면, 매월 1만5500원을 아낄 수 있다.

이처럼 망내할인은 같은 이통사끼리 통화하는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요금을 아낄 수 있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끼리 같은 이통사에 가입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런 경향은 '시장쏠림현상'을 낳을 우려도 있어, 정통부는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면 할인율을 조정하거나 조건을 추가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울러, 가입자가 망내할인을 이용하고 싶어도 자신의 자사 가입자간 통화비중을 몰라서 주저하는 경우를 대비해 정보통신부 홈페이지를 비롯해 해당이통사 홈페이지에 어떤 요금제를 선택하면 좋을지에 대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게재할 계획이다.

▲ SK텔레콤 가입자의 월평균사용요금(ARPU)이 2만3000원~3만원인 경우는 한달에 1000원, 7만원 이상이면 한달에 1만4800원 가량의 요금이 할인된다. 이 기준은 SK텔레콤이 자사 가입자간 통화비중이 53%에 이른다고 판단한데서 나온 수치다.▲ SK텔레콤 가입자의 월평균사용요금(ARPU)이 2만3000원~3만원인 경우는 한달에 1000원, 7만원 이상이면 한달에 1만4800원 가량의 요금이 할인된다. 이 기준은 SK텔레콤이 자사 가입자간 통화비중이 53%에 이른다고 판단한데서 나온 수치다.


◇KTF-LGT 합류하면 인하효과 배가

망내할인은 망내통화량이 많은 가입자에게 매우 유리한 상품인 반면, 가입자를 특정회사에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다. KTF와 LG텔레콤이 망내할인 요금상품을 내놓겠다고 하는 SK텔레콤을 향해 "시장쏠림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상 가입자들은 '요금인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그룹별 동일회사에 가입하려는 경향이 빠른 속도로 퍼질 가능성이 높다. 소위 'SKT族'이 양산될 수 있다. 때문에 KTF와 LG텔레콤도 자사 가입자 이탈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망내할인 상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어보이지만, 아직은 관망 상태다.

SK텔레콤에 이어, KTF와 LG텔레콤까지 망내할인 시장에 뛰어들면, 정통부가 기대했던 대로 이동전화 요금인하는 급진전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통사들은 망내할인에 대한 차별성이 사라지면서 수익은 수익대로 떨어지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1160만명 망내할인 대상 가입자 가운데 30~40% 가량이 망내할인 요금제에 가입했을 경우에 연간 2500억원의 수익이 줄어든다"고 했다. 즉, 이용자 비중이 늘어나면 날수록 통화료 수익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만, 망내할인 가입자가 늘어나면 가입자 유치를 위해 들어가는 마케팅 비용은 절감할 수 있다. 단말기 보조금을 받는 것보다 망내할인이 유리하다고 판단된 가입자들이 상당수 발생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가입자들은 좀체로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동일회사 가입자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어, 기업의 마케팅비 부담은 크게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다.

망내할인 허용으로 단말기 보조금 금지법 일몰에 따른 소모적 경쟁을 방지하고, 요금인하 효과까지 얻으려는 정통부는 "망내할인이 요금경쟁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SK텔레콤 차트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